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특정 금융정책에 동원돼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춰왔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과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금융 등에 은행권은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은행연합회가 작년 1월 여야 대선 주자 캠프 측에 “은행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없애 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질적인 관치금융 문제가 끊어졌는지는 의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채권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하면서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을 줄이는 대신 예금 유치를 통한 자금 조달을 위해 금리를 더 높였다. 이에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급기야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은행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여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촉발할 수 있다며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금융권의 인사 키워드에도 관치가 자리 잡고 있다. 윤석열닫기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달 8일 차기 회장 후보에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닫기


김주현닫기


최근 김 위원장이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에 대해 “책임이 명확하다”고 밝힌 데 이어 이 원장도 “중징계가 금융당국의 최종 입장”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 원장은 앞서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인사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관치도 문제지만, 주인이 없는 금융사에 CEO들이 우호적인 세력만 주변에 놓고 이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그렇게 인사하는 것이 맞느냐”며 “이른바 '내치'가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고, 합리적 접점이 필요할 거 같다는 칼럼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원칙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민간 금융사의 인사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한국 경제는 대외 불확실성 파고와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가 놓여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은행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와 금융 선진화 및 발전을 위한 정책이 우선돼야 할 때다.
시장이 만능은 아니지만 시장의 자율 기능을 무시하고 왜곡된 가격통제가 이어진다면 ‘시장의 복수’를 불러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세밀히 판단하지 못한 임기응변식 대처나 시장경제 시스템을 무리한 압박은 부작용이 뒤따른다.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간섭’이 된다면 관치 논란은 끊어질 수 없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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