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기술평가국은 미국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친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미 백악관이 개최한 3차 반도체 회의의 후속 조치다.
이날 회의에서는 반도체 부족과 관련해 상무부가 기업에 투명성 제고를 요청했다. 45일 내로 재고와 주문, 판매 등과 관련된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출하라는 것이다.
당시 러몬도 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정보 제공 요청은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며 “병목현상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알아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수단이 있다”며 사실상 강제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3년치 매출액과 제품별 매출, 원자재 및 설비 종류, 고객 명단, 재고 현황, 증산 계획, 예상 매출 등 영업 기밀을 제출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의 고객사와 매출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해당 정보가 유출되면 향후 가격 협상 및 신규 고객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 기업뿐만 아니라 고객사도 반도체 주문량,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향후 6개월 구매 예정 수량 및 구매 계약 기간 등을 제출해야 한다.
다만,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정보 제출 요구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영업기밀인데,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대부분 메모리 반도체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와는 종류와 상황이 다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사와 가격, 재고 등은 기업의 영업기밀인데, 어느 수준까지 정보를 공개해야 할지 의문이고, 이 정보가 어떻게 활용될지도 미지수”라며 “이번 조사가 한 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생산 내재화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에 현지 투자를 압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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