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의 인공지능 활용, 어디까지 왔을까? 은행권의 현재 인공지능 활용 모습을 비추며 미래 전망을 알아본다. 〈 편집자주 〉
AI는 ‘Artificial Intelligence’의 약어다. ‘인공지능’을 뜻하는 AI는 인간의 지적 활동을 컴퓨터에게 수행시키기 위한 기술을 뜻한다.
AI에 관한 명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로 방법론 측면에서는 추론(Inference),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 등 사전에 규칙을 입력하는 규칙기반(Rule-Base)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기초로 스스로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을 모두 AI 영역으로 간주한다. 학습 및 추론, 언어 이해, 시각 인식, 상황인식 등으로 AI 응용분야를 구분하기도 한다.
◇ ‘머신러닝’ 적용해 대출 한도 산출
은행에서는 ‘머신러닝’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기존의 규칙 기반 통계적 모델링 방법과 다른 방식의 접근법으로, 데이터를 끊임없이 알고리즘에 넣어 학습시킨 다음 거기에서 패턴을 찾는 모델링 방법이다. 거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데도 효과적이고, 사람이 쉽게 찾을 수 없는 패턴이나 간단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규칙도 찾아내는 획기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금융권 최초로 ‘AI 대출’을 출시했다. 역시 ‘머신러닝’이 활용됐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 공동 개발한 대출한도 모형에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을 적용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AI가 고객의 하나은행 거래 패턴을 분석한다. 이어 200여 개의 변수와 복수 알고리즘 결합으로 리스크까지 분석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적정 한도를 자동 부여하는 점이 ‘AI 대출’의 차별점이다.
이 밖에도 여러 시중은행에서는 프로세스 자동화 측면에서 ▲반복 업무 축소 ▲문서작성 자동화 ▲채용 심사·인력 배치 ▲고객확인 등에 자산 관리 측면에서는 ▲운용 전략 수립 ▲운용 펀드 재조정(리밸런싱) ▲주식매매 자동화 등에 머신러닝을 활용하고 있다.
고객 행동을 분석하고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하며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등에도 머신러닝 기반의 분석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아울러 AI 기반 문자판독(OCR), 자연어 처리 등 업무 자동화 분야에도 많이 쓰이는 중이다.
고학수 서울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7일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열린 ‘금융업의 인공지능 활용과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머신러닝은 금융 영역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수학적 모델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회귀 모형(이산값의 경우 로지스틱 회귀 모형)이 고도화(다양한 비선형 모델의 사용·분산 통제 기술의 고도화 등) 한 것”이라며 “AI를 통한 현재 변화는 기존 변화의 연속인 동시에, 질적인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은행에 AI 도입이 필요한 이유
금융업은 정보를 취급하는 산업이다. 더군다나 정형적이고 규칙화한 업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렇기에 금융기관 업무는 AI 활용으로 크게 효율화를 높일 수 있다. 사무 처리를 자동화하거나 창구 업무를 무인화하는 방식 등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패턴인식 기능이다. 예를 들어, 음성인식 기능은 패턴인식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AI로 콜센터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자동화는 대기 시간과 프로세스 시간을 단축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높은 수준의 정보 제공 서비스도 가능하다. 같은 이유로 금융비서 역할을 하는 ‘챗봇’ 역시 마찬가지다.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 붐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 ‘챗봇’은 점점 시장이 커지고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업무를 줄일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도 상담 대기 시간 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트랜스페어런시 마켓 리서치(Transparency Market Research)는 챗봇 시장이 매년 28%씩 빠르게 성장해 2024년이면 약 10억 달러(1조1607억원)에 달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은행들도 챗봇 서비스를 활발히 하고 있다. 신한은행 ‘오로라’, KB국민은행 ‘리브톡톡’, 우리은행 ‘위비봇’, 하나은행 ‘HAI’, DGB대구은행 ‘앤디’ 등 모든 시중은행에서는 챗봇에 AI 기술을 적용해 고객이나 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AI 상담직원이나 자산관리, 대출심사, 신용평가 모형 개발 등 데이터가 풍부하고 AI 적용 후 피드백 기간이 짧은 분야에서 AI 도입이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 금융위가 발표한 ‘AI 가이드라인’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금융 분야 AI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융권 AI 활용을 활성화하고 AI 기반 금융 서비스에 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모범규준을 마련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에는 금융 분야 AI 활용에 있어 지켜야 할 핵심가치 4가지가 명시돼 있다. ▲금융산업의 책임성 강조 ▲AI 학습용 데이터의 정확성·안정성 확보 ▲AI 금융 서비스의 투명성·공정성 담보 ▲금융소비자 권리의 엄격한 보장 등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AI 서비스 개발·운영 시 준수해야 할 원칙과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AI 서비스 자체 평가·관리 정책을 마련하고, 개인 권리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서비스는 내부통제·승인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아울러 AI 시스템 성능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인신용 정보 오·남용이 없도록 정보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데이터 오류나 불균형, 편향성 확대 재생산을 염두에 두고 AI 학습 데이터 품질을 지속 조사하고 개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챗봇 ‘이루다’ 개발과정에서 여성·장애인·동성애 등에 관한 차별과 혐오 발언이 정제되지 않고 AI 학습에 활용되면서 재생산된 것과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사생활 정보 등 민감정보를 활용할 경우 비식별 조치 등 안전한 정보 활용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영기닫기김영기기사 모아보기 금융보안원장은 저서 <24·365 보안 이야기>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모델의 종류 및 구조,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 방식 등에 따라 세분화해 인공지능 기술 검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인공지능 기술 자체에 대한 취약점 검증 이외에도 학습 데이터에 대한 편향성 및 공정성, 개인 정보보호 조치 등에 대한 검증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문제는 주로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정확도나 효율성에 초점을 두고 진행돼 왔으나, 이제는 인공지능 개발 단계별로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 가능성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인공지능이 내포하고 있는 취약점은 곧 보안 상 취약점”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금융업권 및 기능·서비스별 특성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한 세부 실무지침을 3분기 내에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AI 인프라 정비 방안’도 워킹 그룹 논의 등을 거쳐 발표하며, 소규모 핀테크 회사도 손쉽게 AI 서비스를 개발·검증할 수 있도록 ‘AI 테스트 베드’ 등도 구축하려 한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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