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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키우기 힘들다” 사원 한마디에 육아휴직 확 늘린 권영수

기사입력 : 202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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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스타일’ 조직문화 혁신에 박차
“실패해도 좋다” 사내독립기업 파격적 권한

▲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가운데)이 2022년 1월 10일 기업공개(IPO)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이미지 확대보기
▲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가운데)이 2022년 1월 10일 기업공개(IPO)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권영수닫기권영수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부임하며 새로운 프로필 사진을 공개했다. 동그란 안경에 정리하지 않은 듯한 수염, 검은 니트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 애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와 어쩐지 비슷한 차림새다. 양복 차림으로 단정하게 찍었던 기존 프로필 사진과는 다른 자유분방함이 느껴졌다.

권 부회장은 실리콘밸리 IT 리더들을 존중하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

특히 애플에 대해서는 각별했다. 권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던 LG디스플레이 대표 시절, 핵심 거래처가 애플이었다. 잡스가 2011년 건강상 이유로 애플 CEO 직에서 물러나자, 권 부회장은 “병 문안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에 대해선 “1년에 최소 3번은 만났다”며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자세는 나도 배워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권 부회장이 단순히 이들 모습만 따라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관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은 듯하다.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 대표직을 지내며 조직문화 혁신에 많은 공을 들였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업무 성과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LG그룹 특유의 보수적 기업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가 남달랐다.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취임사에서도 “경영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 지혜는 경청”이라며 “소통하는 리더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권 부회장이 기업문화 개선방안으로 가장 먼저 내놓은 것은 호칭통일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초부터 모든 직원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권 부회장은 “앞으로 제게 편하게 ‘권영수 님’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동시에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완전한 형태 탄력근무제도 전면 도입했다. 이 밖에도 월 1회 임원·팀장 없는 날 운영, 대면 보고 및 회의 최소화 등을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자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권 부회장 지시로 ‘엔톡’도 개설했다. 직원들이 질문을 하면 권 부회장이 직접 대답할 수 있는 CEO 직통 온라인 채널이다.

엔톡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는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불만과 건의사항이 곧바로 반영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육아 문제로 업무가 가중된다는 건의가 나오자 육아 휴직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됐다. 최대 6개월 임신 및 난임 휴직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서울 여의도 파크원 본사에 사내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신사업과 관련해서는 ‘실패도 용인하는’ 시스템 정착을 위해 사내독립기업(CIC)을 운영하고 있다. 사내독립기업은 법적으로 분사하지는 않은 회사 내 조직이지만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기존 조직으로부터 도움은 받되 기존 조직 문화 등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율적 운영을 보장한다.

권 부회장은 사내독립기업에 파격적 권한을 줬다. 사내독립기업 리더에게 ‘대표’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실제 대표처럼 조직구성부터 인원 선발, 근무시간, 업무공간, 조직문화 등 운영 전반에 대한 권한을 줬다. 사업에서 성과를 내면 기존 조직과 다른 보상체계를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분사에 성공할 시 ‘파격적 보상’도 약속했다. 물론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기존 위치로 되돌아 올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한편 권 부회장은 대외적으로 상당히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국내 CEO들은 다른 기업과 불편한 일이 있더라도 이를 언급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피하는 게 일반적이다. 권 부회장은 조금 달랐다.

그는 LG디스플레이를 이끌던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AH-IPS(레티나·LG디스플레이)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아몰레드·삼성디스플레이) 보다 우월하다”고 말하고 LG디스플레이 제품이 탑재된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를 비교 전시했다.

2011년과 2019년 두 차례 SK이노베이션 등과 벌였던 소송에서도 권 부회장이 배터리 사업 핵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그가 소송전을 주도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었다.

당시 SK측에서도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점을 지적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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