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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이자 부담↑…금리인하요구권 개선 속도 낼까 [금리인하요구권]

기사입력 : 2022-12-2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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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4대 시중은행 금리인하요구권 이용률 1.8%
‘차주 요구 전 금리 인하’ 내용 담은 법안 발의
“신용상태 개선 선제적 점검 현실적으로 어려워”

고금리에 이자 부담↑…금리인하요구권 개선 속도 낼까 [금리인하요구권]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고금리로 대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개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차주들이 제도를 몰라서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은행이 자체적으로 차주의 신용 상태 변동을 점검해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에 관련 내용의 법안이 계류돼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김희곤·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금리인하요구권 제도개선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자가 취업이나 승진, 재산 증가 등으로 신용도가 개선되면 금융사에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개인뿐 아니라 법인, 개인사업자도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다. 단, 금리 인하를 요구하려는 대출 상품이 신용 상태별로 금리에 차등을 두는 상품이어야 한다. 신용대출, 부동산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이 해당된다.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사, 상호금융과 중앙회에도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금융회사 영업점이나 인터넷·모바일뱅킹으로 신청할 수 있고 전화상담으로도 가능하다. 대출자가 금리 인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금융사는 심사를 거쳐 접수일로부터 10영업일 이내에 수용 여부와 사유를 신청자에게 알려준다.

금리인하요구권은 2019년 6월 처음 법제화됐지만 금융사들의 실제 수용률이 낮은 데다 금융사별 운영실적이 공시되지 않아 소비자가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8월부터 은행, 보험, 저축은행, 카드사 등 금융사들이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비교 공시하도록 했다. 금융사들은 각 업권 협회와 중앙회 홈페이지를 통해 반기별로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공개한다. 차주에게는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주요 사항을 연 2회 정기적으로 문자와 이메일 등을 통해 안내해야 한다.

현행 금리인하요구권은 차주가 스스로 자신의 신용 상태를 파악해 은행에 직접 요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은행의 홍보 부족 등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이 있는지조차 몰라 권리가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거나 은행별로 금리 인하 기준이 상이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출금리 인상의 경우 은행이 변동금리에 따라 자체적으로 반영하지만, 금리 인하는 차주가 직접 은행에 요구해야 해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금융당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이용률은 평균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더라도 수용되는 비율이 30~40% 수준으로,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차주가 직접 요구하지 않더라도 은행이 자체적으로 차주의 신용상태를 확인해 금리를 인하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은행에 금리인하 의무를 부여해 가계부채 부담을 덜고 대출 소비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장한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은행이 차주의 개인신용평점 등 신용상태 개선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요건을 충족하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은행들이 차주의 신용상태를 점검하지 않거나 금리 인하 대상임에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경우에는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박 의원 측은 “개정안에 따라 은행에 적극적인 금리 인하 노력 의무가 부여됨으로써 대출 차주의 부담이 완화되고, 신용상태 개선이 실질적인 금리 인하로 연결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상황에서 이러한 선제적 조치는 효과적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7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해 은행이 신용점수가 상승한 차주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안내하고, 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이유를 차주에게 설명하도록 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 말 은행이 차주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정기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금융당국은 금리인하요구권 제도개선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행이 고객의 신용 상태 개선 여부를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계약의 한쪽 당사자인 은행이 일방적으로 금리를 변경하는 것이 대출 계약의 원칙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는 “신용상태 개선’의 기준이 모호하고 개별 은행의 신용평가 체계도 상이해 점검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임의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변경된 계약의 성립 여부나 효력 발생 시점 등에서 법적 불확실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은행이 차주의 신용상태 개선을 인지하였더라도 대출계약의 내용인 금리를 선제적으로 변경하기보다는 이를 계약자에게 알리고 금리 인하 요구를 할 수 있음을 안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신용상태 개선’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우며 개별 은행의 신용평가 체계도 상이하다는 점을 감안해 법제화보다는 은행별로 자율적인 추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고상근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금리인하요구권 안내 강화 및 홍보 등을 통해 금리 인하 요구 신청 건수가 상당수 증가했고, 올 8월부터 금융사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비교 공시함으로써 은행 간 자율적인 경쟁이 유도되고 있다”며 “개정안과 같이 은행에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 시 제재를 가하는 방식보다는 은행 및 금융소비자의 인식 개선이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방법 등의 개선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 금융권의 자율규제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하여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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