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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인사가 고팍스 대표로… 회사 운영은 ‘이준행 체제’ 그대로

기사입력 : 2023-02-21 18:03

(최종수정 2023-03-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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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이사 4명 중 3명을 바이낸스 인사로

이준행 대표 등은 모두 등기이사에서 사임

레온 풍 대표는 주요 의사 결정에만 참여

당국 신고 문제 해결 뒤 인수 공식화할 듯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 ‘고팍스’(스트리미)의 이준행 대표./사진=고팍스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 ‘고팍스’(스트리미)의 이준행 대표./사진=고팍스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 ‘고팍스’(스트리미)가 레온 싱 풍(Leon Sing Foong) 바이낸스 아시아 태평양 대표를 신임 대표로 맞았다.

창업자인 이준행 대표와 공윤진 최고기술책임자(CTO·Chief Technology Officer), 박준상 최고재무책임자(CFO·Chief Financial Officer) 등은 모두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다만, 회사 운영은 이준행 대표를 비롯해 기존 경영진이 그대로 이어갈 방침이다. 이준행 전 대표는 이달 초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면서 “회사 경영은 이어갈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업계는 레온 싱 풍 대표가 이준행 대표와 고팍스를 함께 이끌게 됨에 따라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아직 고팍스 측은 이와 관련해선 공식적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대표·사내이사 모두 바이낸스… “등기임원 변경한 것뿐”

21일 가상 자산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최근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아 태평양 대표를 대표이사에 선임하는 등 등기임원 변경을 완료했다.

대표에 이어 사내이사도 모두 바이낸스 사람으로 앉힌 게 주목된다.

바이낸스 한국 사업을 담당한 스티브 영 김(Steve Young Kim)과 바이낸스 산업 회복기금(IRI·Industry Recovery Initiative) 이사인 지유자오(Ji Yu Zhao)도 사내이사가 됐다. 박덕규 KB인베스트먼트(대표 김종필) 이사는 기타 비상무 이사로 남는다.

레온 싱 풍 신임 대표는 미국의 대표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Uber·대표 다라 호스로우샤히)와 쏘카(Socar·대표 박재욱)를 거쳐 바이낸스에 2021년 합류했다.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고팍스 창업자인 이준행 대표는 레온 싱 풍 신임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맡을 전망이다. 회사 운영은 이 대표가 하고, 레온 풍 대표는 주요 의사 결정에만 참여한다. 경영상으론 크게 바뀌는 게 없다는 얘기다.

바이낸스는 이 대표가 기존에 보유하던 고팍스 지분 약 41.22%를 인수할 예정이다. 이달 초 IRI를 통해 자금난에 빠진 고팍스를 지원했었는데 당시 상당한 규모의 지분율을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IRI 지원금과 이 대표 인수대금을 합하면 1000억원 이상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고팍스 관계자는 “이준행 대표가 등기이사는 사임했지만,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로서 경영은 계속할 것”이라며 “경영상 변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업계는 이미 기정사실화

아직 구주 인수 작업 완료 여부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가상 자산 업계에선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자오 창펑(Zhao Changpeng) 바이낸스 CEO는 3일 본인 트위터(Twitter) 계정에 “바이낸스는 한국의 가상 자산 거래소 ‘고팍스’ 인수에 나선다”고 올렸다가 삭제했었다.

또한 바이낸스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전 세계 가상 자산 거래량 3위인 한국 시장 진출을 기회가 될 때마다 노려왔다.

지난 2020년 계열사 ‘바이낸스코리아’를 설립해 국내 직접 진출을 도모했었다. 하지만 자금세탁 방지, 투자자 보호 등 금융당국의 규제 장벽이 높아 ‘국내 원화 결제 거래소’ 인수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바이낸스코리아도 2020년 말 문 닫았다.

방향을 튼 뒤 얼마 안 돼 2021년 5월엔 빗썸 인수설이 돌기도 했다. 빗썸(Bithumb·빗썸코리아 대표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이 바이낸스코인(BNB)을 상장한다고 밝힌 시기다.

하지만, 이후 빗썸의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가 계속 대외적으로 불거졌다. 빗썸을 실제로 인수하려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설에 불과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한국 진출을 계속 노리던 찰나에 더 저렴하면서도 경영에 최대한 개입할 수 있는 고팍스가 최적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는 부산시와 협약을 맺고 부산 디지털 자산 거래소 설립을 돕고 있다. 기술, 인프라(Infrastructure·사회적 생산 기반) 등을 지원한다.

부산시는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행정 지원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Hub‧중심축)를 꿈꾸는 부산시를 거점으로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려는 움직임이다.

세계 3위 가상 자산 거래소 ‘FTX’(임시 대표 존 J. 레이 3세) 파산 이후부터는 위기를 기회 삼아 확장력도 높였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가상 자산 기업에 손 내밀거나 인수전에 뛰어드는 식이다.

지난해 11월엔 부실기업을 돕고자 10억달러(1조2676억원) 지원을 선언했다. 일본의 가상 자산 거래소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SEBC)과 인도네시아 가상 자산 거래소 ‘토코크립토’(Tokocrypto) 등 대규모 인수 소식을 곳곳에서 알렸다. 당시 인수 방식은 지분을 사들인 뒤 사내이사를 교체하는 전략이었다.

이번에 고팍스 인수 작업이 완료될 경우, 현행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국내 거래소를 통해 한국 시장에 다시 진출하는 셈이다.

‘인수 공식화’는 언제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공식화는 언제쯤 이뤄질까?

업계는 실명계좌 유지와 금융당국 신고 문제 해결 뒤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직 바이낸스와 고팍스 측은 지분 거래에 관해 함구하는 상황이다.

고팍스는 지난해 2월 전북은행(행장 백종일닫기백종일기사 모아보기)으로부터 실명계좌 제공 계약을 체결한 뒤 4월부터 원화 마켓을 운영해왔다. 전북은행은 고팍스의 최대 주주 변경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 의무 이행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앞두고 전북은행 고심이 깊다. 바이낸스의 서류상 본사가 조세회피처인 케이맨 제도(Cayman Islands)라는 점과 자오 창펑 바이낸스 CEO 등 주요 임원들이 미국 검찰로부터 자금 세탁 공모 혐의를 받는 점 때문이다. 전북은행이 실명계좌 제공 계약을 철회할 경우, 고팍스의 가상 자산 사업자(VASP·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 지위는 박탈될 수도 있다.

또한 고팍스는 이번에 등기임원이 변경되면서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원장 박정훈)에 변경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절차도 밟아야 한다. 최대 주주 변경은 신고사항이 아니지만, 등기임원이 바뀌는 경우는 신고사항에 해당한다.

FIU 고시에 따르면 ▲명칭·대표자·소재지 등 신고인 ▲대표자 및 임원 현황 ▲사업 유형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등의 내용이 바뀔 경우, 변경 신고할 의무가 있다.

위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공식화도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의 태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한다는 무성한 소문이 돌 땐 금융당국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취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가상 자산 사업자 주주 변동에 대한 제재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기임원이 변경되면서 개입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이달 중순 FIU는 고팍스와 전북은행을 만나 상황 설명을 듣기도 했다.

한편, 바이낸스와 같이 외국계 기업이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를 인수한 사례는 이미 있다. 지난해 글로벌(Global·세계적인) 디지털 자산 플랫폼 ‘크립토닷컴’(대표 크리스 마스잘렉)이 오케이비트(OKBIT·대표 라파엘드마르코이멜로)를 인수했었다. 등기임원 변경으로 FIU에 신고를 제출했고 금융당국은 이를 수리했다. 오케이비트는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 코인 마켓 거래소라 비교적 수월하게 심사를 통과하는 게 가능했다.

한 가상 자산 업계 관계자는 “고팍스의 이사회 등기가 완료되면서 변경 신고를 위한 작업이 한창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 주주 변경 사안과 관련해 전북은행과 금융당국, 고팍스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소통하는지에 따라 인수 공식화 시일이 달라질 것”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로 국내 시장이 당장 눈에 띄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향후 고팍스랑 오더 북(Order book·매매 주문 장부) 연동이 맺어지면 업계 지각 변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아무래도 투자자들은 유동성에 따라 거래소를 바꾸는 경향도 강하고, 바이낸스가 상장 종류도 35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워낙 많아 국내 투자자에겐 매력적이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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