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이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초에는 조합 집행부 교체 등이 겹치며 일반분양 일정이 더욱 미뤄졌다. 이에 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비를 회수할 수 없는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결국 내달 15일 공사 중단을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지난 19일부터 공사 중인 단지 인근에 견본주택을 열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공사 중단과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첫 오픈 날이었던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하루에 약 100분 정도가 다녀가셨고, 평일에 와서는 그만큼 많이는 아니지만 끊기지 않고 꾸준히 방문하는 조합원 분들이 계신 상태”라고 전했다.
분양 지연을 둘러싼 시공사업단과 조합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점은 2020년의 공사변경 계약이다.
현재 시공사업단은 “2020년 2월 실착공 요청에 대해 공사비 충당의 주요 근원인 일반분양 시점을 2020년 4월 이내로 하는 조건으로 했으나, 귀 조합은 현재 수행중인 공사의 근거인 2020년 공사(변경)계약이 무효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당 시공사업단은 실착공 후 약 2년 이상이 경과한 현재까지 1원 한푼 받지 못한 채 약 1조6800억원을 투입해 외상 공사를 수행 중에 있다”고 밝힌 상태다.
둔촌주공재건축 조합은 시공사업단으로부터 최근 5200억원 공사비 증액 요구 공문을 받았다. 지난해 6월 25일에 체결된 공사비 계약서를 보면 가구 수 증가와 고급화 등 인한 설계 변경으로 인해 공사비는 기존 2조6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조합 측은 전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해당 계약서를 임의로 날인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6년 총회를 통과한 계약서만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계약서의 인정 여부를 두고 사업단과 조합 측의 평행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계약서가 작성된 날은 전임 둔촌주공 조합장의 해임안이 발의됐던 날이기도 하다.
조합은 21일 서울동부지법에 5600억원 규모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달 열릴 정기총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안건이 상정된 상태다.
이와 관해 시공사업단은 “당시 계약이 적법하게 개최된 관리처분총회를 기반으로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쳤으며, 이후 강동구청의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은 만큼 조합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유효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조합은 “시공사업단이 공사 중단을 빌미로 조합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4월 16일로 예정된 조합 정기총회를 무산시키기 위함”이라며, “시공사가 조합 총회에 직접 개입하려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고, 조합원들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업무방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분양이 지연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차가 있다. 조합은 시공사가 협조하지 않아 일반분양이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업단은 “분양을 해야 사업비를 회수할 수 있는데 일반분양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반분양이 미뤄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단연 분양가 문제가 꼽힌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2020년 상반기 3.3㎡당 3500만원 수준으로 분양을 추진했지만, 분양가를 3000만원 이하로 책정한 HUG의 보증을 받지 못해 분양이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한국부동산원이 강동구가 둔촌주공 분양가 산출을 위해 의뢰한 택지비 감정평가 적정성 검토에서 지난달 '재검토' 의견을 통보하면서 애초 계획한 올해 상반기 내 일반분양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 “장기전 가면 불리할 텐데...” 일반 조합원들 불안감
둔촌주공 사업중단 설명회에는 하루 평균 60~70세대 이상의 조합원들이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정확히 돌아가는 상황도 모르겠고, 뉴스에서는 계속 불안한 얘기만 나오고 있어서 하도 답답해서 와봤다”며, “소송이 진행되면 입주가 더 늦어진다는데 이러다가 정말 길바닥에 나앉을까봐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조합 임원들이 승산이 있다며 조합원들을 다독이고 있긴 하지만, 지금 사업단들은 이런 재건축 분쟁에는 이골이 난 사람들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싸움처럼 보이는데 불안해서 밤마다 잠이 안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는 시공사업단과 조합간의 갈등을 풀기 위해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조합 측이 이를 반려하면서 평행선은 계속되고 있다. 설명회 현장에서 그간 조합과 사업단이 주고받은 공문을 확인해봐도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으며 '상대 측에 책임이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어 갈등 해결의 실마리조차 발견이 요원한 상태다.
정비업계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공정률이 절반가량 진행됐고, 현재 사업단이 골조공사까지 거의 진행한 상태라 지금 시점에 시공사 해지 및 교체를 진행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상황”이라며, “사업단도 이번 공사 중단과 관련해 나름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 극단적인 행동에 나섰을 텐데, 지쳐가는 조합원들을 현 조합장이나 수뇌부가 어떻게 설득하고 끌고 갈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