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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희망고문 가득한 부동산 규제완화

기사입력 : 202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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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호성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기자는 민주당이 불과 5년 만에 국민의힘에 정권을 넘겨주게 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부동산가격 폭등’을 꼽는다. 물론 그밖에도 사회적·정치적인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2020년~2021년 사이 집값은 그야말로 ‘집단 광기’로 느껴질 정도로 치솟았다.

2019년까지만 해도 4~5억원대 정도였던 아파트들의 시세가 우습게 9~10억원을 넘기며 두 배 넘게 올랐고, 지금이 아니면 집을 못 살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낀 2040세대가 앞을 다퉈 ‘영끌’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며 이런 광기를 부추겼다.

이 당시 20대 중후반이던 기자는 그런 부동산 폭등 소식을 기사로 전하며, ‘평생 일해봤자 난 집을 못 사겠구나’는 절망감과 허탈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무주택자에 돈도 빽도 없는 기자 입장에서는 지난해부터 미국이 긴축을 선언하며 기준금리를 올리고 시중유동성 회수에 나서는 상황이 반가웠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에 형성된 거품은 너무 과했고, 이런 수준으로는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들이 월급을 모아 집을 마련하는 것은 평생 해봐야 꿈같은 일일 뿐이었으니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조정국면에 들어간 집값은 한국부동산원 연간 누계 기준 전국 –7.22%, 수도권 –9.14%, 지방 –5.35% 하락했다. 그러나 고점에 비해 떨어졌을 뿐, 여전히 집값은 2019년과 비교하면 2배가량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KB부동산이 발표하는 KB아파트담보대출 소득대비집값비율(PIR)은 직장인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을 계산한 수치다. 지난해 서울의 PIR지수는 직전해 18배에서 16.9배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7년간 모아야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밥 한 그릇에 1만2000원을 호가할 정도로 물가가 오르고 있으니 이 수치의 무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강조하고 있다. 급격하게 가격이 떨어지면 지난해까지 ‘영끌’을 통해 내 집을 마련했던 세대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완만하게 가격을 떨어트려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 ‘연착륙’을 끌어내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문재인정부 시절 나왔던 각종 부동산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있다. 기자 역시 이 방향성이 아주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2년간 급등 공포감 속에 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결국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와 같은 청장년층 세대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무너지면 나라 전체가 휘청거릴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 엉뚱한 사람들을 수혜자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정부 지원을 딱히 필요로 하지 않을 다주택·고소득자들이다.

특히 올해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임대등록 제도를 부활시킴으로써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전략을 세웠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완화를 비롯해 양도세 중과 배제 한시 유예 연장, 민간임대사업자제도 개선 등이 정책방향에 포함됐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면 그들이 저렴한 가격에 전세를 제공하는 등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규제완화가 과연 효험을 드러내며, 올해 들어 집값 하락폭이 점점 완만해지는 동시에 초급매물로 나왔던 하락단지들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상반기 중 한 번쯤 반등이 있지 않겠냐는 낙관론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게 맞는 길일까. 집값이 내려오지 않을까 기대하던 무주택자들은 결국 다시 한 번 좌절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1주택 영끌족 입장에서도 미국발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어 대출이자 부담은 여전하다. 정부의 지원과 혜택이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규제 완화가 그다지 와닿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결국 이런 정책들의 방향성은 다주택·고소득자 등 자산가들의 배만 불려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집값도 올려주고, 세제혜택도 늘려주고, 대출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만약 몇 년 뒤 미국이 다시 한 번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다시금 금융시장이 활기를 띈다면 다시 한 번 2020~2021년 사이의 유동성 폭탄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부의 재분배 없이 양극화만 끝없이 추진되며 가진 자만 더 갖게 되는 나라가 만들어진다면, 지금의 0.78명 수준으로 줄어든 출산율은 0.5명으로, 0.3명으로 점점 쪼그라들 것이다. 부디 이번 정부가 기자가 생각지도 못한 경기 부양책으로 기자의 걱정을 완벽한 기우로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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