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 중징계에 불복해 제기한 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했다. 법원이 잇달아 손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번 판결은 사모펀드 사태 등 비슷한 사안으로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다른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고법 행정8-1부(이완희 신종오 신용호 부장판사)는 22일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 경고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 2심에서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금감원은 2020년 1월 손 회장에 대해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중징계를 의결하고 금감원장 전결로 징계를 확정했다. DLF 판매 당시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이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마련하지 못한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고 봤다. 반면 손 회장 측은 내부통제 기준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손 회장은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1심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제재 조치 사유 5개 중 ‘금융상품 선정 절차마련 의무 위반’만 인정되고 다른 4개 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아닌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 조치를 가할 법적근거가 없다”며 “그러나 금감원이 법리를 오해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한 탓에 대부분의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금감원이 적법한 것으로 인정된 처분 사유의 한도에서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제재 관련 재량권 행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의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DLF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내린 문책 경고는 취소된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결정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중징계 역시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4월 금감원 제재심은 라임 사태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 대해 문책 경고를 의결했다. 손 회장은 임기는 오는 2023년 3월까지로, 라임사태와 관련한 중징계까지 피해야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우리은행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1심 법원 판결에 이어 2심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복합위기 상황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 등 국가 경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독 당국과 긴밀한 소통과 정책협조로 금융산업의 신뢰회복과 고객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비슷한 사안으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다른 금융사 CEO의 제재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라임·옵티머스 등 각종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 CEO들에 중징계를 내리면서 손 회장에 대한 징계처분과 같은 근거를 내세운 바 있다.
금감원은 2020년 11월 라임 사태와 관련해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 KB증권 현 각자대표(문책경고), 나재철닫기나재철기사 모아보기 전 대신증권 대표(직무정지),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진·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각각 직무정지, 주의적 경고) 등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지난해 3월에는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의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사장에 문책경고를 내렸다.
손 회장이 2심에서도 승소하면서 향후 이들 CEO 제재 수위가 금융위원회에서 경감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금융위는 판결 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도 "2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금융위 등과 협의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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