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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손질한다지만…부작용 논란 여전

기사입력 : 2022-09-05 18:29

정책금융상품·중저신용대출 늘릴수록 예대금리차 커져
금리인상기에 대출금리는 인하…출혈경쟁·담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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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에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을 뺀 예대금리차도 추가된다. 은행들의 지나친 이자장사를 막기 위해 지난달부터 은행별 예대금리차 비교공시가 시작됐지만 통계 착시·왜곡 현상과 실효성 논란 등에 대한 불만도 함께 커지면서다. 은행권에서는 예대금리차를 의식한 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출혈 경쟁이나 금리 담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여신 실무자들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예대금리차 공시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된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제도에 대한 은행권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회의에서는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금리가 예대금리차 산정 과정에 반영되는 게 불합리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햇살론은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으로 저소득·저신용자에게 공급하는 정책대출 상품이다. 은행의 경우 15.9% 금리의 ‘햇살론15’를 취급하고 있다. 일반 은행 평균 대출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햇살론을 많이 취급할수록 해당 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도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이런 착시와 왜곡 현상을 막기 위해 은행권과 금융당국, 은행연합회는 햇살론을 제외한 예대금리차도 공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르면 다음달 현행 그대로의 예대금리차와 햇살론을 뺀 예대금리차가 모두 공시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햇살론뿐 아니라 중금리 대출 등과 관련해서도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의 통계적 함정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은행 예대금리차는 평균 대출금리(해당 월에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의 가중평균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해당 월에 신규 취급한 순수저축성예금 및 시장형 금융상품의 가중평균금리)를 뺀 값으로 산출된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이 많거나,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대출이 늘면 예대금리차는 커지는 구조다. 정부 정책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릴수록 평균 대출금리가 높아져 '과도한 이자장사를 하는 은행'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수신 측면에서도 저축성 예금 중 만기가 짧아 금리가 낮은 상품의 비중이 클수록 평균 저축성 수신금리는 떨어지고 예대금리차는 확대된다.

이 같은 문제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큰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두드러진다. 7월 기준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3.46%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인 1.37%를 크게 웃돌았다. 토스뱅크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5.6%포인트에 달해 인터넷은행 중 1위였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크고, 주력 상품인 2% 수시입출금식 통장 등 요구불예금은 수신금리에 반영되지 않은 영향이라는 게 토스뱅크 측 설명이다. 토스뱅크의 7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약 38%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출범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신생 은행으로서 현재는 전세자금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담보대출보다 비교적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로 주로 구성된 여신상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도 당행 평균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본연의 역할인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적극적으로 하는 점이 예대금리차를 키우면서 단순히 예대마진을 많이 남기는 은행처럼 보이게 하는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정책금융상품 취급을 기피하거나 고소득·고신용자 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에만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적극 취급하는 은행의 경우 평균적인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인식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신용점수 구간별 대출금리 및 예대금리차를 함께 공시하도록 하고 평균 신용점수도 함께 공시하고 있다”며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대출 비중도 주기적으로 공시해 오해를 최소화하고 충분한 설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공시로 은행들의 자율적인 금리 경쟁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 편익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식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금리와 대출금리가 차례로 높아지지만,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잇달아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가산금리를 낮추거나 고객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식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를 빼 산출한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가산금리는 리스크프리미엄,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법적 비용, 목표이익률 등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은행의 ‘마진’에 해당한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대출의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직장인 신용대출을 포함한 대부분의 개인 신용대출 금리와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 지표금리)·변동금리(코픽스 지표금리) 등을 최대 0.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열흘 만에 추가 인하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6일 전월세보증금대출 금리를 최대 0.41%포인트 낮추고 신용대출 금리를 평균 0.28%포인트 인하했다. NH농협은행도 같은날 NH새희망홀씨대출, NH청년전월세대출에 최대 0.5%포인트,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신설하고 농업인에 대한 우대금리도 최대 0.3%포인트로 늘렸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주담대 고정형 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내리면서 예금 금리도 적극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 한국야쿠르트(hy)와 손잡고 최대 연 11.0%의 이자를 주는 ‘신한 플랫폼 적금(야쿠르트)’을 선보였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24일 주요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8%포인트 올렸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1일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연 3.25%에서 3.40%로 올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식해 은행들이 고육지책으로 대출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도 이익을 남겨야 하는 기업으로서 수익을 추구하는 부분이 당연한데 당장 막힌 수익을 메꾸기 위해 내부적으로 다른 수익원을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무리한 영업을 추진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이자 담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금리는 올리고 대출금리는 내리다 보면 마진이 줄어들텐데, 이 같은 부담을 지고 마구잡이식으로 계속해서 조정이 이뤄질 순 없을 것”이라며 “결국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은행들끼리 비슷한 예대금리차로 맞추는 가격 담합 부작용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 상승기에도 은행들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변동금리를 대출자에게 권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은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기 때문에 공시에서 예대금리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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