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는 10일부터 만 17세 이상 모든 토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뱅킹 서비스 사전 이용 신청을 받고 있다. 토스 애플리케이션(앱) 내 홈 화면 배너나 전체 탭의 ‘토스뱅크 사전 신청’ 메뉴에서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대규모로 사전 신청받은 것은 국내 은행 중 토스뱅크가 ‘처음’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지난 2017년 출범 전 주주사 일부에게 서비스를 시범 제공하는 ‘프리 오픈’을 진행했지만, 일반 이용자에게 혜택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 ‘입소문 효과’로 토스뱅크에 몰린 인파
입소문 효과는 강력했다. 토스뱅크 통장이 은행권 통틀어 최고 수준 금리 혜택의 수신 상품이라는 소식을 듣고 파격적인 혜택을 받고자 신청 첫날 오전에만 10만명 이상 인파가 사전예약 행렬에 동참했다. 12일 오후 12시 30분 기준으로 사전예약 인원은 41만6439명에 달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예‧적금 상품마다 가입 조건이 서로 다르고 복잡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받고자 은행 발품을 팔고 가입 경쟁을 벌여야 했던 고객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에서 기획했다”며 “사전 신청으로 먼저 토스뱅크 통장을 개설하면 돈을 예치한 날짜부터 연 2% 이자가 계산돼 매달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금리도 연 1.4~1.5%, 적금 금리도 연 2%에 미치지 않는 상황에 ‘파격적 금리’를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서나 꺼내드는 연 2% 금리 카드를 아무 조건 없이 수시 입출금 통장에 적용한 것은 업계 ‘최초’다.
토스뱅크는 체크카드도 전월 실적 조건 없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고객이 먹고, 마시고, 타는 생활밀착형 가맹점 5대 카테고리(커피‧패스트푸드‧편의점‧택시‧대중교통)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결제 즉시(대중교통은 다음날) 카테고리별 300원씩 매일 현금으로 ‘캐시백’ 받는다. 하루 최대 1500원, 한 달 최대 4만65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사용 금액의 3%를 즉시 캐시백 한다.
송금 수수료는 물론, 국내외 현금 자동인출기(ATM) 입‧출금 수수료도 무제한 무료다. 내년 1월 말까지 적용되는 첫 시즌 혜택으로 비용은 모두 토스뱅크가 자체 부담한다. 다만 시즌마다 고객 소비 패턴에 맞는 새로운 혜택으로 바뀔 수 있다고 사 측은 전했다.
디자인도 간결하게 바꿨다. 반전 네온 색상을 적용하고, 플레이트 끝에 V자 홈을 파 IC 칩 방향을 인지하기 쉽게 만들었다. 카드번호를 카드에 써넣는 대신 토스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보안성도 강화했다.
◇ 토스뱅크의 공격적 영업, 기대 반 우려 반
토스뱅크의 공격적 영업은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당국 규제 여파로 주춤한 사이 핀테크 이용자들을 끌어모으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치권의 빅테크 규제 압박으로 여러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에게 인기 있는 플랫폼 ‘토스’와 놀랄 만한 혜택으로 초기 가입자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와 같이 안정적인 가입자를 확보한 뒤에는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개인 고객 대상으로 대규모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파격적 행보가 앞으로 계속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수시입출금 통장의 경우 은퇴자금이나 비상금 등 목적을 가지고 300만원 정도의 소액에 한해 고금리를 제공해도 이자율이 연 2%를 넘으면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자본력을 크게 키우지 않고서는 이 같은 혜택을 계속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케이뱅크가 어려운 증자 과정을 헤쳐나간 뒤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로 몸집을 키운 것처럼 토스뱅크도 초기 증자 과정을 잘 거쳐나가야 지금과 같은 공격적 마케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신용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도 이런 고금리 혜택을 현재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통상 결제금액이 훨씬 낮은 체크카드로 이만한 할인 폭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적자를 계속 내는 상황에 목표만큼 고객을 확보한 뒤에는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지속 불가능한 ‘출혈식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토스뱅크는 비용 구조를 최소화해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점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고정 비용이 더 들어갈 이유가 없어 더 많은 이익을 이자로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은행권 총 여신(대출) 금리(2.77%)에서 수신(예금) 금리(0.66%)를 뺀 금리차는 2.11%다. 이러한 차이에서 오는 마진이 은행의 수익분으로 계산되는데 토스뱅크의 경우 여신 금리를 낮추고 수신금리를 높여 사업 초창기에는 수익보다 고객 확보에 치중하겠다는 행보로 볼 수 있다.
토스뱅크 대주주(50.5%)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하반기 들어 두 차례 이상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지난 6월 말 4600억원 규모 신규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내 자본력을 확충했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토스뱅크에 관한 은행업 인가와 함께 손익분기점 도달 예상 시점인 오는 2025년까지 증자 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부대조건으로 달았다.
홍민택닫기홍민택기사 모아보기 토스뱅크 대표는 “돈을 맡기는 고객이 어느 은행 어떤 상품이 더 나은지 직접 비교하고 고민할 필요 없도록 상품을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사용자 관점에서 새롭게 설계한 뱅킹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유니콘 토스’가 설립한 국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포용과 혁신의 인터넷은행을 표방하며 고객 중심의 상품과 서비스 개발, 중‧저신용자 포용, 시대적 흐름에 따른 기술적‧정책적 진화 추구를 내세우고 있다.
올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기준)을 전체 가계 신용대출의 34.9%로 맞추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한 바 있다. 현재 신용평가 모형(CSS)을 고도화하고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비상금 대출 3종 출시를 선포했다. 역시 금리와 최대한도를 차별화해 고객을 유인하려 한다.
다음 달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 어떤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로 은행권 판도를 뒤흔들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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