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이전까지 경쟁사보다 조금 더 나은 기술력을 선보이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경쟁사가 같은 기술력을 더 저렴한 가격에 선보일 경우, 소비자들은 고민 없이 경쟁사로 넘어가고 말았다. 삼성 생태계에서 벗어나도 소비자는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운영체제(OS)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다.
반면, 애플은 자체 운영체제인 iOS를 기반으로 한다. iOS 기기끼리는 서로 연결돼 있어 사용자가 느끼는 효율성이 극대화한다. 반면 iOS가 아닌 기기를 사용하면 불편하고 작동이 되지 않기도 한다. 이렇게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이른바 애플 마니아를 형성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이 다소 폐쇄적이라면, 삼성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개방성’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소비자 경험 극대화에 중점을 두며 원삼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사업부와 제품 간 벽을 허물어 시너지를 내고, 기존 관행을 과감히 바꾸겠다는 것이다.
DX부문장인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 부회장도 취임 직후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고객의 삶의 가치를 높이고 그 삶의 여정에 더 풍부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큰 목표가 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존 사업부와 제품 간의 벽을 허물고 고객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탐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가전은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집 안의 모든 가전 제품을 연결하는 통합 가전 솔루션인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를 통해 소비자 경험 극대화에 나선다. 특히 소비자가 집 안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쿠킹·에어 케어·펫 케어·클로딩 케어·에너지·홈 케어 등 6대 서비스를 통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MWC 2022에서도 “매년 5억개 이상 출시되는 삼성전자 제품들이 서로 연결된다면 굉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고객 경험과 멀티 디바이스 경험이 중요하다. 제품끼리 서로 경험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어야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로봇·메타버스 등 4차 산업까지 삼성의 기술력을 더욱 강화한 ‘원삼성’을 구축해 소비자 경험을 더욱 확장시킬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로봇과 메타버스를 키우겠다고 공식화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문조직을 강화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라며 “다양한 로봇 영역에서 기술을 축적하고 사업화를 검토해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출소 이후 발표한 240조 투자 계획에서 인공지능(AI)·로봇·슈퍼컴퓨터 등 미래 신기술과 신사업 R&D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로봇 분야에서는 핵심 기술 확보와 폼팩터 다양화를 통해 ‘로봇의 일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에 삼성전자가 선언한 로봇 사업은 생활용 로봇이다. 기존 대기업들이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삼성의 첫 생활용 로봇 제품은 CES 2019에서 처음 선보인 보행 보조 로봇 ‘젬스(GEMS)’가 유력하다. 옷과 같이 고관절에 로봇을 착용해 보행이 불편한 이들을 돕는 로봇으로, 내달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메타버스 기기 상용화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 부회장은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최적의 메타버스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적화된 메타버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며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 육성 발굴도 병행해 지속 성장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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