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전기차 보조금 세제 혜택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7일 미 상원에서 가결됐다. 법안은 오는 12일 민주당이 대다수인 하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중고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새롭게 만든 점도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출고된 지 2년 이상된 중고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1대당 4000달러다. 중고차 가격 하락을 고려하면 신차 이상의 보조금 혜택이 지급되는 셈이다. 단 이 혜택은 현지 딜러사를 통해 차량을 구입했을 때만 받을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직접적으로 차량을 거래하는 테슬라 같은 신생기업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보조금 혜택을 100% 받으려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부품을 북미산으로 써야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그렇지 않으면 보조금 혜택은 50%로 줄어든다. 북미산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으면 사실상 시장 경쟁력을 잃는 것이다. 이는 값싼 배터리로 무장한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려는 조치로 읽힌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사는 미국 생산체제를 이미 갖추고 있거나 건립중이기에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 현대차·기아에게는 일단 안도할 만한 내용이다. 기존에 추진되던 법안 보다는 '미국 우선주의' 색채가 옅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새 법안에는 노조가 있는 미국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에 추가 보조금 혜택을 주는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이 추진된 바 있다. 이는 GM·포드·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미국 완성차 '빅3'에게만 혜택을 몰아주겠다는 의도다.
이에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투자 계획을 미루며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 사장은 지난해말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추가 보조금 혜택은 너무 크다"며 "미국 전기차 생산 투자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이 같은 차별 법안을 재고할 움직임을 보이자 현대차도 미국 전기차 투자 계획을 확정지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건립을 발표했다. 총 투자 규모는 55억달러이며, 2025년 상반기부터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에 특혜를 더 주는 법안이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는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니로EV, 제네시스 GV60·GV70e·G80e 등 6종이다. 이 가운데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차량은 GV70e 1종 뿐이며 나머지는 한국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형태다. 미국 전기차 대량생산 체제가 가능해지는 신공장이 본격가동하는 2025년 상반기 전까지 가격 경쟁력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