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부회장 권영수닫기권영수기사 모아보기)이 출범 1년 만에 달라진 위상을 체감하고 있다. LG그룹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자리를 부회장으로 격상시켰다. 이달 상장을 앞둔 이 회사는 유가증권시장 역사상 역대 최대어가 될 것이 유력하다. 신임 권영수 부회장은 리콜로 인한 배터리 품질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인재 확보 등 내부 결실을 다져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9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1~11월 전세계 글로벌 전기 승용차에 탑재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용량은 51.3GWh로 전년 동기 대비 90.6% 증가했다. 점유율은 22.2%로 글로벌 2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중국 CATL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CATL은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부진했던 자국 시장 의존도가 크다. 중국 이외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CATL 보다 3배 가량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진정한 글로벌 1위 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올해는 LG에너지솔루션에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톱 티어’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현재 순위가 무색하게 경쟁사들 추격이 거세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더십 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10월 LG에너지솔루션은 지주사 ㈜LG 대표이사인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초대 대표이사인 김종현닫기김종현기사 모아보기 전 사장이 임명된 지 11개월 만에 사령탑을 전격 교체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2018년 8월 LG그룹이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회장 체제로 출범한 직후 가장 주목받아 온 인사다. 권 부회장은 ㈜LG 최고운영책임자로서 구 회장의 경영체제가 자리잡기까지 지근거리에서 구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전략을 총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권 부회장은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이 높고, 고객과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줄 수 있는 경영자”라고 밝혔다.
실제 권 부회장은 2012년 LG에너지솔루션 전신인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이끌며 2년 만에 전기차 고객사를 10개에서 20개로 늘린 성과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직급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격상했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 LG그룹에서 대표이사가 부회장으로 있는 계열사는 LG에너지솔루션과 모회사인 LG화학(신학철닫기신학철기사 모아보기 부회장), ㈜LG(권봉석닫기권봉석기사 모아보기 부회장), LG생활건강(차석용닫기차석용기사 모아보기 부회장) 등 4곳이다. 그룹 내에서도 미래 성장 사업인 배터리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 부회장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는 27일 IPO(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일이다.
이번 IPO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이 내놓은 공모주는 총 4250만 주(신주 3400만 주)이며, 제시한 공모가는 주당 25만 7000원~30만 원이다. 공모금액이 최대 12조 7500억 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 공모액으로 기록됐던 2010년 삼성생명(4조 8880억 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어’인 셈이다. 상장 이후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70조 2000억 원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은 코스피 시총 3위 기업으로 단숨에 뛰어오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하는 12조 원 규모 자금을 대규모 증설 작업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사는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에 대한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에서 유럽 완성차기업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고, GM과 합작해 세운 배터리 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서는 3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권 부회장이 이 같은 양적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성장도 함께 추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당초 작년 예정됐던 IPO가 올해초로 밀렸던 이유도 GM 쉐보레 볼트 전기차 화재 리콜에 따른 품질이슈 때문이었다. 이에 앞서 2019년 국내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2020년 현대차 코나 전기차 화재 등으로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어려운 현실에 당면했다”면서 “동이 트기 전에 가장 어둡다고 하듯 길게 보면 거쳐야 할 과정이고, 위기를 더 큰 도약을 위한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문화 개선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경쟁 기업들이 파격적 대우를 내세워 인력 유치전에 한창인 만큼 핵심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산하 전지사업본부 시절, 임금 등 직원 처우 문제로 잦은 불협화음을 낸 바 있다. 내부적으로는 다른 본부와 성과급 차별 문제로 내부 갈등을 겪었고, 외부적으로는 배터리 인력 이직이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소송전에 불을 당겼다.
권 부회장은 신년부터 ‘행복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6대 과제’를 발표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는 직원끼리 호칭을 직급·직책에 관계 없이 ‘님’으로 통일하고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도 전면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권 부회장은 “앞으로 제게 편하게 ‘권영수 님’이라고 불러 줬으면 한다”며 “고객에게 신뢰받고 나아가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이며 가장 중요한 고객은 바로 임직원 여러분이다”고 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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