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은 1930년 7월 15일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姑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진주고등학교를 마치고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해 1959년 소령으로 전역했다.
기술 중시하며 한국 산업사에 남을 '최초' 기록 만들어
구 회장은 한국이 한창 산업화가 진행되던 당시 “나라가 죽고 사는 기로에 있다. 기업은 돈을 벌어 나라를, 국민을 부강하게 해야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일념 하나로 산업 불모지를 개척했다. 1960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제일제당, 중앙개발, 럭키(現 LG화학), 금성사(現 LG전자), 금성일렉트론(現 SK하이닉스), LG건설(現 GS건설)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일선에서 뛰었다. 1980년 ㈜럭키 대표이사 재직 시절, 구 회장은 기업과 나라가 잘 되려면 기술력만이 답이라고 여겼다. 80년대 당시 세계 석유화학시장 수출 강국인 일본과 대만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구 회장은 당시 “우리는 지금 가진 게 없다. 자본도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도 없다. 오직 창의력과 기술, 지금 우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에서는 세계 최초로 램버스 D램 반도체를 개발했으며,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굴지의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현재 LG의 근간이 된 주요사업의 시작과 중심에는 늘 그가 있었다.
일개 사업부를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만들기까지
구 회장은 2000년 LG유통(現 GS리테일) FS사업부(푸드서비스 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의 회장으로 취임해 20여년간 아워홈을 이끌었다. 그동안 아워홈 매출은 2125억원(2000년)에서 2021년 1조 7408억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으로 시작한 아워홈은 현재 식품사업, 외식사업과 함께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났다.구 회장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먹는 만큼이나 만드는 과정을 좋아했다. 미국 유학 중 현지 한인마트에 직접 김치를 담가주고 용돈벌이를 했다. LG건설 회장 재직 당시 LG유통 FS사업부에서 제공하는 단체급식에 불만이 있었다. 개선할 점이 많다고 느꼈다. 구 회장은 2000년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맛과 서비스, 제조, 물류 등 모든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특히 그는 미래를 내다보고 대비하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구 회장은 단체급식사업도 화학, 전자와 같이 자신이 몸 담았던 첨단산업분야에 못지 않은 R&D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워홈은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2000년 식품연구원을 설립했다. 당시 임원들은 “단체급식 회사가 대량 생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연구원까지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구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설립 이래 지금까지 1만 5천여 건에 달하는 레시피를 개발하였으며, 현재 연구원 100여 명이 매년 약 300가지의 신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업계 최초 노로바이러스 조사기관, 축산물위생검사기관, 농산물안전성검사기관 등 공인시험기관으로서 역할도 수행하며 국내 안전 먹거리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국민이 건강해야 기업도, 나라도 건강하다
구 회장은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로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아워홈을 경영했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뒀다. 80년대 럭키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세상에 내놓았던 ‘드봉’과 ‘페리오’ 등 생활 브랜드 역시 ‘국민의 건강한 삶’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탄생했다.와병에 들기 전 아워홈 경영회의에서 구 회장은 “요새 길에서 사람들 보면 정말 커요. 얼핏 보면 서양사람 같아요. 좋은 음식 잘 먹고 건강해서 그래요. 불과 30년 사이에 많이 변했습니다. 나름 아워홈이 공헌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합니다”라며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그동안 같이 고생한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