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 불안 요소가 금융권 전반에 산재해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2금융권 회사들이 유동성 부족과 건전성 악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 예금금리 올리고 대출 컷오프 병행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저신용 등급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컷오프(Cut-off)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개인신용대출을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34곳 중 11곳은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에게는 신용대출을 내주지 않았다. 600점은 6~7등급 수준을 나타내는데, 저축은행 신용대출은 통상 신용등급이 6~7등급인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정기예금 금리도 연 6%대까지 치솟고 있다. 저축은행은 소비자의 예금으로 대출 자금을 조달하는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수신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평균은 5.46%로 지난달 9일(4%)과 비교해서 1.46%p가 올랐다.
다만 금융당국이 유동성 확대 조치에 나서면서 시장 불안이 가라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저축은행의 예대율 규제 비율을 기존 100%에서 110%로 완화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시중은행들이 시장 자금을 모두 흡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수신 금리를 인상해 왔는데, 이로 인해 예금 유치를 위한 출혈 경쟁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카드사 여전채 금리 상승, 조달 여건 확보해야
카드사도 자금시장 유동성 위기를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 주요국의 긴축 영향으로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업계의 자금 조달 수단인 여전채 금리가 덩달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채 발행 금리가 이미 6%를 넘어선 와중에 채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조달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 무보증 AA+(3년물) 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지난 2일 5.920%에서 지난 9일 6.030%로 올랐다.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 4월 3%대, 6월 4%대에 들어섰다. 9월 말 5%대까지 오른 후 지난달 21일 6.0825를 기록하며 6%대에 첫 진입했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금리 역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 9월 말 카드론 평균금리는 12.02~14.42%로 나타났다. 지난 4~7월 12%대에서 지난 8월 14%로 치솟은 후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 4곳(신한·삼성·KB국민·현대카드)의 지난 6월 말 카드론 잔액은 작년 말보다 1조 4645억원 늘어난 25조375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엔 자동차 할부 대출 금리도 치솟고 있다. 지난 9일 여신금융협회 공시를 보면 이달 국내 주요 카드사의 신차 최저 할부금리는 할부 60개월 기준 연 6%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에서 현대자동차 그랜저(신차)를 현금 구매 비율 10%, 대출기간 36개월로 할부 구매할 경우 롯데카드가 최고금리 9.1%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이어 ▲롯데카드 8.7% ▲신한카드 6.7~8.6% ▲삼성카드 6.6% ▲하나카드 5.3~6.5% ▲KB국민카드 6.3~6.4% 순으로 집계됐다.
여전채 금리는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지난 6월과 7월, 9월에 이어 이달까지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밝은 가운데 한국은행도 오는 24일 열리는 금융퉁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카드사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올 3분기 지주계 카드사 4곳(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의 실적을 살펴보면 신한카드와 우리카드의 순이익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1%와 2.6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5.8%와 16.78% 감소했다.
수익성이 악화된 데는 비용 증가가 한몫했다. KB국민카드는 이자비용이 다소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2786억원이었던 이자비용은 올 3분기 3488억원으로 25.2% 늘어났다. 하나카드는 올 3분기 수수료비용으로 3128억원을 썼다. 1년 전(2647억원)보다 18.2% 늘어난 수치다. 신한카드의 수수료 및 기타영업비용은 전년 동기(1조655억원) 대비 42% 증가한 1조1297억원을 기록했다.
금리가 추가로 오를 경우 카드사의 부담도 더 커진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발표한 리서치 ‘금융: 금리상승이 촉발한 변동성 확대’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가 1%p 추가 인상될 시 오는 2023년 카드사가 부담할 이자비용은 최근 3개년 평균 손익의 29.7%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 내 금융 취약 자주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금융권 대출은 주로 중·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 등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 상승에 더욱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또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향후 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취급 비중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단기 조달만 하고 있고 이전에 조달했던 자금을 가지고 버티는 상황”이라며 “올해 4분기까지 경영 여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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