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2010년 7조 8000억원 규모였던 그룹 매출은 2020년 20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재계 순위는 2019년 기준 22위로 2010년 30위에서 8계단이나 상승했다.
유통과 패선, 리빙·인테리어 등 3대 핵심 사업과 더불어 그룹 사업 다각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방향은 명확해졌다. 모든 초점이 ‘비전 2030’을 향해 있다. 정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 주기가 빨라지는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지만 남들이 가는 길을 따르기보다 우리만의 성장의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전 2030’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 시행착오도 생기겠지만, 위축되지 말고 계획을 보완해 가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기본 가치에 충실
정 회장은 3대 실천가치를 설명하며 가장 먼저 “각자 업무와 사업전략을 추진할 때 형식을 버리고 ‘가장 기본적 가치와 목적에 충실함’(Based on Basics)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그룹 핵심 사업은 유통이다. 유통업을 꾸리는 운영자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가치는 더 많은 고객에게 고품질 서비스와 만족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 회장이 개발 콘셉트 수립부터 공간 구성까지 직접 챙기며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더현대 서울’은 최고 핫플레이스로 등극하며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특히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개점 1년만에 매출 8000억원을 돌파하며 백화점 업계 최단 기간 연매출 1조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더현대 서울 매출이 9500억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1조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점 3년차에 1조원을 달성하는 셈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1조원 달성하는데 5년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다.
정 회장은 광주에 ‘더현대 서울’을 능가하는 ‘더현대 광주’를 복합몰로 구상하고 있다. 기존 교외형 쇼핑몰이나 창고형 매장과는 차별화한 테마파크형 복합쇼핑몰로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은 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현대 광주’는 현지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다. 지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환원해 지역경제와 동반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주변 전통시장과 중소상인과의 상생 의지도 강조했다. 기존 상권과 겹치지 않는 럭셔리 브랜드와 광주 지역에 선보인 적 없었던 새로운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리프레이밍’ 통한 최적 가치
현대백화점은 올해 첫 MOU로 헬스케어 기업과 손을 잡아 눈길을 끌었다. 백화점과 헬스케어 협업이라 쉽게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지만 이는 정 회장이 강조한 ‘리프레이밍(Reframing)’을 고려하면 이해가 쉽다.정 회장은 “‘고객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본원적 고민을 하면서, 바뀐 경영환경에 맞게 사업 내용과 방식을 변화시켜야 생존이 가능하다”며 “고객과 시장, 경쟁자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리프레이밍’을 통해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살피고 변화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리프레이밍’을 통해 단순히 백화점업에서 고객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차원의 서비스업에서 더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이 헬스케어 업체 킥더허들과 손잡고 기존 백화점에서는 제공하지 않던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계획하고 있는 이유다.
현대백화점과 킥더허들은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헬스케어 특화 체험형 스토어를 오픈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개인에게 맞는 성분 등을 파악하고 건강 관련 식품, 보조제 등을 맞춤형으로 설계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등을 체험하는 신개념 매장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수요자 중심 시각에서 개개인에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별화된 헬스케어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라며 “고객들 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더욱 트렌디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과감한 도전
정 회장은 3대 실천 가치를 설명하며 마지막으로 담대한 도전을 얘기했다. 그는 “담대함을 바탕으로 다양한 내외부 파트너십을 키워 개인과 회사, 협력사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을 이뤄내야 한다”며 “기존 사업의 성장과 신규 사업 진출 측면에서 다양한 협력을 시도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 ‘비전 2030’ 성장전략을 구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실제 정 회장은 최근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홈쇼핑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렌탈케어 경영권을 사모펀드 운용사인 시에라인베스트먼트에 넘겼다. 정 회장은 매각을 통해 얻은 자금을 미래 성장전략에 부합하는 신사업이나 M&A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 해에만 세 차례 M&A를 추진하며 공격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먼저 글로벌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9000억원 투자해 품었으며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이지웰이 모바일 식권 기업인 벤디스를 371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어서 자동차 스프링 분야 국내 1위 부품사 대원강업도 인수했다. 현대그린푸드가 대원강업 지분 14.3%를 400억원에 매입해 현대그린푸드를 비롯한 현대홈쇼핑, 현대쇼핑 등 현대백화점그룹이 보유한 대원강업 지분은 총 29.74%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자동차 부품사에 투자한 이유로 ‘사업 다각화’를 꼽고 있다. ‘비전 2030’을 위한 행보인 셈이다.
이처럼 현대백화점그룹은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이 이를 통해 그가 말한 ‘우리만의 성장의 길’을 찾아 나갈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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