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청약광풍은 이제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 등 비아파트로도 번지며 부동산 불안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불과 2년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서울 오피스텔조차 미달 사례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지만, 이제는 인천·평택 등 서울과 거리가 있는 지역에서도 수십, 수 백 대1의 경쟁률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인천과 경기, 나아가서는 서울 일부 오피스텔 단지들에도 미달 사례가 속출했다. 1군 건설사 브랜드와 중소형사 브랜드간 인지도 차이, 공급 평형에 따른 차이는 있었지만 이마저도 크지 않았다. 2019년 오피스텔 청약 평균 경쟁률은 3.11대 1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정책 실패로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대체 주거상품으로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 불과 1년이 지난 2020년 오피스텔 평균 청약 경쟁률은 13.21대 1, 올해는 9월 기준 12.22대 1로 2019년 대비 4배 이상씩 늘어난 상태다.
지난달 분양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은 평균 세 자릿수, 최고 5761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연희공원 푸르지오 라끌레르’ 역시 최고 18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주로 전용면적 14~18㎡대 이하의 소형으로만 공급되던 오피스텔들도 84㎡형대 중대형 공급을 늘리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경쟁률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 아파트 부족 대체할 오피스텔 규제 완화? 오히려 투기 부를 가능성도
정부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오피스텔은 일부 전매 허용 및 느슨한 중도금대출 규제 등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끈 바 있다. 여기에 정부는 최근 오피스텔 내 바닥난방 설치가 허용되는 면적 기준을 기존 전용 85㎡에서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아파트 전용면적 85㎡과 유사한 실사용 면적인 전용 120㎡까지 확대, 도심 내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이 ‘21~’22년 간 집중 공급되도록 민간 건설사 등에 대한 주택도시 기금 건설자금 융자 한도를 현행 대비 약 40% 상향하고, 대출 금리도 현행 대비 1%p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현재는 민간 사업자(법인)가 과밀억제권역 내에서 오피스텔을 신축하는 경우 취득세가 중과되고 있으나, LH 등과 매입약정(‘21~’22년 약정분 한정)을 통해 공공임대로 공급하기로 한 경우는 취득세 중과를 배제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런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완화가 부를 부작용이다. 정부가 잡고 싶어하는 다주택 투기세력이 다음 타깃으로 오피스텔을 점찍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분기 들어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는 0.74%, 경기도는 1.21% 상승했다. 급증한 수요에 맞춰 매매가가 함께 뛰어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오피스텔이 투자상품으로 각광받지 못했던 이유는 떨어지는 환금성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또 아파트에 비해 지나치게 부동산 경기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도 투자 리스크로 꼽혔다.
그러나 정부는 오피스텔보다 아파트에 대한 규제에 집중해왔고, 최근에는 오피스텔에 대한 추가 규제 완화까지 시사하면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파트값이 천장을 뚫고 있는 상황에 대출까지 막힌 가운데, 부동산 투자에 나서려면 오피스텔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역대 최대고 집값도 높아서 아파트 진입장벽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직주근접이나 편리한 생활권을 어떻게든 구하고 싶은 수요층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피스텔을 노리면서 당분간 불안한 판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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