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따른 상환 부담 경감을 위해 대환대출에 대해 한시적으로 기존 대출 시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고 채무 조정제도 적용 대상도 확대한다. 워크아웃 대상을 소규모 기업까지 확대하는 등 기업 부실 확대 방지에도 나선다.
대주단 협의회 재가동…부실 PF 사업장 정상화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업무계획’을 통해 “올해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PF 부실화에 대비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금융위는 대주단 협의회를 가동해 부실 PF 사업장의 정상화 포함해 자율적인 정리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09년에 제정된 ‘PF 대주단 협약’을 재정비한다. 대주단 협의회는 채권금융기관 간 공동관리를 통해 부실 PF 사업의 구조개선과 사업 정상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사업 정상화 가능성이 큰 경우 만기 연장이나 사업 재구조화 등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고, 가능성이 작은 경우 공매 등을 추진하는 등 사업장별 맞춤 정상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필요시 펀드 규모 확대도 검토한다.
사업성이 양호한 정상 PF 사업장에 대한 보증지원과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시장안정프로그램을 통한 자금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는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확대 개편해 5조원을 신규 공급한다.
여전사의 지원 범위는 ‘A-’에서 ‘BBB-’ 이상으로, 대기업 계열 지원 한도는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각각 확대한다.
주담대 대환시 기존 시점 DSR 적용…고소득자 전세대출 허용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대출자의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 대책도 마련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상환 부담 경감을 위해 주담대 만기 연장 또는 신규 대출로 대환 시 1년 정도 한시적으로 기존 대출 시점의 DSR 적용하기로 했다. 대출 증액은 허용되지 않는다.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 대출로 대환 신청을 하는 경우 당초 대출을 받았을 때에는 DSR 문제가 없었는데 금리가 올라 대환할 때 DSR 한도가 넘어가는 사례가 있어 원래 대출 시점의 DSR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전반적인 DSR 정책 완화 기조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차주들의 상환 부담 완화를 위해 채무조정제도 확대와 대환 상품 활성화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한 주담대 상환이 어려운 차주를 ‘재무적 곤란 차주’에 포함해 원금상환유예 및 조건변경을 통한 대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9억원 미만 주택보유자에 대해 차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70% 이상인 경우 최대 3년간 거치기간이 적용되는 원금상환유예를 적용한다.
또 기존 전세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됐던 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초과 1주택자 및 시가 9억원 초과 1주택자에 대해서도 전세대출 보증을 제공한다.
임대보증금 반환목적 대출 관련 규제도 폐지해 투기·투과 지역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2억원 대출한도를 없애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하기로 했다.
규제지역 내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전입 의무 및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다른 주택 처분 의무도 없앤다.
워크아웃 대상 소규모 기업 확대…은행 특별 대손준비금 적립
금융위는 소규모 기업도 워크아웃을 통해 정상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워크아웃 대상 기업을 현행 신용공여액 3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 희망기업으로 확대한다.신용위험평가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업종별 특수성을 반영하고, 리스크가 높은 업종에 대해서는 수시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용공여 10억원 이하 소규모 기업은 약식 신용평가만으로 만기 연장 등이 지원되는 ‘신속 금융지원 프로그램’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채권금융회사의 약식 신용평가만으로 만기 연장, 금리 인하, 신규자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을 통한 민간 주도의 경영정상화 지원이 가능하도록 올해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하고 운용 주체를 한국성장금융에서 캠코로 전환한다.
세일앤리스백(Sale&Lease Back) 등 캠코의 기업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기업 재기를 효과적으로 지원한다.
부실기업이 선제적이고 신속한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오는 10월 일몰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기한 연장도 추진한다.
기업 부실의 금융권 전이 방지를 위해 금융사의 대응 여력도 강화한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 중 예보 기금에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해 금융시장 급변 등으로 일시적 어려움이 있는 금융회사에 대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자본확충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 금융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정례화하기로 했다. 점검결과에 따라 자본확충, 충당금 적립 확대 등 건전성 관리 지도를 진행한다.
금융위는 은행권에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 금융권의 손실흡수능력도 제고한다.
연체·소득 상관없이 생계비 대출…자영업자 가계 신용대출도 저금리 대환
금융위는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층의 자금난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생계비 대출을 다음달 출시하기로 했다. 소액의 급전을 마련하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소득·저신용 차주가 없도록 연체 여부나 소득 유무와 상관없이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제도다.긴급생계비 대출 지원 대상은 불법사금융 피해 우려가 있는 취약계층이다. 기존 정책서민금융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저신용 연체자와 무소득자도 이용할 수 있다.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연 소득 3500만원 이하로 저신용·저소득 요건을 부여했다.
대출금리는 15.9%로 고정금리다. 100만원을 대출하면 월 1만3250원씩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 성실상환자의 경우 추가 대출 시 2%포인트, 금융교육 이수 시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해준다.
지난해 9월 말 도입된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은 기존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에서 전체 자영업자로 확대한다. 대환 한도는 5000만원에서 1억원(법인 최대 2억원)으로 늘린다.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연 7% 이상 금리의 대출을 연 6.5% 이하의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돕는 제도로, 8조5000억원 규모로 마련됐다.
사업자 대출로 한정된 대환 대상 대출은 일정 한도의 가계 신용대출까지 늘어난다. 상환구조도 기존 2년 거치·3년 분할에서 3년 거치·7년 분할 상환으로 연장된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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