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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또 다음 정부로 넘어가나

기사입력 : 202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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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또 다음 정부로 넘어가나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지난 7월 말 국내 대형마트 업계 시선은 한 곳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국민제안 톱10’ 정책 투표였다.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정부가 전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를 폐지하고 신설한 국민 온라인 제안 제도였다.

새 정부 대통령실은 지난 6월 23일 국민제안 코너를 신설해 1만3000여건의 민원 제안 청원을 접수했다. 이후 접수한 민원 제안 중 10개 안건을 추린 다음 대국민 투표에 부쳐 3개 우수 제안을 확정하고 제도화 여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0개 안건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9900원 K-교통패스 도입’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 ‘콘택트렌즈 온라인구매 허용’ 등 온·오프라인 상에서 많이 회자된 이슈들이 포함돼 있었다.

대국민 투표는 지난 7월 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됐고, 1위를 차지한 안건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였다. 11일간 무려 57만 7000여표를 받았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는 투표 초기부터 줄곧 선두를 달렸다. 법 제정 취지와 현실에서 괴리가 컸던 때문일 것이다. 유통업계도 새 정부 온라인 투표를 계기로 정책이 변경될 것으로 내심 큰 기대를 했다.

하지만 우수 국민제안 선정은 실현되지 않았다.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회수, 투표수에서 투명성이 담보돼지 못했다. 결국 대통령실은 지난 8월초 우수 제안 선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여부를 다룰 예정이었던 2차 규제심판회의도 무기한 연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 등에 대해 “당장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 유지’라는 표현에서 보듯 이 정부에서 정책 변경은 요원해졌다.

유통산업발전법은 1997년 제정됐다. 다른 법안들과 마찬가지로 ‘발전’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주요 내용은 ‘규제’에 방점이 찍혀 있는 법이다.

특히 2012년 4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골자로 한 개정안 시행 이후 정부의 유통사업 규제가 본격화했다. 개정안 취지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였다. 그렇다면 이 법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활성화 되었을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소매업 총매출에서 대형 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규제가 도입된 2012년 14.5%에서 지난해 8.6%로 떨어졌다. 확실히 이 법 시행으로 대형 마트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 여러 곳이 폐점했고, 이는 수천명의 고용 감소와 인접 소상공인 매출 감소와 같은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법 시행 여파가 대형 마트에만 미치지 않았다는데 있다. 전통시장이 포함된 전문소매점 비중도 같은 기간 40.7%에서 32.2%로 급격히 줄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같이 옥죄었던 셈이다.

반면 수혜를 본 업종이 생겨났다. 집에서 슬리퍼를 신고 금방 다녀올 수 있는 편의점 시장점유율이 늘었다. 또 온라인쇼핑이 포함된 무점포소매업 시장점유율이 13.8%에서 28.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대형마트와 전통 시장이 유통산업발전법에 발목이 잡혀 성장을 멈춘 사이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전통 시장과 골목 상권 쇠락은 대형 마트보다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있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명칭에 걸맞게 규제가 아니라 기업, 소비자, 소상공인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하지만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를 부실하게 운영하는 바람에 정부는 규제에서 손 뗄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놓쳐버렸다.

그러는 사이 대형마트든 전통시장이든 오프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더 쪼그라들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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