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립 21주년을 맞은 이 대표는 '탈(脫) 홈쇼핑'을 구체화했다. 그는 "스물 한 살 청년이 된 롯데홈쇼핑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미디어커머스, 디지털 사업 등 100년 기업으로 지속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탈 홈쇼핑’ 회사로 도약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 회사는 높아지는 송출 수수료와 변화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메타버스, NFT, 캐릭터 사업 등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이 강조하는 메타버스 사업에서 가장 적극적이다.
어수선한 롯데홈쇼핑 재정비한 이완신 대표
이 대표는 지난 2017년 롯데홈쇼핑에 취임했다. 첫 부임 당시 이 회사는 전현직 임직원 비리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 회사는 홈쇼핑 재승인 심사 때 미래창조과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로부터 6개월 간 프라임 시간대 (오전과 오후 각 8~11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이 허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비자금으로 로비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되며 홈쇼핑 재승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도 받았다. 이 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롯데홈쇼핑에 방송 승인 3년 조건을 걸었지만 대외적으로 이미지는 악화된 상태였다. 지난 2018년에는 롯데홈쇼핑 비전 2025 선포식 ‘‘First & True Media Commerce Creator’을 진행했다. 이 회사는 단순 홈쇼핑 채널을 넘어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중장기 목표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4가지 핵심 가치로 ‘Creative’, ‘Agile’, ‘Trusty’, ‘Professional’을 수립했다. ‘Creative’는 창의적인 업무 방식과 고객 서비스 제공, ‘Agile’은 민첩한 변화와 혁신 추구, ‘Trusty’는 진정성 있는 상품과 콘텐츠 제공 및 정도경영, ‘Professional’은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인재 및 상생 강화를 뜻한다.
당시 이 대표는 “홈쇼핑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 및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기존 홈쇼핑 영역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와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글로벌 미디어 커머스 기업 모델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남은 '순혈' 롯데맨…유통 사업 내 유일한 '공채' 출신
이 대표가 롯데그룹 내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마지막 남은 '순혈 롯데맨'이기 때문이다. 1987년 롯데쇼핑 공채로 입사한 이 대표는 2001년 롯데쇼핑 백화점사업 본부 여성의류팀장을 맡았다. 이후 2003년 안양점장, 2005년 강남점장, 2010년 부산본점장(상무), 2012년 본점장으로 근무했다. 2014년 백화점사업본부 마케팅부문장(전무)으로 승진했다.
2014년 그가 백화점 마케팅부문장으로 일할 당시 'Lovely Life(러블리 라이프)'라는 슬로건을 내민 것은 백화점 창립 이래 최초였다. 슬로건에 걸맞게 그는 2014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증샷 성지였던 '러버덕 프로젝트'도 기획총괄을 맡았다.
이에 힘입어 2016년에는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었던 슈퍼문'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마케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2017년 롯데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임 이후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와 '소통'을 강조하던 이 대표는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기념행사에서는 직접 출연한 유튜브 소통 라이브 '완신 라이브'도 방영했다. 그는 라이브에서 이 회사의 성장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계획을 공유하는 한편, MZ세대를 비롯한 다양한 연령대와 소통했다. 20주년 사내부부 인터뷰, 20주년 맞이 복지제도 최초 공개 등을 진행하며 높은 호응도 얻었다.
이런 수평적 문화에 힘입어 ‘롯데맨’으로서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공채 출신을 강조하던 기존 인사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신세계' 출신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나영호닫기나영호기사 모아보기 롯데쇼핑 부사장 등 외부 인사를 수혈했다. 당시 업계는 순혈, 공채 출신을 강조했던 롯데그룹의 파격적 인사라 평가했다.
피바람이 불었던 롯데그룹이었지만, 홈쇼핑 4사(CJ온스타일•GS샵•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자, 2020년 대비 매출 2.5% 성장한 1조1030억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린 그는 롯데홈쇼핑 대표로서 연임할 수 있었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가 그리는 미래는…'메타버스 선두주자'
이 대표는 다시 한 번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자신이 가장 잘 하고 성공했던 사업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봤다. 또 변화하는 소비자에 맞춘 사업 아이템을 고심 끝에 2018년 MZ세대 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벨리곰’은 MZ세대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이 대표의 기획력이 합쳐져 만들어진 캐릭터다. 이 회사에 따르면 벨리곰은 ‘러버덕’ 캐릭터에서 출발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벨리곰’은 2014년 잠실 석촌호수의 인증샷 대란을 일으켰던 대형 오리 ‘러버덕’과 같은 캐릭터를 제작해 사람들에게 행복한 감정을 전하고 싶다는 MZ세대 직원의 희망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자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철저하게 롯데홈쇼핑을 숨긴 벨리곰은 롯데홈쇼핑 내 캐릭터 사업부를 따로 둘 정도로 성공했다. 유튜브 채널인 벨리곰tv의 구독자도 50만 명, SNS 채널은 약 6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4월 벨리곰을 독자적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활동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일부터 17일까지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 15m 특대형 풍선 벨리곰을 설치해 화제가 집중됐다. 벨리곰을 보기 위해 주말에만 50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2주만에 방문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대표는 성원에 힘입어 벨리곰 전시를 일주일 연장한 24일까지로 늘렸다. 벨리곰은 롯데 의왕 타임빌라스 잔디광장에 전시되는 등 여러 공공 전시를 앞두고 있다.
캐릭터 사업의 성과와 함께 메타버스로 진출했다. 비대면 쇼핑이라는 기존 홈쇼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서비스 도입을 넘어 가상 쇼호스트 ‘루시(lucy)’를 선보였다. 지난 1월에는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첨단 기술 연구, 공동 협의를 진행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토큰(NFT), 콘텐츠, 클라우드 등 각 분야에서 혁신기술을 보유한 13개 기업·전문가와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ICT 기술 융합 트렌드를 주도하고, 서비스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달 2일에는 유통업계 최초 NFT 마켓플레이스인 ‘NFT SHOP’을 열었다. 첫 선두주자로‘벨리곰 NFT’를 출시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연내 라이브커머스 3차원 가상 세계구현, 아바타 통한 상품·브랜드 체험, 게임 가능한 ‘메타라이브 스튜디오’도 선보인다.
이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모바일에서 메타버스까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고객이 모르는 니즈를 발견해 먼저 제안하자”고 했다. 롯데홈쇼핑이 탈TV에 성공하고 메타버스 선두주자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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