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대표 예병태) 인수전에 참여한 KG그룹(회장 곽재선닫기곽재선기사 모아보기)이 12일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대표 윤영각)와 손잡으며 KG그룹 계열사들 주가가 폭등했다. KG ETS(대표 엄기민)는 상한가까지 찍었다.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KG ETS 주가는 가격제한폭(29.87%) 치솟으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KG케미칼(대표 곽정현 김재익)도 전 거래일 대비 21.04%(8100원) 상승한 4만6600원에 장을 마치면서 코스피 상승 종목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장중에는 4만7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재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외국인도 2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보이는 중이다. 계열사 KG스틸(대표 박성희)와 KG이니시스(대표 유승용), KG모빌리언스(대표 고규영) 등도 각각 2.83%, 0.31%, 7.86% 상승한 채 종료됐다.
이날 그룹 계열사인 비비안(대표 손영섭)과 미래산업(대표 선종업), 나노스(대표 홍진의), 아이오케이컴퍼니(대표 한성구) 등도 모두 6% 이상씩 주가가 빠졌다.
이날의 상반된 주가 흐름은 ‘쌍용차 인수전’이 4파전에서 3파전으로 좁혀진 탓으로 풀이된다. 최근 상황은 지난주 쌍용차 인수를 원하는 회사들의 예비실사가 끝난 뒤 쌍용차 재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는 중이었다. 기존에 예비실사에 참여한 기업은 ▲KG그룹(회장 곽재선) ▲쌍방울 ▲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Private Equity) ▲이엘비앤티(EL B&T·대표 김영일) 등 4곳으로 알려진 상태였다.
KG케미칼은 이날 공시를 통해 “11일 본사 계열사인 KG ETS를 대표자로 해 공고 전 매각 주간사에게 조건부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KG그룹은 KG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달 12일 사전 인수의향서, 18일 본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KG컨소시엄에서 KG그룹은 전략적투자자(SI‧Strategic Investors), 파빌리온PE는 재무적투자자(FI‧Financial Investors) 역할을 맡는다. 더불어 KG그룹과 컨소시엄을 꾸렸던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대표 정한설)도 FI로 참여한다.
광림과 한 팀인 KH필룩스 역시 이날 공시를 통해 “KH필룩스는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광림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지난 11일 입찰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앞서 KH필룩스는 쌍용차를 인수하고자 지난달 11일 사전 인수의향서, 18일 본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전기차 업체 ‘이엘비앤티’는 막판까지 고심하다 마감 직전에 조건부 인수 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엘비앤티는 지난해 파빌리온PE와 컨소시엄을 꾸려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밀렸었다.
쌍용차와 EY한영은 이번 주 내에 이들 3곳 가운데 한 곳을 우선 인수 예정자로 결정할 계획이다. 방식은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다. 스토킹 호스는 회생기업이 인수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은 매각 절차를 비교적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매각 측 입장에서도 매각 대금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쌍용차는 조건부 인수 예상자를 선정한 뒤 다시 본입찰을 진행해 최종 인수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시장은 KG그룹에 손 들어주고 있다. 증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증권플러스’를 운영 중인 두나무(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가 지난 4월 넷째 주 ‘쌍용차 인수전 각축전, 어디가 승리할까?’라는 질문으로 4399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79.9%)이 우승자로 KG케미칼을 꼽았다.
업계에서도 KG그룹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관측한다. ‘자금력’이 승자를 판별하는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큰데 굳이 파빌리온PE까지 합하지 않아도 KG그룹이 인수전 참여 3곳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크기 때문이다. 쌍용차 인수가는 4000억~6000억원 규모로 예상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정상화하려면 1조원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쌍용차는 회생 채권과 회생 담보권 8352억원, 공익채권 7793억원 등 1조5000억원가량 빚이 있다. 또한 산업은행(회장 직무대행 최대현) 채권 등 우선 변제 의무가 있는 3000억원과 신차 개발 비용 등이 당장 투입돼야 한다. 채권단은 과거 자금력 부족으로 쌍용차 인수에 실패한 에디슨모터스(대표 강영권)가 제안했던 3049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인수자가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쌍용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바로 인수계약을 맺었지만, 인수금액 잔금인 2743억원을 납입 기한인 올해 3월 25일까지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다.
KG그룹은 KG케미칼과 KG스틸, KG ETS 등 5개 상장사와 10여 개 비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사실상 지주회사로 지목되는 KG케미칼의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636억원, 유동자산은 1조8855억원이다. 여기에 KG ETS의 환경에너지 사업부 매각 대금 5000억원까지 납입돼 1조원가량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앞서 FI인 캑터스PE와 2019년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 쌍용차 인수에도 성공하게 될 경우 △화학(경기화학) △프랜차이즈업(할리스커피‧KFC) △철강업(동부제철)을 넘어 자동차까지 폭넓은 사업군을 아우를 수 있게 된다.
인수전을 진행 중인 쌍방울그룹도 인수자금 조달을 맡았던 KB증권(대표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박정림)이 이탈하긴 했지만, 자금 조달에는 문제없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 이후 직원 고용 승계도 강점으로 내걸었다.
다만, 매출 2조원에 달하는 쌍용차를 품기엔 역부족이라는 평이 많다. 쌍방울그룹의 경우 7개 상장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 총합은 6321억원이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를 추진했던 당시 규모인 900억 수준보다는 많지만,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인수 핵심 주체인 광림이 쌍용차와 업체 성격도 다르다는 것과 지난해 230억원가량 순손실이 낸 부분에 관한 지적도 나온다. 계열사들 역시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엘비앤티도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지만, 자금력에 의심이 잔존한다. 이엘비앤티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0억원 채 되지 않고, 연간 매출액은 500억원 안팎이다.
쌍용차의 회생 계획안 인가 종료 시점은 오는 10월 15일이다. 반 년 정도 남은 기간 안에 새 인수자를 찾아 관계인 집회를 열고 최종 회생 계획안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법원이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를 주도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청산’까지 될 수 있다.
쌍용차는 현재 본사 직원 4300여 명과 700여 개 1‧2차 협력사 및 관련 업체 직원 16만명과 함께하고 있다. 이에 따른 가족까지 포함하면 직간접적으로 60만여 명 인원의 생계가 달려 있어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쌍용차는 이르면 다음 달 중 최종 인수 예정자를 정하고 8월에 회생 계획안을 인가받으려 한다. 법원은 인수 제안서를 토대로 이르면 13일 조건부 계약자를 선정한 뒤 다음 주 중 투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조건부 계약자가 선정되더라도 공개 입찰을 진행함에 있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있다면 최종 인수자는 바뀔 수 있다.
변수는 ‘쌍용차의 상장폐지 여부’다. 쌍용차는 2020‧2021사업 연도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2020년 4493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쌍용차는 지난해 다시 261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행법상 의견거절 등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고, 이의신청 시 1년간 개선 기간이 주어진다. 사실상 주어진 2년을 모두 보낸 쌍용차는 상장 폐지가 돼도 할 말이 없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17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쌍용차의 상장유지 또는 1년 이내 개선 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는 거래소가 쌍용차에 개선 기간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가 상장 폐지되더라도 법적으로 매각 절차가 중단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수전 자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장폐지 자체가 매물 매력도를 크게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장사가 비상장사로 전환할 경우 자금조달과 지분 유동성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고, 인수 희망 기업 가운데 인수 포기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뜨거워진 쌍용차 인수전과 달리 또 한 번 푸르게 식었다. 1.63%(42.19포인트) 급락하며 8거래일 연속 ‘파란불’을 킨 것이다. 장을 마친 지수는 2550.08이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0년 11월 19일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이다. 내일(13일)까지 코스피가 하락할 경우, 9일 연속 하락한 ‘코스피 최장기간 하락’(2000년 9월)과 맞먹게 된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각각 2840억원, 1442억원 팔았고 개인 투자자가 ‘나 홀로’ 3807억원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수는 시장 예상을 웃돈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 발표에 전장보다 0.88%(22.77포인트) 내린 2569.50에 약세 출발했다. 그 뒤 낙폭을 점차 줄이는가 싶다가 오후 들어 빠르게 하락하면서 장중 254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기아(대표 최준영‧송호성)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 마감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경계현)가 전 거래일보다 1.22%(800원) 내린 6만4900원에 장을 종료했고 우선주 ‘삼성전자우’도 1.20%(700원) 하락한 5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대표 권영수닫기권영수기사 모아보기) -0.89%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곽노정) –1.36%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임존종보) –0.63% ▲네이버(대표 최수연닫기최수연기사 모아보기) –3.23% ▲삼성SDI(대표 최윤닫기최윤기사 모아보기호) –3.42% ▲현대자동차(대표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장재훈‧이동석) –1.37% ▲카카오(대표 남궁훈) –5.50% 등이 내림세를 걸었다. 기아는 혼자 0.23%(200원) 소폭 상승한 8만6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화장품(-7.28%), 출판(-7.12%), 창업 투자(-6.43%) 등이 내렸고, 해운사(+3.82%), 다각화 통신서비스(+3.42%), 손해보험(+1.95%) 등이 올랐다. 올 1분기 실적 발표 결과를 토대로 갈리는 모습이다.
코스닥지수도 전날 대비 3.77%(32.68포인트) 내린 833.66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1.26%(10.88포인트) 내린 855.46에 개장해 약세를 보이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오후부터 낙폭을 키웠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역시 일제히 떨어졌다. 코스닥 2차 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비엠’(대표 주재환·최문호)은 전 거래일 대비 6.36%(3만300원) 하락한 44만6100원에 마감했고, 엘앤에프(대표 최수안)도 6.22%(1만4000원) 낮아진 21만1000원에 마쳤다.
게임주도 그 어느 때보다 낙폭이 컸다. 카카오게임즈(대표 조계현)는 전 거래일보다 6.04%(3500원) 내린 5만4400원, 펄어비스(대표 허진영)는 6.05%(3700원) 떨어진 5만750원에 장을 닫았다. 이 밖에도 위메이드(대표 장현국), 넥슨게임즈(대표 박용현), 컴투스(대표 송재준·이주환)도 각각 11.05%, 6.53%, 12.30%씩 하락했다.
아울러 셀트리온헬스케어(대표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기)·셀트리온제약(대표 서정수)·셀트리온(대표 기우성) 등 셀트리온 3형제도 각각 5.76%, 6.63%, 4.64%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04%(13.3원) 오른 1288.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1290선을 넘기도 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았던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약 13년 만의 최고치다.
어지러운 증시 상황은 공모주,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시장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전날 태림페이퍼(대표 고재웅)와 원스토어(대표 이재환)가 상장 철회를 발표했다. 올해만 벌써 6번째 철회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대표 홍현성), 보로노이(대표 김대권‧김현태), 대명에너지(대표 서종현), SK쉴더스(대표 박진효)도 수요예측까지 끝낸 뒤 상장을 추진하다 돌아선 바 있다. 다만 대명에너지는 공모 규모를 크게 낮춘 뒤 지난달 재도전해 가까스로 공모를 완료했다.
또한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 3곳 중 1곳은 상장 당시보다 최종 공모가를 낮추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투자홍보(IR‧Investor Relations) 컨설팅 전문 기업 ‘IR큐더스’(대표 이준호‧이종승)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IPO를 통해 신규 상장한 기업(스팩 제외) 23개 사 가운데 8개 사는 당초 회사가 제시한 희망 범위(밴드) 하단 이하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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