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한 계열사는 현대글로비스 한 곳이다. 그룹 전체로 놓고 보면 위기 대응에 초점을 두고 인사폭을 최소화하면서도, 현대글로비스만큼은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로운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규복 부사장은 재무전문가로 손꼽힌다. 특히 그는 현대차 미주관리사업부장 등을 역임하며 미국에서 수익성 중심의 경영체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미국사업은 현대차가 최근 역대급 실적을 쓰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지역이다.
지난 2019년 이 부사장은 현대차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나와 팰리세이드 미국 물량을 3만대에서 8만대로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팰리세이드는 미주 권역 내 수익성을 견인할 수출 차종"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 부사장은 현대차 브라질법인 재경담당, 프랑스판매법인장, 미주유럽관리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다양한 해외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근까지는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장과 차세대ERP(전사자원관리)혁신센터장을 겸임하며 경영 시스템 전반의 혁신을 담당했다.
이 부사장을 현대글로비스의 새 수장으로 내정한 것은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추진해야 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방법은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하는 개편안이 유력하다. 이를 위해 추진한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안이 지난 2018년 시장의 반대로 막힌 적 있다. 결국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정공법' 외엔 다른 방안을 시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가 바로 현대글로비스(20.0%)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자체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글로비스의 사업은 물류·유통·해운으로 나뉜다. 생산된 완성차를 운반하거나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는 운송업이 주를 이룬다. 이는 현대차·기아 등 그룹사 의존도가 크다.
현대글로비스는 꾸준히 해외사업 확장을 통해 그룹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했지만 비중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작년 1~3분기 현대글로비스가 거둔 총 매출액은 20조1702억원이다. 이 가운데 자회사를 제외한 현대차·기아 등 기타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한 매출거래액은 14조0891억원이다. 비중은 69.85%에 달한다. 10년 전인 2012년 80%가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낮아졌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일감몰아주기 감시대상인 '내부거래비중 12% 이상' 훌쩍 뛰어넘는다.
결국 현대글로비스가 새로운 사업에서 기회를 찾아 기업가치 상승과 기존 사업 의존도 탈피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재무 역량 및 다양한 글로벌 사업과 실적을 가진 이 부사장이 적격이라고 판단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선택한 신사업은 로봇과 수소다. 작년 정관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두 사업을 새롭게 추가했다.
특히 로봇사업은 이 부사장이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에서 진행해 온 업무와 연장선에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로봇 인지기술, 인공지능, 제어기술 도입 등을 통한 공장과 물류 시스템의 자동화·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제조혁신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건립한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 참여했다.
또 현대차그룹이 1조원대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전에도 현대글로비스가 참여해 지분 10%를 직접 투자한 바 있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부사장 주요 경력>
▲1968년생/서울대 경제학 학사/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장(전무)/현대차 미주유럽관리사업부장(전무)/현대차 프랑스판매법인장(상무)/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후보(부사장)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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