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도 부진하게 나타난 데다 지속해서 발생한 전산 시스템 문제와 올해 초 드러난 불법 공매도 적발 사실 등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유독 증권가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이렇게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정일문 대표 연봉을 둘러싼 오해
정일문 대표의 연봉을 향한 비판에는 오해가 있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할 만큼 한국투자증권이 신뢰를 잃을 만한 행동을 하긴 했지만, 그가 이뤄온 성과까지 깎아내릴 순 없다. 잘못된 사실은 더더욱 그렇다.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정 대표는 상반기 보수로 급여 4억2440만원, 상여 46억6477만원을 받았다. 총 50억8917만원이다. 증권업계 보수 2위인 최현만닫기최현만기사 모아보기 미래에셋증권(34억8400만원)과도 16억원이나 차이 난다. 증권업계를 넘어 금융업계 1위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성적표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동안 영업이익 4189억3100만원, 순이익 3486억7000만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0% 정도 줄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은 1305억7200만원으로 53.51% 감소했고 순이익은 740억2000만원으로 68.21% 주저앉았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와 이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증시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정 대표가 연봉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올해가 아닌 지난 실적들이 합쳐져 성과급이 측정됐기 때문이다. 이를 ‘이연 지급 제도’라 한다. 금융 투자회사가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때 잠재적 리스크(Risk‧위험)를 고려해 성과급의 상당 금액을 수년 동안 연기해 지급하는 것이다. 성과급을 한 번에 많이 주면 주요 임직원들이 단기성과에만 눈이 멀어 증권 상품을 무분별하게 팔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 대표 상여를 보면 ▲2018년 8256만원 ▲2019년 2억4300만원 ▲2020년 1억7467억원 ▲2021년 41억5918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증시가 최대 호황이었던 지난해 성과 분이 대폭 반영됐다.
실제로 지난해 정일문 대표는 2019년 취임식에서 약속한 ‘3년 내 순이익 1조원 달성’을 지난해 이뤘다.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순이익 ‘1조 클럽’에 발을 들인 것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조4502억원으로 증권업계 1위에 올랐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정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고개 숙인 정일문, 투자자 피해보상에 적극적
올해 연말 연임 논의를 앞둔 정일문 대표는 최근 한국투자증권 고객들을 향해 직접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달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발생했던 8~9일 시스템 전산 장애가 발생하면서 15시간가량 접속 지연으로 투자자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한국투자증권 누리집 공지사항을 통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전했다.
고객에 대한 피해 보상을 하겠다는 뜻을 내포한 말도 적시했다. 정 대표는 “이 시간 이후로 고객센터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겪으신 불편 사항을 접수해 주시면, 성실히 그리고 신속하게 조치하고 끝까지 책임질 것을 약속 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당사의 모든 전산 환경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전산 장애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카카오뱅크(대표 윤호영닫기윤호영기사 모아보기·Daniel)가 상장하던 첫날에도 거래량이 폭주하면서 시스템이 1시간 30분가량 중단된 바 있다. 당시 KB증권(대표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박정림) 다음으로 많은 일반투자자 청약이 진행됐는데 고객 수요를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불법 공매도’ 적발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여론이 최악으로 흐르기도 했다. 올해 2월 자본시장법 108조 1항 ‘공매도 제한 규정’을 어겨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태료 10억원을 부과 받은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대표 정의정)의 ‘공매도 위반 종목 및 수량’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17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 공매도 제한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총 938개 종목, 1억4089만주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이번 공매도 표기 누락으로 인한 ‘불법 공매도’ 적발 내용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경계현) 주식도 약 2552만주 포함된 것이 밝혀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더욱 격노했다.
정일문 대표는 이번 전산 장애가 위탁매매 고객 이탈로 이어지지 않도록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위탁매매 부문 시장 점유율은 ▲2019년 7.8% ▲2020년 7.1% ▲2021년 7.0%로 계속 감소 중이라 한 명의 고객이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한국투자증권이 투자자 피해 사례에 관해선 적극적으로 보상 조치에 나서 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 상장 당시 전산 장애로 인한 피해 보상에도 발생 시간 최고가와 실제 판매가 차액 등을 보상하는 식으로 고객 불만을 최소화했다. 또한 팝펀딩 펀드 사태와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젠투, 미르신탁 등 문제가 될만한 모든 사모펀드에 관해서도 100% 선 보상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전산 장애 피해 보상에 있어선 소비자 매매 의사가 로그기록(시스템 접속 기록) 등 객관적 자료가 필요한 데다 사태가 지속된 시간이 길기에 보상 금액 산출 과정이 복잡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일문 대표는 이번 사태 이후 “금융회사는 고객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성장한다는 대원칙을 깊이 되새긴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최고의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 인프라(Infrastructure·사회적 생산 기반)’ ‘최고의 금융 서비스’를 갖춘 증권사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일문 대표가 올 하반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적이 비록 줄긴 했지만, 기업금융(IB‧Investment Bank) 부문은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며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채권 매매 규모가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수익 다각화도 이룩하고 있다.
올해 연말은 정 대표의 연임 여부 논의가 이뤄지는 시기다.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김성환·문성필·오종현 부사장 등 3명을 최고경영자 후보군으로 관리 중인 데다 조직 안팎에선 김광옥 카카오뱅크 부대표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동학 개미 신뢰 회복이 중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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