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메모리 생산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호실적을 거뒀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및 IT 기기 수요가 줄어면서 고객사들이 신규 주문보다는 재고 물량을 소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3분기 출하량도 기존 계획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하반기 전망에 대해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예측이 힘들 수 있다는 말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진행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재고를 활용한 유연한 공급을 우선시하되, 단기 설비투자는 탄력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분기 컨퍼런스콜에선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맞춰가며 근본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상반기와 반대 입장을 내놨다.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메모리 위기론에 공감한 것이다.
하반기 시장 불확실성이 날로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두 회사는 저가 공급 경쟁보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프리미엄 제품 판매 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경 사장은 지난 2020년 삼성전기 대표 시절 ‘기술이 강한 회사’로 도약하자며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한 결과,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와 고성능 카메라모듈, 기판 등 고부가 부품의 판매를 확대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룬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수율(양품 비율) 개선과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하반기 경영 불확실성을 타개하겠다는 방침이다. 곽노정닫기곽노정기사 모아보기 SK하이닉스 사장은 ‘수율은 곧 경쟁력’이라는 지론을 펼쳐왔다.
올해 초에도 “생산기술의 총합은 수율로 정의할 수 있다”며 “수율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모든 역량을 모아 추진하고 있는 목표”라고 언급하며 수율 개선을 강조한 바 있다. 곽 사장은 미래기술연구원 공정기술그룹장, 제조·기술부문 D&T기술그룹장, 제조·기술부문 디퓨전기술그룹장 등을 거치며 반도체 기술개발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메모리 시장 침체 가능성과 별개로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하반기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서면서 클라우드 및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올해 4820억 달러에서 오는 2025년 8365억달러로 2배 가까이 급증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차세대 메모리 개발 및 대중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5G,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차세대 메모리 시장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두 회사는 내년부터 DDR5로 본격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D램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제품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양사 모두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평가받는 DDR5 D램 기반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메모리 샘플을 개발하며 기술력 초격차도 이어가고 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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