국토교통부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 대한 월례비 지급을 금지하면서 조종사들의 ‘태업’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가 이들의 ‘불성실근무’에 대한 지침 마련으로 후속 조치에 나섰다.
국토부가 13일 발표한 ‘조종사의 성실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기준’에는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고의로 과도하게 저속 운행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작업을 거부하는 경우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성실의무에 위반되어 면허가 정지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는 조종사들의 불성실 업무 유형을 총 15개로 제시했다. 특정 유형이 월 2회 이상 발생한 경우 처분권자(국토부)는 성실의무 위반으로 판단하고, 국가기술자격법상의 처분요건 확인 등 면허정지 처분절차에 착수하며, 가이드라인에 따라 최대 12개월간 면허가 정지되는 식이다. 다만, 금지행위, 작업거부 등 은 건설공사의 안전, 공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1회 발생이라도 처분절차에 착수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다. 국토부의 ‘불성실업무’ 지침에는 ‘작업개시 이후에 원도급사 또는 타워크레인 임대사의 승인을 받지 않고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경우’와 ‘순간풍속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원도급사의 승인 없이 조종석에서 임의 이탈하는 경우’가 포함됐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 37조(악천후 및 강풍시 작업 중지)에는 사업주는 순간풍속이 초당 10미터를 초과하는 경우 타워크레인의 설치·수리·점검 또는 해체 작업을 중지해야 하며, 순간풍속이 초당 15미터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타워크레인의 운전작업을 중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이번 국토부 지침이 사실상 근로자들의 안전보다는 사업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그러면서도 “타워크레인에 대한 안전은 임대사, 원도급사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책임소재가 현장에 있다는 메시지를 포함하기도 했다.
정부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표 이후, 각 건설현장에서는 안전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작업을 중단시키고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부여했다. 이에 건설사들을 비롯한 고용주 측에서는 ‘작업중지권으로 인해 공기가 지나치게 지연된다’며 반발했고,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정부 들어 중대재해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지침 중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상황이 아님에도 조종사 본인의 일방적인 판단하에 위험을 이유로 수시로 조종석을 이탈하는 경우’도 포함됐다. 이를테면 모터 소리가 평소와 다르다는 이유로 조종석을 이탈하며 점검을 요청하는 행위 등이 사례로 포함됐다.
한 건설현장 안전담당 관계자는 “타워크레인의 경우 위험성도 높고 공사 난이도도 높기 때문에 담당 조종사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편이고 그럴 이유도 있다”며, “타워크레인은 부품이 흔치 않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한 것을 여러 현장에서 돌아가며 쓰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점검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타워크레인의 점검은 최소 하루에서 이틀 이상의 시간을 잡고 진행되기 때문에 이 때문에 공기가 상당 부분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월례비 논란으로 부각되긴 했지만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안전점검 이슈는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것은 몰라도 타워크레인만큼은 공사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개별 현장이 조종사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운영해온 것은 측면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월례비가 금지되면서 조종사들이 준법투쟁을 하는 것까지 잡아내거나 막는다는 것은 현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오히려 정부 차원의 안전불감증이 초래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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