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은 올해 1월 25일부터 2월 8일까지 금융권(증권·자산운용·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카드·캐피탈·저축은행) 총 68개사, 69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2023년 금융 CEO 새 먹거리'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는 5명의 은행장이 익명으로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장들은 국내 경기가 상반기 침체 후 하반기 반등하거나 연중 점진적으로 침체하는 국면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해 ‘상반기 침체, 하반기 반등’에 응답한 은행장은 40%, ‘연중 점진적 침체’를 꼽은 은행장은 40%였다. 나머지 20%는 ‘연중 점진적 회복’을 지목했다.
올해 경기침체 우려를 높이는 가장 위협적인 불확실성 요인에 대해서는 ‘산업·기업 경기 악화(투자, 수출, 소비 부진 따른 실적악화 우려 등)’를 꼽은 응답이 40%로 가장 많았다. ‘가계·기업부채’와 ‘물가상승(고물가 지속 등)’, ‘금리 불확실성’은 각각 20%로 나타났다.
올해 경영전략 핵심 키워드(2개 복수 응답)에 대한 물음에는 ‘리스크 관리, 확장보다 내실 중점’(40%)과 ‘본원적 사업경쟁력 강화’(30%)가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금융소비자보호, 투자자신뢰 회복’(20%), ‘디지털 혁신’(10%) 순이었다.
올해 가장 주목하는 신성장 동력 키워드(2개 복수 응답)로는 50%가 ‘금융플랫폼, 종합금융서비스’를 지목했다. 40%는 자산관리(고액자산가 패밀리오피스, 디지털·대중 자산관리, 유산·상속, 신탁업 등)를 택했다. AI(인공지능)도 10%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해결돼야 할 점에 대한 응답은 ‘규제 완화’가 40%로 가장 많았다. ‘신사업·민간 혁신 정책적 지원’, ‘내외부 제휴 및 협업’, ‘자체 전문성 강화’는 각각 20%였다.
개별 업권별 주관식 문항 질문에는 5명의 시중은행장이 기명으로 상세 답변을 했다.
‘2023년 은행업 기상도를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은행장 대부분은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업황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흐림’ 상황일 것으로 답했다.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 국민은행장은 “올해는 복합위기상황 지속 및 경기침체 본격화로 인해 차주의 건전성 악화 및 자산가격 하락 관련 리스크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금융환경 하에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기반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승열닫기이승열기사 모아보기 하나은행장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및 경기침체에 따른 저성장 기조 지속으로 은행업 또한 정체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이자수익은 증가할 수 있으나 가계부채, 한계기업, 부동산PF 등 취약 부문의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될 우려가 있고 금리 상승에 따른 저원가성예금 감소가 조달 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원덕닫기이원덕기사 모아보기 우리은행장은 “올해 은행업 기상도는 물가, 금리 안정세 및 부동산 시장 하락 완화 등 환경요소를 고려할 때 ‘맑고 구름 조금’으로 볼 수 있다”며 “고금리 상태는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부동산 규제 완화로 최근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줄고 가격 하락 폭도 축소되고 있는 상황인 점으로 보아 전년 대비 불확실성은 감소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석용닫기이석용기사 모아보기 농협은행장은 올해 은행업황이 ▲경기침체 가능성 증가에 따른 자산성장 제약 및 건전성 악화가능성 증대 ▲금리 상승에도 불구 이자비용 증가로 수익성 개선 한계 ▲빅테크·핀테크 업체의 사업 확대에 따른 업권을 초월한 경쟁 심화 ▲특별대손준비금적립요구권·예대금리차 공시 등 금융당국 정책 규제 강화 ▲유가증권 손실 증가, 고객의 위험회피경향 상승에 따른 비이자이익 확보 제약 등의 영향으로 맑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기준금리의 경우 은행장들은 대체적으로 현 수준인 3.50%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상반기 3.75~4.00%까지 인상된 후 하반기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기준금리는 현 수준인 3.50% 수준에서 인상 기조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 7월 6.3%에 달했던 물가상승률이 12월에는 5.0%로 낮아지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줄어든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할 것으로 생각되며 미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로 강달러 현상이 약화돼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기준금리는 올해 말까지 현 수준을 유지할 것(3.50%±0.25%포인트)으로 전망되며 향후 기준금리의 흐름은 미 연준의 금리정책 방향 및 국내외 물가상승률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으나 기준금리가 올해 1분기 3.75%까지 인상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이후 기준금리는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2023년 말까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기준금리 동결 또는 완만한 하락세로의 전환이 전망된다”고 전했다.
은행장들은 금리 상승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경기침체 현실화로 인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악화가 예상되며 이로 인해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주요 이슈인 복합위기상황에 적시 대응하고자 ‘복합위기상황 대응체계’를 구축했고 앞으로도 금리상승기 차주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고, 위기관리 과정에서 금융소외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올해도 그간 높아진 금리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가계부채, 한계기업, 부동산PF등 취약 부문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동시에 정부의 정책 방향에 발맞춰 시행하는 취약차주 지원정책과 신속금융지원프로그램, 구조조정지원제도 등을 활용해 어려운 소상공인 및 중소법인 등 취약차주의 부실을 최소화 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금리 상승기 건전성 관리 및 대손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대출 우량 비중 확대, 한계기업 연착륙 지원 등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국내 기준금리 및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 및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인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핵심사업인 가계 및 기업대출 관리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강화하고, 선제적인 자산·부채 금리만기 관리로 금리리스크 발생 요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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