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롯데 회장은 2023년 계묘년 신년사에서 이 같이 밝히며 그룹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메디컬, 바이오 등 헬스 앤 웰니스 분야와 모빌리티, 수소와 친환경 사업에 투자를 진행하며 도전을 시작했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서 선도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핵심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이뤄진 BMS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일진머티리얼즈 등 대규모 투자를 언급하며 “그룹과 회사 비전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투자라고 생각해 대규모 투자임에도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이어진 신 회장의 발언을 종합해 봤을 때 그의 관심사는 ‘그룹 체질 개선’에 집중되어 있는 듯 보인다. 롯데는 식품 사업을 모태로 유통, 호텔 등 내수 산업을 중심 그룹으로 성장해 왔다.
이에 신 회장은 오랜 시간 그룹 체질 개선에 힘써왔다. 그 결과 롯데케미칼이 주축인 롯데그룹 화학 사업군은 2021년 그룹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유통 사업군 매출 비중(27.5%)을 앞질렀다. 사실상 그룹 주력 사업이 유통에서 화학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해 정부 특별사면 결정에 따라 사법 리스크에서도 벗어난 신 회장은 체질개선에 더욱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대외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으며 37조원에 달하는 5개년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두 번째로 비중이 큰 사업 부문은 화학이다. 25%에 달하는 7조 8000억원을 화학 부문에 투자해 수소, 배터리 친환경 사업 투자와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및 범용 석화 사업 설비 증설 등에 나선다.
신 회장이 올해 VCM에서 BMS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일진머티리얼즈를 콕 집어 언급한 것과 향후 5년간 투자 비중을 고려했을 때 롯데그룹 체질개선을 선도할 핵심 주축은 바이오와 화학 사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신속한 추격으로 바이오 강자 기대
롯데지주는 지난해 3월 제 55기 주주총회에서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은 롯데지주가 직접 투자하고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며 바이오사업을 롯데 신성장 동력이라고 공식화했다. 이어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시켰다.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사업 발표 후 기업 출범까지 불과 3개월 만에 모든 것이 진행됐다. 그만큼 신 회장 의지가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 신 회장은 바이오 사업 발표 후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 직접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ristol-Myers Squibb)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둘러봤다. 바로 다음 달인 5월에는 이사회를 열고 BMS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의결했다.
신 회장 의지 덕분에 법인 출범 후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롯데 바이오 사업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5월 BMS 시러큐스 공장 인수 계약을 한 후 지난 12월 31일부로 1억 6000만달러(약 2080억원)에 모든 인수 절차를 완료했다.
통상적으로 신규 공장을 증설하여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 상업 생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제약사 노하우가 집약된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함으로써 시장 진입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했다. 신 회장이 이처럼 바이오 사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전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2020년 3400억 달러에서 2026년 6220억 달러로 연 12%이상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롯데가 진출하는 항체 의약품 시장은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꾸준한 신약 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주력 시장이다. 연평균 성장률 10%의 안정적 성장이 전망되는 분야다. 대표적 항체 의약품 CDMO 기업들에서 높은 수준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지만 생산 시설 부족으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신 회장은 시러큐스 공장을 롯데바이오로직스 북미 센터로 육성하기 위해 ▲ADC 위탁 생산 서비스 제공 ▲임상 물질 생산 배양 시설 및 완제 의약품 시설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도 메가 플랜트를 신규 건설할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총 30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3개 메가 플랜트, 총 36만L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국내에 갖출 예정이다.
올 하반기 첫번째 메가 플랜트 착공을 시작으로, 2025년 하반기 준공, 2026년 하반기 GMP 승인, 2027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034년 3개 메가 플랜트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매출액 30억 달러, 영업이익률 35%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메가 플랜트 단지를 ‘롯데 바이오 캠퍼스’로 조성헤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인 스타트업, 벤처들이 시설을 이용하며 협력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바이오-벤처 이니셔티브’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부터 상업 생산에 이르는 제약 산업 밸류 체인 전반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속적 투자를 바탕으로 롯데와 시너지를 만들어 바이오 CDMO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부가 석유화학→고부가 2차전지·수소 전환
롯데그룹은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을 인수하며 화학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후 화학 사업 성장세에 힘입어 재계 5위 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현재 롯데그룹은 화학군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과 함께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에 직간접적 투자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 매출 선두를 이끌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20조원을 돌파하며 그룹 간판 사업으로 도약했다.
롯데케미칼은 매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통해 성장을 꿈꾸고 있다. 핵심 사업 부문인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낮추고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케미칼 실적에서 석유화학 사업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부 매출은 3조5874억원으로 전체 매출(5조6829억원)의 63.1%를 차지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확산하고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석유화학 사업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체질 개선’을 내세우고 있다. 김교현닫기김교현기사 모아보기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지난해 5월 ‘2030 비전·성장전략’ 발표 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6조원을 투자해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모든 역량을 집결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면 자칫 실기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친환경 사업 투자를 다시 구체화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4조원을 투입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두기업으로 올라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작년 6월 미국 내 소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완전 자회사인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USA를 델라웨어주에 설립하고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주체로 세웠다.
이어 지난해 10월 주식매매계약(SPA)을 통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5%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고, 11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업체다. 동박은 배터리 음극재 등에 사용되는 얇은 구리막이다.
이번 인수는 롯데케미칼 2차전지 소재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 계획 일환으로 추진됐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분리막 원료로 활용되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계 기초화학물질 제조업 등을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바탕으로 수소·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확장에 힘을 쓸 계획이다. 황진구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경쟁력 확보와 함께 고부가 제품군 확대로 회사의 경쟁력 확대를 이뤄나가겠다”고 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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