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오는 2023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대신∙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NH투자증권에, 외국계 중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크레디트스위스∙씨티그룹글로벌마켓∙JP모건 등이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가치 4조원 추정, 헬로네이처 지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편
업계는 11번가 기업가치를 4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동종 이커머스 플랫폼이자 업계 1위, 2위인 네이버, 쿠팡 등과 대적하기엔 쉽지 않겠지만 지난 2020년 기준 11번가의 거래액은 약 10조원 규모로 3위권인 SSG닷컴(지마켓 인수 포함), 마켓컬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판단이다.11번가는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했다. 보유하고 있던 신선 식품 새벽 배송 업체 헬로네이처 지분 전량을 BGF그룹에 모두 매각했기 때문이다. 11번가는 지난 15일 BGF네트웍스에 헬로네이처 지분 49.9% 팔았다고 밝혔다.
업계는 11번가의 헬로네이처 지분 매각이 이 회사의 코스피 상장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헬로네이처의 사업 운영권은 BGF에 있었다"며 "자사의 상장 작업을 위해 헬로네이처 지분 매각을 독단적으로 진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11번가는 헬로네이처 지분 매각으로 영업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됐다. 11번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헬로네이처의 장부가액은 6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3억원 줄어들었다. 2018년 285억원과 비교해봐도 약 77% 감소했다. 지난해 헬로네이처의 손실도 158억원에서 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74% 늘었다.
성공적인 코스피 상장 위한 해결할 문제 상당…IPO 시장 우호적이지 않아
11번가 상장 작업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늘어나는 적자와 온라인 시장 성장 둔화, 우호적이지 않은 IPO 환경 등이 문제다. 11번가 적자 폭은 늘어나고 있다. 11번가에 따르면 2019년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한 것 외에 2020년 영업손실 98억원, 지난해 영업손실 694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 당시 11번가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영업손실 678억원을 기록했지만 2019년 영업이익 14억원으로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며 "2022년에도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사업 전략을 고수하면서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온라인 시장 성장 둔화도 11번가에 우호적이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 상황으로 전환하면서 이커머스 시장 성장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올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4.5% 증가한 220조원을 전망하고 있지만 성장률 자체가 과거 대비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미국 아마존의 이커머스 부문 성장세가 역성장했다"며 "글로벌 업체 실적 및 주가에 나타난 것처럼 국내 이커머스 성장률도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IPO 시장이 위축된 점도 11번가가 넘어야 할 고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경기 불안이 확대됐고 물가 상승 압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불안이 가중되면서 투자보다 현금성 자산을 더 선호하는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 IPO 시장은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며 "IPO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부진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4월 20일까지 상장한 기업은 총 107개이지만, 지수대비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종목은 76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업체의 주가만 봐도 알 수 있듯 현재 시장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 11번가가 IPO를 진행하게 됐다"며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헬로네이처 지분 판매 등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보아 상장에 대한 의지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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