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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집권은 옛말…금융지주 수장 패러다임 바뀐다

기사입력 : 202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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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3곳 전격 회장 교체…새 인물 대세로
정부·당국, 지주 지배구조 메스…CEO 자격 강화

장기 집권은 옛말…금융지주 수장 패러다임 바뀐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 주요 금융지주 수장에 새 인물이 급부상하며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연임 가능성이 높던 금융지주 회장이 줄줄이 교체되면서 새 정부 들어 금융권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기조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수장에 이어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까지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장기 집권 시대도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펀드 사태 등 금융사고 책임론 부각 세대교체 바람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당국 수장들은 잇달아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해왔다.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말 사모펀드 불완전 사태 등의 책임을 지고 연임 대신 용퇴를 결정했다. 이에 신한금융은 차기 회장 후보에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전 신한은행장을 선정했다.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라임 펀드 사태 관련 금융당국 중징계를 받은 뒤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NH농협금융 역시 작년 12월 손병환닫기손병환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후임으로 이석준닫기이석준기사 모아보기 전 국무조정실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5대 금융지주 가운데 3곳의 수장이 한꺼번에 교체됐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각 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데다 그룹 후계 구도 등을 고려했을 때 회장 연임을 유력하게 전망해왔다.

하지만 신한금융을 시작으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금융권의 장기집권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정부가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원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회에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총 임기가 6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반복적인 연임으로 인한 권한 집중을 막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게 법안 발의 배경이다.

임원선임 투명성 제고…책임경영 위한 내부통제 제도 개선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본격적으로 제도 정비에 나선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인이 없는,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과거 공익에 기여하는 기업들이었기 때문에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설립 대신 인허가 형태로 운영 중이고 과거 위기 시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주인 없는 조직에서 CEO를 어떻게 선임하는 게 맞는 건지, 지금의 인사시스템이 누구나 납득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가진 건지 따져봐야 한다”며 “내부통제 사고와 관련해 임원 선임 절차를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도개선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임원책임 명확화를 통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고, 임원선임 절차의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내치를 통한 ‘셀프 연임’을 제도적으로 막고 CEO 자격요건도 강화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최근 주인 없는 그룹의 CEO 선임과 관련된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CEO 등 임원선임과 관련된 절차적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겠다”고 보고했다.

우선 임원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독립성 제고를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는 2020년 6월 금융사 임원선임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내용의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CEO의 적극적 자격요건 신설, 이사회를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사로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금융사 대표이사의 임추위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주요 임원 추천 과정에서 임추위 위원의 3분의 2 이상(현행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위원 본인을 임원 후보로 추천하는 결의에는 위원 본인의 참석과 의결권 행사를 금지한다. 감사위원 및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임추위 결의에도 대표이사의 참석과 의결권 행사를 금지한다.

CEO가 임추위에 들어가거나 본인 측근들로 이사회를 구성한 뒤 내치를 통해 셀프 연임하는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들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업무를 다하지 못한 사외이사들을 연임시키며 ‘거수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개정안은 또 대표이사와 대표집행임원의 자격요건으로 금융전문성, 공정성, 도덕성, 직무전념성 등 적극적 자격요건을 규정해 CEO로서 적합한 자질을 구비했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사외이사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는 이사회를 금융, 경제, 법률, 회계, 전략기획, 소비자보호, 정보기술 등 다양한 분야 출신의 이사들로 구성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금융사 조직문화와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통제 권한을 가진 고위경영진과 임원의 내부통제 관련 최종 책임을 강화해 내부통제를 내실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규정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불완전판매, 횡령 등 금융사고 지속 발생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대표이사에게는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해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한다.

다만 책임 범위는 사회적 파장이나 소비자 건전성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 금융사고에 한정한다. 대신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능한 합리적 조치를 취했을 경우 책임을 경감·면책해 내부통제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최근 일어난 각종 금융사고와 관련해 이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판단하고 이사회가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업무를 감독하도록 내부통제 감시·감독의무를 명문화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올 1분기 중 업계 의견수렴과 조문작업을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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