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 조사 기간을 원칙적으로 1년으로 하되,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때는 금감원장 승인 전제로 6개월 연장한다. 피조사자의 실질적 방어권 보장을 위해 조사 사전통지서 내실화, 문답서 열람 기간 확대 등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회계 감리는 기업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가 회계 처리 및 감사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작성됐는지 점검함으로써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는 감독 업무다.
이는 ‘자본시장의 혁신과 투자자 신뢰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자본시장 투명성은 공시된 회계정보의 정확성과 신속성에서 시작되는데, 회계 감리는 부적절한 회계정보를 적발‧시정함으로써 기업의 정확한 회계 처리를 유도하기 위한 감독 수단이기 때문이다.
회계 감리 선진화는 위반 동기와 정도에 따라 ▲과징금 ▲임직원 면직 ▲검찰 고발 등 기업 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행정조치가 부과되는 만큼 조치 과정의 신뢰성과 공정성,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회계 개혁 이후 회계 감리 선진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재무제표 심사(Review) 제도를 도입해 가벼운 사건의 경우 금감원장 주의‧경고로 신속 종결했고, 재무제표 심사에 착수한 날부터 종결까지의 처리 기간도 지난해 기준 평균 91일로, 제도 도입 전인 2016~2018년 평균(171일) 대비 대폭 축소했다.
아울러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피조사자와 감리 집행기관이 사실관계, 법률 적용에 대해 공방하는 ‘대심제’ 등을 도입해 피조사자 방어권을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조속한 감리 수행과 피조사자 방어권의 실효적 보장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3월 11일 제7차 임시 증선위에선 감리 기간의 지나친 장기화를 방지하고, 금감원 조사 단계에서도 피조사자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사항이 의결됐다.
당시 증선위는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셀트리온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회계 처리에 관해 중대 과실은 있었으나, 고의적 분식회계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셀트리온 3사는 당시 결정으로 인해 거래정지 위기는 벗어났지만, 증선위는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3사에 대해 담당 임원 해임 권고와 감사인 지정 조치를 가했다. 거래소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는 회계 처리 기준 위반으로 회사 또는 임직원이 검찰 고발‧통보되는 경우 그 대상으로 선정된다.
정부는 회계 오류를 신속히 수정하고 피조사자 방어권을 강화하고자 ‘회계 감리 절차 선진화 방안’을 이번에 마련했다.
우선 감리 조사 기한을 원칙적으로 1년으로 정해 명문화했다. 신속한 감리 종료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외부감사 법령상 감리 조사 기간 제한 규정이 없어 바이오 분야 등 회계 처리 이슈가 복잡한 사안의 경우 3~4년 이상 감리가 지속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4년간 감리 조사 기간 통계 결과 심사 종결을 제외한 총 225건 가운데 1년 이내는 136건(61%)이었고, △1~2년, 65건(29%) △2~3년, 19건(8%) △3년 초과, 5건(2%)으로 집계됐다.
앞으로는 금감원 감리 조사 기간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에 감리 조사 기간을 명문화한다. 감리 조사 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으로 제한하지만, 감리 방해 또는 피조사자의 자료 제출 지연으로 원활한 감리 수행이 어려운 등 불가피한 사유로 연장이 필요한 경우는 금감원장의 사전 승인 이후 6개월 단위 추가연장이 가능하다.
금감원이 회사나 감사인에게 발송하는 감리착수 공문에는 감리 조사 기간을 원칙적으로 1년이라 기재한다. 기간이 연장되면 그 사유와 기간을 추가 안내토록 했다.
피조사자 방어권 보장도 강화한다. 먼저 대리인 조사 과정 기록을 허용한다. 기존에는 피조사자가 행정절차법에 따라 대리인을 조사 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지만, 대리인이 조사 과정을 촬영‧녹음‧기록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었다. 적발 시 퇴거 조치를 해왔다. 그 결과 피조사자가 본인 진술 내용과 쟁점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감리위와 증선위에서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대리인이 질의‧답변의 주요 내용을 수기(手記)로 기록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경찰청(청장 김창룡)의 ‘자기변호 노트’와 같다고 보면 된다. 자기변호 노트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방어권 내용과 행사 방법 등이 안내돼 있고, 수사 과정을 메모할 수 있는 공란이 제공된다. 감리 조사에 있어서는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 김영식)가 ‘감리 수검 노트’를 마련‧제공할 예정이다.
피조사자의 문답서 열람도 조기에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사전통지 전 질문서 송부 직후에 이뤄졌던 문답서 열람 시점을 종전보다 약 2주 앞당겨 방어권 행사 기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다. 감리업무 주요 처리는 ‘감리 착수 → 감리 실시(문답 포함) → 질문서 송부 → 처리안 결재 → 조치 사전통지 → 감리위 심의 → 증선위 의결’ 순서로 이뤄진다.
기존에는 피 조치자가 직접 작성하고 날인한 확인서에 관해서는 즉시 자료 열람이 가능했지만, 문답서의 경우 조치 예정일 10일 전 사전통지 이후에야 열람할 수 있었다. 확인서는 피조사자가 수행한 업무 관련 특정 사실에 대해 인정하는 서류에 불과하지만, 문답서는 감리 조사 과정에서 감리 집행기관과 피조사자 답변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서면화한 증거로서 감리위·증선위에서 활용된다.
즉, 피 조치자가 자신의 문답 내용 등 정확한 혐의 내용에 대해 충분하게 검토하지 못한 채 감리위‧증선위에 임하게 돼 실질적 방어권 행사가 제약되는 문제를 개선한 것이다.
감리 조사 과정에서의 자료 요청도 서면화한다. 구두 방식을 통해 요청한 자료에 대해선 3영업일 이내 문자 메시지(SMS‧Short Message Service)‧전자우편(E-mail)‧팩스(Fax) 등 문자화한 전자 수단 등으로 사후 보완하기로 했다.
기존엔 감리 수행 과정에서 피조사자에게 구두로 자료를 요청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는데, 그런 경우 명확성이 낮아 구체적 요구 내용과 범위에 대한 혼선을 유발하거나 피조사자에게 불필요한 자료 제출 부담을 가중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조치 사전통지 내용도 충실하게 적시하려 한다. 현행은 사전통지서에 기재되는 위법 동기와 판단 근거, 사실관계, 지적 금액 산출 사유가 다소 구체적이지 못해 피 조치자가 쟁점 사안에 관해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사실관계에 대한 감리 집행기관의 판단과 적용된 양형기준(가중감경 사유 포함) 등을 구체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감리위 안건에 기재하는 위반 근거와 지적 금액 산정 내역을 사전통지서에도 똑같이 지적사항별로 안내하고, 그에 관한 동기 판단 근거와 과징금‧과태료 부과 예정 금액 등 예상 조치 수준도 제시하려 한다. 다만, 고위 위반행위와 관련해 피조사자 간 공모, 증거인멸이나 비밀 누설 등으로 수사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적의 조정한다.
피조사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 활용도 적극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피조사자가 현재 감리 실무와 관련 규정에 따른 권익 보호 수단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금감원이 피조사자들에게 문답 등 감리 절차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의 지참 및 열람, 회사 소속 회계 전문가 등의 조력이 가능하다는 사실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금융위는 외부감사 규정 등을 이달 중 변경 예고한 뒤 오는 3분기 중 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규정 개정이 필요 없는 과제들은 즉시 시행한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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