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은행들은 AI를 활용한 대면·비대면 금융 상담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전반을 손보고 있다.
◇ 편의점에서 은행 업무 보는 ‘미래 금융’
디지털로 산업과 문화가 모두 바뀌어가는 현재 상황에 대응하고자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 생존전략 모색에 나섰다. 그 첫 번째로 ‘디지털 점포 구축’을 본격화한다. 비대면 중심의 챗봇 상담이나 모바일 채널 확장은 그대로 진행하고, 기존에 핵심 금융 업무를 맡던 오프라인 영업점도 AI 기술을 도입해 새롭게 탈바꿈한다.
그 대신 디지털 점포를 지역 곳곳에 구축하려 한다. 하나은행은 최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손잡았다. 편의점 안에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이라는 금융 서비스 전용 공간을 만들고 지능형 자동화기기 스마트텔러머신(STM)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편의점에서 은행 상담원과 직접 상담하며 간단한 입출금과 송금은 물론, 통장·체크카드·보안카드 발급 업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난 4월부터 운영 중인 자체 비대면 영업점 ‘마이(My) 브랜치’ 사업도 확장하려 한다.
두 곳 모두 ‘미래형 혁신 점포’로서 AI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시도였다. 향후 AI 은행원과 키오스크를 배치해 고객들에게 은행 업무를 새로운 방식의 금융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특화점포 ‘디지로그 브랜치(DIGILOG Branch)’도 7월에 열었다. 디지로그 브랜치는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를 합친말로,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성이 공존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지난 10년간 영업점 고객의 거래 현황 데이터를 분석해 지역·고객 맞춤형으로 점포를 운영한다. 현재 서소문과 남동중앙금융센터, 신한PWM목동센터 등 3곳에서 개소했다. 이달 중 한양대학교 내에도 열 예정이다. 최근에는 KT와의 데이터 협력으로 AI 기술 공동 연구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여의도 신관에 ‘AI 체험존’을 마련했다. AI 은행원이 통장 개설부터 청약, 예적금, 개인형 퇴직연금(IRP), 대출 등을 안내한다. 허인닫기허인기사 모아보기 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의 디지털혁신부문장을 함께 맡고 있는 만큼 디지털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은행은 일단 비대면 선호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 더욱 집중한다. 지난 7월 신설한 ‘원(WON)컨시어지영업부’를 통해 비대면 맞춤형 자산 관리(WM) 서비스를 시행한다. 내년 초 도입 예정인 AI 상담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비대면 고객을 관리하려 한다. 농협은행은 회사 내부 업무에 AI기술을 선제 적용하고, 서울시와 AI 허브 조성에 나선다. 국내 금융사 최초로 현금 시재 예측과 자금 현수송에 AI기법을 도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AI 기술 발전은 사람의 지적 노동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적용돼 은행 업무 전반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AI가 제공하는 정보만으로 업무가 완결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원들 역할을 대체하기보다는 업무 파트너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 AI 상담봇·챗봇을 넘어 AI 은행원이 뜬다
최근 5대 은행은 ‘AI 은행원’ 도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금융업 확장이 본격화하며 은행도 AI 기술을 고도화해 비대면 영업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이 그동안 공들인 ‘AI 은행원’이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디지털 데스크와 스마트 키오스크에 AI 은행원을 투입하려 한다. 아직 구체적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달 말 AI 은행원을 처음으로 배치해 시범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삼성전자와 손잡고 인공 인간 ‘네온’을 각종 대화형 금융상담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네온은 삼성전자의 미래 기술 사업화 벤처 조직 ‘스타랩스(STAR Labs)’가 AI 머신러닝 및 그래픽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가상의 존재로,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행동하도록 설계됐다.
최근에는 네이버 클로바(CLOVA) 엔진을 활용해 AI 상담사 ‘쏠리’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기존 고객상담 센터의 일평균 처리량의 4~8만 콜 중 25%가량을 상담사 연결 없이 AI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한은행은 향후 쏠리를 ‘공감형 AI’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고객 소통을 확대하며 시나리오 정교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AI 상담 완결률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AI 은행원 도입을 금융권 최초로 시도했다.
현재 서울 여의도동에 있는 국민은행 ‘AI 체험존’에 가면 김현욱 전 KBS 아나운서가 키오스크 안에 있다. 그가 AI 은행원으로서 금융 상담을 하는 것이다.
현재는 통장 개설 등 간단한 설명에 그치지만, 시범 운영이 끝나면 언어 처리와 지식 기반 상담 기능의 완성도를 높여 키오스크 또는 STM 형태로 영업점에 배치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당시 자사 광고 모델인 방탄소년단이나 허인 국민은행장을 AI 은행원으로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우리은행도 최근 AI 상담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완료했다. 앞으로 고객센터 ‘AI 전담 운영팀’을 신설해 미래형 고객 커뮤니케이션 센터로 진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AI 은행원은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는 대신 무인점포나 소형화 점포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 활용을 높이고 금융소비자의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다.
특히 불완전판매 차단에도 도움을 준다. AI 금융상담 시스템은 금융투자 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에게 정확한 상품을 설명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음성 파일로 변환하는 ‘음성합성 시스템(TTS)’ 기술이 적용됐다.
또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뒤 불완전판매 여부를 검증할 때 이용 가능한 ‘고객상담 녹취 정보 분석(STT)’ 기술도 탑재됐다. AI 은행원의 경우 카메라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하다 보니 영상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상 여부를 감지하고, 필기체 인식 기술로 서명 대조 등 범죄 방지에도 기여한다.
이 밖에도 5대 은행은 AI를 활용해 여신(대출)·자산관리(WM)나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기반의 업무 효율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금융’의 발판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농협은행은 AI 랩을 신설해 AI 분석·활용을 위한 전용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고, 농협 모든 계열사가 함께 쓰는 AI 챗봇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AI를 활용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AI 대출’을 금융권 최초로 출시했다. ‘AI 대출’은 인공지능이 고객의 거래 패턴을 분석한 다음 200여 개의 변수 및 복수의 알고리즘 결합해 리스크를 분석하고 적정 한도를 부여한다.
이처럼 공상 과학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편의점 은행’과 ‘AI 은행원’은 현실 속으로 다가왔다. 5대 은행이 앞으로 어떤 금융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선보여 일상을 바꿔 놓을지 앞으로 기대를 가져도 좋을 듯하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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