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발표된 국내외 전망기관들의 2%대 경제성장률이 1.7~1.8%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었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수출경쟁력과 내수시장 악화를 초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세는 현재 진행형이며, 최소한 2023년 초반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즉, 올해 우리 경제의 주요 화두였던 물가 상승세는 내년에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원자재 공급가격의 상승이 불러온 인플레이션 여파가 당장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긴축정책으로 높아진 시장금리는 내년에도 금융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채권발행 등 시장성 수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금융비용 증가세는 진행형이다. 여신금융전업사 중에서 국내 민간소비의 결제 및 가계금융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신용카드 업은 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업이다.
신용카드업의 사업구조는 신용판매와 현금성 대출부문으로 구분된다. 신용판매의 경우 가계의 할부 및 일시불 구매를 위한 결제수단으로 카드매출이 이루어진다. 카드매출 수준에 따라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이 창출된다.
또한, 카드사의 현금성 대출은 가계금융 수단인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제공을 통한 이자수익을 창출한다.
올해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수익성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채 및 CP 금리의 추가 상승에 따른 카드사의 조달비용 증가는 향후 수익성 악화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다.
2023년 한해 만기도래하는 카드채 및 CP의 차환발행 규모는 약 26조원에 달할 것이다. 차환발행으로 인한 만기도래 채권의 평균 이자율은 3~4%p 정도 상승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23년 카드사의 이자비용이 최대 2조원 가까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 지속에 따른 높은 마진의 카드론 수요감소도 카드사의 수익성을 훼손하는 요인이 될 듯 싶다.
한편, 2023년 카드사의 건전성도 금년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에는 표면적으로 카드사의 연체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양호한 수준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유지되었다.
금융당국의 원리금 상환 기간 연장 및 이자 지급 유예조치와 카드사의 축적된 위험관리 역량이 맞물리면서 양호한 건전성이 유지되어온 셈이다.
하지만, 2023년에는 추가 상승할 대출금리로 인해 차주의 이자 지급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건전성 하락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DSR 산출에 카드론이 포함되는 규제 지속으로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높은 수수료율의 리볼빙 및 현금서비스의 이용자가 늘어나며, 추가 금리 인상시 대출채권의 부실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내년에도 계속해서 차주별 DSR 규제 대상에 카드론이 포함될 경우 리볼빙 및 현금서비스 이용자는 더욱 늘어나, 카드사의 건전성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카드사의 수익성 둔화 및 건전성 악화는 신사업 진출에 대한 카드사의 행보를 빠르게 할 것이다.
특히, 카드사의 주요 진출사업에서 빅테크와의 경쟁은 한층 심화될 것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의 금융업에 대한 규제 완화조치도 내년 카드사의 주요 사업진출부문에서 빅테크와의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는 카드사의 새로운 사업기회인 동시에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우선 데이터 사업 부문에서 금융당국은 데이터 규제 완화 측면에서 공공 마이데이터 제공대상을 통신ㆍ의료분야 법인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향후 데이터 직접판매, 마이데이터와 연계한 데이터 활용 부가서비스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고도화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매출 정보 등 세부적인 고객 정보 확보 차원에서 카드사와 빅테크사간 데이터 사업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이다.
비용 절감 및 고객 데이터 확보의 필요성은 카드사간 데이터 동맹,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출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2023년에도 PLCC는 카드사의 모집비용 절감 및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를 위해 해당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후불결제 부문에서의 경쟁도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현재 빅테크사의 후불결제업 규모가 확대되며, 카드사의 지급결제 부문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되고 있다.
2023년에는 경기부진 여파 속에 저소득층 및 금융이력 부족자를 대상으로 한 BNPL(Buy Now Pay Later)에 대한 수요가 한층 증가하며, 카드사의 신용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수의 전자상거래 업체가 BNPL 사업에 본격 진출할 것이 예상되어 카드사의 할부수수료 등 수수료 수익 감소를 초래할 개연성이 있다.
BNPL의 경우 소비자는 할부결제 관련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매출실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가맹점이 수수료를 소비자 대신 부담하기 때문이다. 고가 내구재 구입에 부담이 되는 소비자는 신용카드 이용대신 BNPL 사용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여, BNPL은 카드사의 신용판매 사업에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금산분리 완화 측면에서 금융사의 비금융 분야에 대한 투자제한이 완화되며, 카드사의 IT분야에 대한 투자가 한층 확대될 것이다. 카드사의 경쟁력 있는 플랫폼 기업 인수 및 플랫폼 자회사 설립으로 기존 대형 플랫폼 기업과의 본격적인 경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2023년 카드사는 금융비용 절감 차원의 조달원 다양화, 위험관리를 위해 높은 금리 또는 수수료 위주의 금융상품 출시에 있어 수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카드사는 데이터ㆍ플랫폼 사업 강화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사업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겸 한국신용카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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