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과정에 관여하고 점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로 법적 리스크를 털어내면서 연임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조 회장과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7명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로 2018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 시기 특정 지원자의 지원 사실과 인적 관계를 인사부에 알려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조 회장이 인사부에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킬 것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은 점과 지원 사실을 알린 지원자로 인해 다른 지원자들이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특정 전형에서의 부정통과자로 적시된 지원자 53명 대부분은 청탁의 대상이거나 신한은행 임직원들과 연고 관계가 있는 이들이기는 하나 대체로 상위권 대학 출신에 일정 수준의 어학 점수와 자격증을 보유하는 등 기본적인 스펙을 갖추고 있는 데다 다른 일반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정 정도의 합격 사정 과정을 거쳤다면 일률적으로 부정통과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에서 조 회장이 채용과정에 관여했다고 제기한 3명의 지원자와 관련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조 회장이 2015년 상반기 1명, 2016년 하반기 2명의 각 부정합격과정에 관여했다고 봤다. 이들 중 2명은 최종 합격자이고 1명은 1차 면접에서 탈락해 최종 불합격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로 판결한 지원자들과 관련해 2015년 상반기 지원자 1명, 2016년 하반기 지원자 1명의 경우 모두 정당한 합격자 사정 과정을 거쳐 합격한 지원자이거나 지원자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려워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2016년 하반기 지원자 1명의 경우에 대해서도 서류전형 합격과정에 조 회장이 관여했는지 여부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지원자 정모씨의 서류전형 지원 사실을 당시 인사부장에게 전달했고 채용팀으로서는 전형별 합격자 사정 단계에서 행장이 전달한 지원자라는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음을 충분히 예상했다 하더라도 이 같은 의사표시를 합격지시로 간주할 수는 없다”며 “만약 인사부장이 행장의 의사표시를 합격지시로 받아들였다면 굳이 서류전형만 통과시키고 1차 면접은 탈락시키는 것으로 결심하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선고 말미에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일부 지원자들을 관리하거나 설령 그런 명단을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이들을 일반 지원자와 별도로 구별해 관리하거나 채용팀 관계자들이 그들의 지원 사실을 내외부로부터 전달받아 인지해 채용업무를 진행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특혜 제공에 따른 부정채용의 의심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채용기회나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생기거나 일반 지원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한은행을 비롯한 사기업에서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이런 관행은 반드시 타파돼야 할 악습”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조 회장의 거취는 물론 신한금융의 지배구조에도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조 회장은 1심 선고 두 달 만인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임기 3년을 부여받았다. 항소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나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회장직 유지도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신한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향후 5년간 경영진 자격이 배제된다. 검찰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2023년 3월까지 임기를 마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3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금융권에서는 2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조 회장이 3연임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규정에서 신규 선임되는 회장의 나이를 만 67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만 67세 이상인 회장이 연임하는 경우 재임기한은 만 70세까지다. 1957년생인 조 회장은 3연임은 물론 4연임도 가능한 상황이다.
조 회장은 앞으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 회장은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주장한 증거자료 부분들을 재판부에서 충분히 세심하게 보신 것 같다. 현명한 판단을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엄정한 잣대로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투명한 절차를 확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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