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는 2021년 8월 이후 1년반 가량 금리를 총 3.00%p 올렸는데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숨 고르기를 하게 됐다. 직전까지 일곱 차례로 연속 금리인상도 멈췄다.
경기를 생각하면 금리인상 사이클을 일단 멈추고 금리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간 금리인상 파급효과 확인 시점으로도 간주되고 있다.
금통위를 앞두고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는 지난 2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한은은 올해도 계속적으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되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보다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2023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직전(2022년 11월) 1.7%를 소폭 하회하는 1.6%로,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직전(3.6%)을 역시 밑도는 3.5%로 예상됐다.
통방문은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동결에도 금통위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 기자회견을 통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내서 시장심리 안정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뒤 열린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금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에는 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하여 매회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그 이전에는 금리를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해오던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금일 결정은 이러한 과거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종금리(terminal rate) 점도표(dot plot)에서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 여지를 열어두는 의견이 높았다. 금통위는 총재 포함 7인 체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중 최종금리에 대해서 1명은 현재 3.5% 수준 동결이 적절하다고 했고, 5명은 당분간 기준금리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하며 "바로 그런 이유에서 이번 동결 의미가 기준금리 인상이 끝난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봐야한다는 결정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금리차를 고려할 때 한은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이 유효할 수 있는 면도 있다. 앞서 1월 31일~2월 1일(현지시간) 미국 연준(Fed)은 2023년 올해 첫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FFR)를 4.5~4.75%로 직전보다 0.25%p 올렸다. 다소나마 '속도조절'이다.
2월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3.5%)과 미국(4.5~4.75%)의 정책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25%p를 유지했다. 하지만 오는 3월 21~22일(현지시간) 미국 FOMC가 예정돼 있는데, 최근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 기조 강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 기준금리보다 큰 폭 웃도는 상태를 오래둘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를 높여 원화가치 하방 압력이 될 수 있고, 특히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국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 총재는 2월 금통위 금리 동결 후 기자간담회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을 더 드리면, 지난해 4월 이후 매 금통위 회의 시 기준금리를 인상해오다가 금번에 동결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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