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목돈을 한곳에 오래 묶어 두기보다는 예금 만기를 짧게 끊어 갈아타거나 여러 상품에 분산 예치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리가 비슷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예금 상품 중 고민이라면 돈을 넣어두는 목적과 금액에 따라 가입 전략을 선택해 금리 혜택을 최대화할 수 있다.
◇ 은행 1년 만기 예금금리 5% 육박…저축銀 6.5%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가운데 기본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수협은행의 ‘헤이(Hey)정기예금’으로, 연 4.80%의 이자를 준다. 우리은행 ‘원(WON)플러스예금’의 금리는 연 4.66%다. 케이뱅크 ‘코드K정기예금’과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은 연 4.60%의 금리를 제공한다.
은행 1년 만기 적금 금리는 산업은행 ‘KDB드림(dream) 자유적금’이 연 4.66%로 가장 높다. 수협은행 ‘Sh해양플라스틱제로(Zero)!적금 (정액적립식)’(4.50%), 헤이적금(자유적립식)(4.20%),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자유적금’(4.20%), 농협은행 ‘e-금리우대적금’(4.07%)의 금리도 연 4%대다.
최고 연 8% 금리의 적금도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매직(Magic) 적금 by 롯데카드’는 최고 연 8.0%의 금리가 적용된다. 기업은행 ‘IBK 탄소제로적금’과 전북은행 ‘JB카드 재테크 적금(정기적립식)’의 경우 우대금리까지 포함해 각각 최고 연 7.0%, 6.0%의 이자를 준다.
저축은행들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1년 만기 기준 최고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예금은 동양저축은행 ‘정기예금’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비대면 정기예금’·‘비대면회전정기예금’·‘인터넷정기예금’으로, 이자율이 연 6.50%에 달한다.
은행들은 고금리 신상품도 쏟아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1일 새 애플리케이션 ‘뉴 쏠’(New SOL) 출시를 기념해 ‘신한 쏠메이트 적금’과 ‘신한 럭키드로우 적금’을 출시했다.
신한 쏠메이트 적금은 가입 시 초대 코드가 발급되고 지인을 초대할수록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기본 금리 연 1.5%에 우대금리 최대 연 5.5%포인트를 더해 최고 연 7%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12개월 자유적립식 상품으로 월 입금 한도는 30만원이다.
신한 럭키드로우 적금은 쏠 이벤트 페이지에서 ‘십이(12)득(得)이벤트’에 응모하고 금리우대 쿠폰에 당첨된 고객에 한해 가입할 수 있는 이벤트형 적금이다.
기본 금리 연 2%에 10%포인트(1500명), 6%포인트(5000명), 3%포인트(1만3500명)의 금리우대 쿠폰을 제공한다. 당첨된 쿠폰 이자율에 따라 각 연 12%, 연 8%, 연 5%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6개월 자유적립식 상품이며 월 30만원까지 입금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9일 최고 연 6.0% 금리를 주는 ‘KB스타페이적금’을 내놨다. 기본 금리 연 1.8%에 KB스타뱅킹의 ‘Pay 출첵’ 우대금리 최고 연 4.2%를 더해준다. 가입 기간은 6개월이고, 월 1만원부터 3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예·적금 상품에 가입할 때는 은행이 홍보하는 최고금리보다는 자신의 우대금리 조건 충족 가능성과 납입 금액, 예치 기간 등을 반영한 실질 혜택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고금리만 보고 가입했다가 막상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복잡하고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받는 혜택은 미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약관과 상품 설명서를 통해 우대금리 지급조건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우대금리 지급조건 등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창구 직원이나 콜센터를 통해 설명을 요청해야 한다. 우대금리 적용 기간이 예치 기간 전체가 아닌 일부 기간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적금상품은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경우라도 납입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실제 받는 혜택은 이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 금리 인상기, 가입 기간 따라 갈아타기 전략
예·적금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예·적금을 새로 가입하거나 기존에 가입했던 상품을 갈아타는 전략을 고민하는 금융소비자도 늘었다.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전망인 만큼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정기예금의 경우 해지 후 금리가 더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 7월과 비교해 1%포인트 이상 오른 점을 감안하면 가입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예금은 중도 해지로 이자를 거의 받지 못하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더 높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결과적으로 이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만기가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면 기존 예금을 만기까지 유지하는 편이 낫다. 정기예금을 중도에 해지할 때 통상 납입 기간에 따라 기본 금리의 40~80%에 해당하는 이자만 받을 수 있어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 이상 갈아타는 데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만기가 1~2개월 남은 상황에서 기존 예금보다 조건이 좋은 한정 특판 예금이 나왔다면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해볼 수 있다. 기존 예금을 담보로 대출받아 우선 고금리 특판에 가입한 뒤 기존 예금 만기가 됐을 때 그 돈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예금금리에 1.25%포인트를 추가해 예금담보대출 금리를 적용하는데, 1년 전에 비해 예금금리가 1.25%포인트보다 더 올랐기 때문에 몇달 대출 이자를 내더라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 “만기는 짧게 굴려라”…회전식예금·파킹통장 활용해볼만
새로 예·적금 상품에 가입한다면 만기가 짧은 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앞으로 수신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예·적금 만기를 짧게 가져가라고 조언한다.
3개월, 6개월 단위로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한은의 금리 인상 막바지 국면에 더 많은 이자를 주는 예금 상품으로 갈아타면서 금리 인상에 대응하라는 것이다.
적용 금리가 주기적으로 변동되는 회전식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회전식 정기예금은 미리 정해둔 일정한 주기로 금리가 바뀌면 이를 반영해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가입할 때 1~12개월 등 주기를 선택하고, 해당 기간이 지난 시점의 변동된 금리를 새로 적용받아 짧고 유연하게 목돈을 운용할 수 있다. 예금 상품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변동형’ 상품이다.
일반 정기예금의 경우 가입할 때 금리가 만기까지 고정된다. 만약 그사이에 금리가 올라 오른 금리를 적용받고 싶으면 해지 후 재가입해야 하는데 중도해지이율이 약정 금리보다 낮다.
회전식 예금은 지금과 같이 금리가 오를 때에는 다른 상품을 찾지 않아도 높아진 금리에 따라 이자를 더 얻을 수 있다. 금리는 일반 정기예금보다 낮은 편이지만 만기와 상관없이 회전 기간 단위로 해지가 자유롭고 선택에 따라 복리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회전식 정기예금은 회전 주기가 길수록 기본 금리가 높게 설계돼 있다. 당장 받을 수 있는 이자는 다른 상품에 비해 적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년 만기 일반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했다가 만기가 끝나면 다시 금리가 높은 예금을 찾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이자를 챙길 수 있는 ‘파킹통장’도 주목받고 있다. 파킹통장은 차를 잠시 주차하는 것처럼 돈을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이다.
일반 자유 입출금 예금보다 금리가 높으면서도 적금과 달리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여유 자금을 임시로 보관해뒀다가 투자 등에 활용하기 좋다.
자금을 일정 기간 묶어두고 싶지 않고 필요할 때 쉽게 돈을 빼면서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를 얻길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예치금 한도에 맞게 여러 파킹통장을 개설하고 자금을 쪼개서 예치하기도 한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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