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SK온과 지난달 29일 서울 SK 서린사옥에서 ‘북미 전기차 공급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은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공장에 SK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 기아 조지아 공장(KaGA), 조지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미국 공장을 통해 전기차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언급한 2025년은 HMGMA가 가동을 시작하는 시기다. HMGMA는 전기차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게 되는 신공장이다.
걸림돌은 미국 정부가 지난 8월 발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은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하는 배터리 소재·부품 비중을 지키는 전기차에 최대치를 지급한다.
최대 보조금 혜택은 1대당 7500만달러(약 1000만원)이다. 이 정도 금액이면 구매 여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모델은 소비자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생산거점을 세우려는 배터리 기업과 협업을 서두르는 이유도 IRA에 대응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이는 것이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추가적인 배터리 협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확대 계획을 보면 1개 기업과 협업하기엔 물량이 꽤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배터리 공급선이 필요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 연간 전기차 84만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배터리 규모로 하면 매년 89GWh 배터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공장 1개 생산규모는 20~30GWh 수준이다. SK온과 협업이 1~2개 공장 분량이라고 가정해도 최소 2~3개 공장이 더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도 배터리 협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확보할 수 있는 ‘배터리 동맹’은 제한적이다. 완성차업체는 양산 품질 안정화를 위해 기존 업체와 협업을 지속하는 것을 선호한다.
현대차는 SK온,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이 가운데 정치적 문제로 미국 진입이 어려운 CATL을 제외하면, 남은 선택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이 회사와 추가 협업이 점쳐지는 이유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슈는 IRA 조정 가능성이다.
이달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갖고 이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IRA는) 조정과 변화가 필요한 결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IRA와 관련해 결함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과 전기차를 포함한 IRA 분쟁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연말경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한 규정 조정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조정안이 성사된다면 내년 출고분부터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아이오닉5·EV6 등 주요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게 된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끄고 배터리업체와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난달 아이오닉5와 EV6의 판매량은 IRA 발효 이전 보다 40~50% 수준으로 줄었는데, 회사가 정책 변경 가능성 등 상황에 대비해 출고량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용전기차 상품 경쟁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에 차있다. 아이오닉5는 2022 세계 올해의 차를, EV6는 유럽 올해의 차를 받는 등 세계 3대 자동차상 가운데 2개를 휩쓴 바 있다.
시장 평가도 좋다. 글로벌 전기차 1위 테슬라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CEO도 지난 8월 “현대차는 잘하고 있다”며 경계한 바 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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