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는 2일 '2022년 BOK 국제컨퍼런스' 개회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은 주최의 이번 컨퍼런스는 이날부터 3일까지 이틀 간 '변화하는 중앙은행의 역할: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The Changing Role of Central Banks: What Can We Do and What Should We Do?)'라는 주제로 열린다.
첫 번째는 지금의 경제상황이 중앙은행에게 있어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처럼 물가안정이라는 기본 역할에만 집중하면 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디지털 혁신이나 기후변화 대응의 관점에서 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각국 중앙은행도 이러한 인식 하에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을 추진 중이거나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녹색성장을 위해서도 정책수단의 개발과 이행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려 한다 하더라도, 소득양극화와 부문간 비대칭적 경제충격의 문제들을 과연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이번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었을 때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의 흐름이 다시 나타날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이전에 활용했던 정책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제한적 상황을 짚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선진국을 위시하여 한국, 태국, 그리고 어쩌면 중국 등 인구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는 일부 신흥국에게 있어 저물가와 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G7 국가의 중앙은행 자산규모는 2007∼2020년 중 GDP 대비 3.8%에서 31.0%로 크게 늘어났으나, 신흥국의 경우 4.0%에서 6.2%로,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증가에 그쳤다는 점에서 "신흥국의 경우 그러한 사치를 누릴 여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의 경기부진 정도가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점도 신흥국 입장에서 재정이나 통화정책을 마냥 확장적으로 운용할 수 없었던 주요 제약요인이었다고 했다.
이 총재는 "그 결과로, 과거 평균에 비추어 보았을 때, 지금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고인플레이션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게 되었지만 이를 다행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신흥국의 경우 선진국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장적 재정·통화정책과 더불어 일부 국가에서는 그간 터부시되어온 국채 직접 인수에까지 나섰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심각한 환율 절하나 자본 유출이 초래되지는 않았는데, 이는 신흥국의 자산매입 등 비전통적 정책수단들이 금융위기나 코로나 위기 등 글로벌 공통충격에 대한 전세계적 대응 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선진국에서 훨씬 더 큰 규모의 자산매입에 나섬으로써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흥국에 대한 불이익은 크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향후 개별 신흥국이 구조적 저성장 위험에 직면하여 홀로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사용할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스럽다고 이 총재는 내다봤다.
이 총재는 "대규모의 글로벌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와 비슷한 수준의 확장적 정책이 다시 이루어진다면 환율과 자본 흐름 및 인플레이션 기대에 미치는 함의는 사뭇 다를 것"이라며 "자국의 저물가·저성장 국면에 대비한 신흥국만의 효과적인 비전통적 정책수단은 무엇인지 분명한 답을 찾기 쉽지 않으며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 2022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 등에 대해 논의한다. 개막식에서는 Robert Townsend MIT대 교수와 Hyun Song Shin BIS 조사국장이 기조 연설을 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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