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달 현재 소각장 지하에 새로운 시설을 짓고, 기존 소각장은 철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마포구와 주민들이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이에 시는 원활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을 위해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원은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주민대표 3명, 전문가 4명, 시의원 2명, 공무원 1명 등 총 10명이 11번의 회의를 거쳐 28개 항목에 대한 정량평가를 펼친 끝에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고 사업 추진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하면서, 마포자원회수시설이 위치한 상암동에 신규 소각장 부지를 확정했다.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는 신규 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과정 및 결과 개요를 지난 9월15일 공개했다.
다만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상암동 외 2차 후보지 5곳의 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구체적 지명을 거론 할 경우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 상암동이 선정된 이유로는 상암 후보지의 경우 소각장 영향권역(반경 300m) 안에 주택이 없다는 점과 시유지라 토지 취득을 위한 비용·절차가 불필요한 점,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점 등이다.
새로운 자원회수시설이 들어선 뒤에도 9년간 기존 자원회수시설을 계속 가동할 예정이어서, 마포구는 시의 계획에 전면 백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당초 시는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부지로 기존 시설이 있는 자치구는 제외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강동구 지역 서울시의원이 선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강동구는 자원회수시설 유력 후보지 중 하나였던 곳으로 매년 거론됐던 자치구기 때문이다.
서울시 측은 강동구 시의원은 단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마포구 입장에선 서울시의원의 발언권이 없을 리가 없다는 눈초리다.
상암동의 한 주민은 “강동구 시의원이 위원으로 들어가 있는데 어떻게 아무런 일도 안했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서울시는 진행됐던 회의 출석명단까지 공개해야한다”며 “상황이 이렇게 오기까지 무능한 마포구 시의원들은 뭐했는지 모르겠다”고 소리쳤다.
또 다른 주민은 “차라리 서울시 각 지역구마다 하루 300~500톤을 소각할 수 있는 소각장을 운영해야한다”며 “후보지로 꼽힌 강동구는 마포구로 선정됐다고 하자 환호하고 기뻐하고 있다. 특히 강동구 인근에 위치한 하남시 시장도 ‘쾌거’와 ‘환영’ 표현 등 마포구민을 두 번 죽이는 말을 했다. 차라리 피해를 나누자”라고 호소했다.
앞서 이현재 시장은 “이번 서울시 광역쓰레기 소각장의 마포구 결정은 하남시와 하남시민들의 적극적인 대응, 강동구와의 상생 협력을 토대로 이뤄낸 쾌거”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 바 있다. 하남시는 광역쓰레기 소각장이 하남시 인근 강동구에 설치될 거란 내용이 알려지자 강동구와 공동 대응한 바 있다.
마포구청장, 시·구의원, 주민 “소각장 건립 결정 백지화해야”
시는 마포구민들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고자, 해당 소각장과 청소차 진출입로는 지하화하고 배출가스 관리는 법적 허용기준보다 10배 수준으로 강화해 엄격히 관리할 예정이다.소각시설 일대는 1000억원을 들여 명소로 개발하고 인근 주민을 위한 연간 약 100억원의 기금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해당 마포구청장과 마포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 주민들이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마포구는 28일 오후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마포구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는 지역분배 형평성 위배는 행위”라고 강력 규탄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이날 “2018년 7월 고(故) 박원순 시장 재임시절 수립된 ‘강동권역 광역자원회수시설 설치 계획’이 수립됐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계획은 추진이 중단됐다”며 “이때 최초 계획 수립 시에는 설치 대상지를 강동구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로 확정했음에도, 2022년에 마포구로 최종 후보지를 뒤바꾼 셈”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이어 “입지선정위원회에서는 투명한 논의과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소각장 설치 대상지로 추진된 강동구의 시의원은 입지선정위원회 최종 위원으로 위촉됐고, 유력 입지 후보지였던 강동구는 최종 후보지에서 제외돼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 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입지선정위원회의 불투명성과 법령 위반 ▲마포구로의 기피시설 집중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의 지역 분배 형평성 위배 등에 대한 사실을 알리고, 시의회의 역할 강조하며 소각장 관련 예산을 삭감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박 마포구청장은 이어 “마포구는 2005년부터 750톤 용량의 자원회수시설을 운영해오며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음에도, 서울시가 근본적인 폐기물 처리 대책 없이 마포구에 새로운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마포구 주민들에게만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동시에 지역 형평성에도 크게 위배되는 일”이라며 “모든 마포구민과 합심해 서울시의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 결정 철회를 위한 적극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포구 지역 서울시의회 의원들도 나섰다.
김기덕 서울시의원은 “1978년부터 난지도 쓰레기로 인해 15년간 고통 받고, 이미 가동중인 시설도 모자라, 마포구에 또 짓는건 주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면서 유해물질·환경파괴·교통혼란 등 주민들에게 심각한 생활·건강 피해가 우려된다”며 “시구의원은 서울신규 쓰레기장 백지화를 강력히 요구하며 끝까지 투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민석 서울시의원 또한 “서울시 입지선정위원회가 11차례 회의를 거쳐서 마포구를 선정했다고 하지만, 정작 마포주민들은 전혀 알지 못했던 상황이다. 언론을 통해서 통보받은 만큼 확인해야할 사항들이 많다”며 “서울시는 오랜시간 동안 피해를 받은 주민들에게 보상해야하고, 그동안 있었던 과정을 공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마포구의회도 ‘광역자원회수시설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은하 마포구의원은 “서울시는 그동안 상암DMC를 서울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쓰레기 소각장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서울시의 주장에 마포구민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각장 건립 반대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남환 마포구의원도 “이미 마포구민은 오랜 시간동안 고통을 감내해왔고, 현재도 희생하고 있다. 이런 마포구민들에게 또 다시 희생하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장기간의 투쟁이 예상되는 만큼 모두가 힘을 모아, 상암동 쓰레기소각장 건립을 백지화 시켜야한다”고 호소했다.
시는 소각장을 지하화하고 청정 기술 및 최신 설비를 도입할 방침이다. 또 예정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상암동 주민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주민편익시설을 건립하고, 연간 100억원의 기금도 풀 예정이다. 더욱이 신규 소각장을 스키장·암벽장을 설치한 덴마크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처럼 ‘명소’로 짓겠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시는 10월5일 마포구 주민 설명회를 열어 자원회수시설과 관련해 적극 소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오세훈닫기오세훈기사 모아보기 서울시장은 지난 27일 SNS을 통해 “본격적인 대화는 이제 시작, 단순히 설득을 위한 대화가 아니라 문제의 해결을 위해 타협점을 모색하겠다”며 “서울시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타협점을 모색하자”고 썼다.
오 시장은 이어 “과거 쓰레기 소각장 광역화,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조성 등을 추진할 때도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결국 균형점을 찾아 문제를 모두 마무리한 경험이 있다”며 “전체 서울시민을 위한 공익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고, 그에 상응하는 혜택은 충분히 제공될 것으로, 건강에 대한 위해만큼은 걱정하시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에서는 하루 3200톤의 종량제 생활폐기물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내에 있는 4개 광역자원회수시설(양천·노원·강남·마포)의 하루 총 처리 용량은 약 2200톤으로 1000톤이 부족하다. 문제는 새로운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세운다고 해도 2035년 기존 자원회수시설을 철거하면 다시 750톤의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용량이 부족하게 된다.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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