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경기침체로 부동산시장이 가라앉는 상황에서 수도권 단지를 중심으로 한 고분양가 논란까지 겹치며, 올해 청약시장은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빙하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6일 1순위청약을 받은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는 232가구가 일반공급에 나왔지만, 해당지역과 기타지역을 포함해 한 건의 청약 신청도 받지 못했다. 전라남도 함평군 대동면 일원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84㎡ 단일평형 2개 타입으로, 공급금액은 각각 3억1100만원대였다.
함평군의 인구수는 지난 1966년 이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였다. 2000년에 이미 5만명 선이 무너졌고, 2022년 11월 기준으로는 3만848명에 불과해 3만명 선이 깨지기 직전이다. 서해안고속도로와 무안광주고속도로 등이 지나가긴 하지만 버스나 철도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은 편이다.
◇ 심각해지는 인구 데드크로스, 지방에 집 아닌 ‘인프라’ 먼저 갖춰야
이 같은 위기는 비단 함평만의 일은 아니다.
인구감소는 13개 시도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방 중에서는 울산이 2020년 대비 2050년에 25.9%(29만명)로 가장 크게 감소하는 한편, 대구(-25.2%·-61만명), 부산(-25.1%·84만명)도 25%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이 밖에 경남(-57만명), 경북(-40만명), 전북(-31만명), 전남(-27만명), 광주(-27만명), 대전(-25만명)의 인구도 15% 내외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미 지방 인구의 감소는 일찍부터 반복되는 의제 중 하나였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의 인구변화 실태와 유출인구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들어 출생인구보다 사망인구가 더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와 수도권 인구가 지방 인구를 추월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는 89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고시했으며, 이들 지역에 대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신설해 지원하는 등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말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50.1%)가 비수도권 인구를 역전했고, 비수도권 20~30대 청년층의 유출 심화로 인해 수도권-비수도권 간의 인구 격차와 지역 불평등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통계청의 주민등록연앙인구 자료와 월별주민등록인구통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2022년 3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113곳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약 절반(49.6%)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비 2022년 3월 신규소멸위험에 진입한 기초지자체는 11곳으로 나타났으며, 제조업 쇠퇴 지역(통영시, 군산시 등) 및 수도권 외곽(포천시, 동두천시)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단순히 주택만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수요층들이 지방으로 향하게 만들 요인이 턱없이 부족하고, 결과적으로는 기업이 유치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나 인프라를 지방에 먼저 갖춰놓는 것이 급선무”라며, “세종시나 판교의 사례를 좋은 예로 삼아 지역 산단 유치에 힘쓰는 것이 정부가 지향해야 할 균형발전 방안일 것이고, 공공기관 이전도 괜찮은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국토연구원은 “현재 대부분의 지원책들이 청년층 위주와 ‘한 달 살기’ 등 지역탐색 단계의 사업에 치중해있는 게 현실”이라며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청년뿐만 아니라 신중년·노년·외국인·여성 등 다양한 추진 주체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세대조화·통합형 지원시책 발굴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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