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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용어 정책 토론회] 주제 발표-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금융소비자보호 위해 쉬운 우리말 사용 필수”

기사입력 : 2021-10-09 06:00

(최종수정 2021-10-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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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금융소비자 이해력 증진할 것
어려운 금융용어 대체 가능한 우리말 찾아야

▲사진 :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신문 홍승빈 기자] “금융당국과 금융업계가 공동으로 금융용어 사전을 통합하고 확대 개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금융당국부터 한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8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금융신문이 공동으로 주관한 ‘575돌 한글날 맞이 쉬운 우리말 쓰기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성복 연구위원은 이날 행사의 주제발표자로 나서 ‘쉬운 우리말을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올해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사의 금융상품 설명 의무는 이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강화됐다. 금융사 임직원들의 ‘상품 숙지’는 의무화됐으며, 일반 소비자에게 금융상품 설명서를 제공하는 절차 또한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금융사는 금융상품을 판매하거나 고객의 자문에 응할 때 금융상품 설명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반 금융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용어가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회사의 금융상품 설명의무 규제의 실효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 쉬운 우리말 사용 여부 따라 금융 서비스 효과 달라져

그는 특히 쉬운 우리말과 금융이해력과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으로 측정되는 금융소비자 역량은 금융에 대한 지식, 기술, 태도, 행위 등에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소비자의 금융에 대한 지식과 기술은 적정한 금융교육을 통해 향상할 수 있는 결정요인”이라며 “이의 향상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금융소비에 대한 태도와 행위를 건전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사의 설명의무 이행 여부와 정보제공 방식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사의 금융서비스 방식에 의해 금융소비자의 태도나 행위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라며 “금융교육만으로는 금융소비자의 태도나 행위의 변화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사는 소비자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쉬운 우리말’의 사용 여부에 따라 금융교육·서비스의 전달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용어나 전문용어가 많이 사용될수록, 금융교육이나 서비스의 전달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쉬운 우리말 사용은 금융소비자의 금융이해력을 증진하고, 건전한 소비를 유도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지·판단 능력 또는 금융이해력이 낮은 금융소비자일수록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금융사기 등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다”라며 “금융소비자 보호 증진을 위해 쉬운 우리말 사용과 확산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 금융당국, 전문가 활용해 쉬운 우리말 사용 솔선수범해야

금융소비자들의 금융이해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그간 금융소비자의 역량 또는 금융이해력 강화를 위해 금융교육 강화, 정보제공 확대, 금융 관행 개선 등에 대해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 이를 지속해서 추진해왔다.

특히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금융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금융정보를 알기 쉽게 알려주고자 ‘알기 쉬운 금융’ 서비스를 신설·제공해왔다. 또 금융용어 사전 편찬을 통해 알기 쉬운 금융용어 사용을 권장하고,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또한 지난 2015년 10월 금융투자업계와 공동으로 ‘투자설명서 용어정비반’을 꾸리고, 금융투자상품 설명서에 사용된 어려운 금융용어 303개를 알기 쉽게 개선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해당 노력의 지속성이 미흡하고, 성과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조사한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금융이해력 전반과 금융지식 부문의 점수가 일관되게 향상하는 양상을 보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금융업계가 어려운 금융용어를 개선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노력했더라면, 쉬운 우리말이 지금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더 넓게 확산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소비자 보호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서비스 이용 시 불편사항 중 ‘이해하기 어려운 약관·상품설명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위원은 “그간의 노력에 비해 실질적인 성과는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라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쉬운 우리말의 확산에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용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용어가 친숙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용어만으로는 의미 자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라며 “해외 규제를 국내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외래 용어가 우리말로 순화하는 과정 없이 그대로 인용되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외래어는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보다는 그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고, 어려운 한자어는 풀어쓰기보다는 그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어려운 금융용어, 특히 외래 금융용어를 대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을 지속적으로 찾아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미 자주 사용되고 있는 외래 금융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지금의 금융용어 사전을 확대 개편하고, 금융상품 설명서, 약관, 금융교육 자료 등에서 쉬운 우리말이 널리 사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금융당국부터 모범적으로 한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해 보도자료 등 대외 발표문서에 쉬운 우리말이 우선하여 사용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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