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 채용비리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부(박보미 판사)는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 부회장은 2015~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18년 6월 기소됐다. 함 부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장 시절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 공채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잘 봐줄 것을 지시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함 부회장이 서류전형 이후 합숙면접에서도 인사부에 개입한 것으로 봤다. 함 부회장은 이와 함께 2015년~2016년 공채를 앞두고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1로 해 남자를 많이 뽑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 결심공판에서 함 부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함 부회장이 2015년 하나은행 공채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들에 대한 추천 의사를 인사부에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합격권이 아니었던 지원자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도 “하나은행의 남녀 차별적 채용 방식이 적어도 10년 이상 관행적으로 지속됐다고 보이고, 은행장들의 의사결정과 무관하게 시행돼 피고인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법원은 함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나은행 법인에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하나은행의 채용 방식에 대해 "쉽게 말하면 당초부터 성별로 다른 출발선을 그어 놓고 경기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일반 행원 기준으로 남성이 더 필요하다고 볼 합리적 이유가 없는데도 인위적으로 성별 비율을 정한 것은 전통적 고정관념에 기반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함 부회장은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 결과에 앞서서 이번 일로 많은 심려를 끼친 데 대해서 대단히 죄송하고 재판장께서 현명하게 판단해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영하겠다”고 말했다.
함 부회장은 지난달 8일 열린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된 상태다.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과하면 임기 3년의 하나금융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한편 하나은행 전직 인사부장 등 4명은 함 부회장의 지시를 받아 이행한 혐의로 2020년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지난달 2심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하나은행의 공정한 업무수행을 현저히 훼손했다. 다만 범행을 피고인들의 개인 책임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참작했다”며 형량을 유지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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