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말해 미국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1958년 ‘뱅크 아메리카드(BankAmericard)’라는 이름의 신용카드를 출시한 게 굉장한 인기를 얻으면서 오늘날의 비자카드로 발전한 것처럼 국경 제한 없이 이용 가능한 ‘소비자 중심’ 결제망을 만드는 것이다.
◇ “분사 계기로 국내외 서비스 높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설립한 글로벌 지급 결제망 ‘GLN(Global Loyalty Network)’이 별도 회사로 독립 분사했다. 목표는 5대 금융이 함께 참여하는 ‘차세대 글로벌 결제 플랫폼’이다.
대표는 GLN 사업을 이끌어온 한준성 전 하나금융 그룹디지털총괄 부사장이다. 초기 자본금 100억원에 하나은행이 4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할 계획이다. 전자금융업 등 사업을 위한 라이선스 등록을 마치면 영업 양수 절차도 마무리된다.
외부 투자도 적극 유치하려 한다. 파트너사인 대만과 일본계 은행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GLN은 대만과 태국, 베트남, 일본, 홍콩 등 8개국에서 이용할 수 있다. 연내 미국(괌·사이판), 싱가포르, 호주 등에도 결제 서비스 진출을 준비 중이다. 영업 양수가 끝나면 중국, 인도 등 해외 서비스 지역을 20여 개국으로 넓히고 북미와 유럽까지 뻗어 나갈 계획이다.
GLN은 하나은행이 지난 2019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지급 결제 플랫폼이다. 전 세계 금융기관, 이동통신 업체,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 등을 하나로 연결한다. 사업을 주관하는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하나카드 등 하나금융 계열사 모두가 사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각종 혜택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받아볼 수 있다.
하나멤버스를 해외 주요 국가들과 연계해서 글로벌 통합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구상에 따라 2017년 초부터 GLN 사업이 추진됐다. 김정태 회장은 당시 GLN 컨소시엄에서 "하나머니를 해외에서도 쓸 수 있는 방안을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다"며 "디지털 자산 교환 네트워크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혁신적인 시도"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블록체인을 기반 전자결제 서비스를 통해 국경 제한 없이 모바일로 자유롭게 ▲송금 ▲결제 ▲ATM(현금 자동입출금기) 인출 등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전 세계 14개국 총 58개사와 제휴를 협의 중이다.
GLN은 별도 설치나 가입이 필요 없다. 기존에 사용하던 GLN 파트너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국가별 환율이 자동 적용돼 별도 환전 절차 없이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해외 중 가장 먼저 GLN 기반 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곳은 대만이다. 지난 2019년 4월 대만 최대 면세점 에버리치(Everrich), 전통 야시장, 자판기 등에서 스마트폰 ‘하나멤버스’앱을 통한 현지 바코드 결제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어 한 달 뒤 태국 최대 은행 중 하나인 시암상업은행(Siam Commercial Bank‧SCB)과 제휴를 맺고 파일럿 서비스를 거쳐 국내 최초로 태국에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로써 태국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환전이나 현지의 별도 앱 설치 없이 태국 주요 관광지들에서 ‘하나멤버스’를 통한 결제가 가능해졌다.
현재 태국 수도인 방콕의 필수 교통수단인 BTS(Bangkok Mass Transit System), 태국 대표 백화점인 센트럴 백화점과 엠포리엄 백화점을 비롯해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아이콘시암 쇼핑몰, 짜뚜짝 주말시장, 고메 마켓, 빅씨 마트 등 태국 내 300만 가맹점에서 GLN 서비스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6월 홍콩에서 결제 서비스를, 8월에는 일본 ATM 출금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자(Visa) 브랜드가 붙은 카드로 세계 비자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것처럼 GLN 이용자들은 세계 GLN 파트너사에서 현금은 물론 금융사 포인트나 마일리지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으로 결제, 송금, 출금 등을 할 수 있다”며 “특히 별도 환전 없이 파트너사 앱으로 GLN 머니를 충전하면 가맹점에서 QR코드나 바코드 스캔으로 ATM 인출 등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데다가 거래 수수료가 훨씬 저렴하고 정산도 빠르기 때문에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 GLN 플랫폼에 5대 금융 들어올까
하나은행은 ‘확장성’을 높이고자 GLN 플랫폼에 최대한 많은 금융사를 참여시키려 한다. 글로벌 허브로서 역할을 하려면 많은 이해당사자가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분사를 계기로 5대 금융을 포함해 국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 서비스 접근성을 대폭 높이려 한다.
현재는 중국의 알리페이, 베트남의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및 VN페이, 일본의 NTT도코모 등 해외 금융사와 간편결제 사업자, 통신사 등이 참여 중이다. 국내에서는 모회사 하나은행을 제외하면 토스, SSG페이, SK페이, 제로페이만 참여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GLN 분사가 이뤄지면 해당 서비스에 협력할 수 있다’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이나 신한은행의 ‘쏠’ 등 각 은행에서 활용하는 모바일 앱을 통해 GLN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과연 다른 금융지주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의문이 남는다. 왜냐하면 하나은행에서 독립한 별도 사업자로서 ‘지엘엔인터내셔널’이 GLN 사업을 이끌어 가지만, 결국 하나은행에서 나온 회사인 데다가 현재 사업을 이끌어가는 구성원이나 초기 자본 모두 하나은행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 사업의 경우 최대한 많은 사업자가 모여야 확장성이 있고 서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들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할 테지만, 금융사마다 자신만의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은행이 주도하는 사업에 쉽게 들어가겠다고 선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5대 금융이 다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독립 분사했지만, 아직 다른 금융사가 참여한다고 확정 짓기는 어렵다”며 “다만, 비자카드가 원래 별도의 은행 사업 부서였다가 대표적인 카드사로 성장한 것처럼 자금 중개‧결제 기능이 포함된 GLN을 독립 사업체로 분리시킨 만큼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후속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만큼 서비스 참여, 지분 투자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다른 금융사들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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