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기준금리가 인상되며 제2금융권의 조달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가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조달금리까지 오르자, 2금융권의 대출 심사가 더 까다로워지면서 '컷오프(저신용자 대출중단)' 대상자가 속출하는 중이다.
법정 최고금리 20% 인하 이후 저축은행의 대출 창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15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가계신용대출을 3억원 이상 취급한 32개 저축은행 중 11곳이 신용점수 600점 미만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낮추기 직전인 지난해 6월, 저신용자 대출 미취급 저축은행이 6곳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여년 사이 약 두 배 늘어난 셈이다.
카드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롯데·BC카드)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최저 9.75%, 최고 18.97%, 평균 10.11%다. 비씨카드와 하나카드는 신용점수 700점 이하, 삼성카드는 600점 이하의 대출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신용점수 700점은 5~6등급, 600점 이하는 7~10등급을 가리킨다. 이는 신용점수 700점 이하의 고객들도 카드사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피털사들의 신용대출상품 평균 금리는 최저 12.06%, 최고 18.8%, 평균 15.38%로 집계됐다. 캐피탈사 13곳(OK·메리츠·현대·우리금융·한국·A·JB우리·NH농협·KB·DGB·롯데·하나캐피탈) 중 5곳을 제외하곤 모두 신용등급 501점~600점을 대출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이보다 앞서 신협도 지난달 말부터 연말까지 집단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새마을금고 역시 시장 상황에 맞춰 부동산 개발 관련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관련 대출 비중을 축소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2금융권이 앞다퉈 대출 문을 좁히는 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연 5%대 이상으로 올리며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자 2금융권은 자금조달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법정 최고금리 제한으로 대출금리를 높이는 게 어려워졌다. 대출금리를 수신금리 인상폭만큼 올리지 못하게 되면서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진 셈이다. 대출금리는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만 올리면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고, 장기적으로는 재무 건전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한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우량등급 차주로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데 대출금리는 법정 최고금리 상한이 정해져 있다”며 “결국 신용위험이 높은 저신용 차주의 대출을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8등급 부실 위험성이 7%였다고 가정한다면 지금은 10%로 늘어났다. 지금의 8등급은 8등급이 아닌 9등급”이라며 “저신용 취약차주들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저축은행은 영업 개수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최소 7등급 이상이어야 대출 승인이 나간다”며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8등급 정도가 마진 수준”이라고 말했다. “8등급은 연체 이력이 없다든지 소득수준이 많다는 등 예외적인 보안정보가 있어야 대출이 실행된다”며 “평균적으로는 3등급 상위 차주나 5~6등급 내 일반 차주 기준으로 대출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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