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관 1위 사업자 CJ CGV(대표 허민회, 이하 CGV)도 코로나 사태를 비껴갈 순 없었다. 코로나19 발생 첫 해인 2020년, CGV 매출은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2019년 1220억원에서 2020년 영업손실 3887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왜 이런 부담을 짊어져야 했을까. 역설적으로 그 만큼 이재현닫기이재현기사 모아보기 CJ 회장이 그를 신임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허 대표는 2000년~2010년대 초 CJ그룹의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
2008년 CJ투자증권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할 때 활약한 것을 비롯해 지난 2011년 대한통운 M&A TF팀을 이끌었다. 당시 롯데, 삼성-포스코, CJ그룹이 참여했던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유력한 후보였던 삼성-포스코를 제치고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했다.
2016년 이 회장이 그룹 계열사 등기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대부분 자리를 허 대표가 대체했는데, 이는 CJ 오너일가가 얼마나 그를 신임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17년 이 회장 경영 복귀 후 허 대표는 CJ오쇼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때 CJ오쇼핑은 취급고 기준 업계 3위로 주저앉은 상황이었다. 이 회장이 그를 ‘오쇼핑 소방수’로 투입한 것이다. 허 대표는 저마진 상품 철수, 기획 상품 차별화 등 전략으로 CJ오쇼핑의 1위 탈환에 성공했다.
허 대표는 급한 불부터 껐다. CGV 재무 구조 개선을 의해 지주사인 CJ로부터 2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광고사업을 흡수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힘썼다.
그가 그룹 경영 전반을 다뤄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효율 영업점을 정리하는 작업도 벌였다. 지난 2020년부터 총 14개점을 철수했다.
코로나19 시기 ‘탈 영화관’ 전략은 불가피했다. 영화 외에 스포츠 중계, 오페라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하는 공간으로 CGV 정체성을 확장했다. 외부와 협업도 적극 추진했다.
최근 영화 관람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결합한 월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벅스와 함께 영화 관람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권도 출시했다.
CGV 관계자는 “현재 고객 성향을 살펴보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구독권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며 “향후 고객 니즈에 맞는 더 좋은 조건의 결합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자체 콘텐츠 강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최근 네이버웹툰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웹툰을 4DX로 개봉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런 노력으로 CGV 체질 개선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 CGV는 지난해 매출 7363억원, 영업손실 2411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와중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26% 이상 성장했고, 영업손실도 전년보다 1000억원 이상 줄였다.
올들어 엔데믹 상황이 본격화하면서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은 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7% 급감했다.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96.9% 증가한 318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만족할 만한 성적표는 아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관객몰이에 성공한 대형 히트작이 등장하지 않았고 여전히 넷플릭스 등 OTT 강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주가는 계속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그동안 CJ 해결사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허 대표가 이런 악재를 극복해내고 CGV 부활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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