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서민 입장에서 생각해야”
그는 정책금융기관은 특히 서민 입장에서 늘 생각하고 더 편리하도록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며 구체적 방법으로 ‘현장 중심’을 꼽았다. 실제로 이 원장은 지난 2018년 취임한 뒤 44개 서민금융진흥원 센터와 31개 전통시장을 직접 방문했다. 그가 상담한 고객은 115명이다. 서민의 애로사항을 직접 들어야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그의 확고한 철학이 반영됐다.
그는 “공공기관으로서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서민의 아픔을 내 일처럼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직원도 고객이라는 마음으로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소통의 끈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두 기관은 ‘업무 효율화’에 많은 힘을 쓰고 있다. 생업에 바쁜 고객이 서민금융 상담 과정에서 겪는 불편사항을 없애고, 직원의 업무상 비효율도 줄이기 위함이다.
이 원장은 “콜센터에 직접 전화해본 결과 여러 불편함을 발견했다”며 “고령층 등 서민이 쉽게 서민금융진흥원을 찾고 필요한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을 최대한 핵심 기능 위주로만 단순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1397 콜센터 상담 방식도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에서 상담사가 직접 전화 받는 방식으로 개선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서민금융진흥원의 비대면 금융상담 서비스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14.7% 증가한 69만건이 이뤄졌다. 앱 고객 만족도도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모두 5점 만점에 4.8점으로 높은 수준이다.
“고객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게 해선 안 돼”
이계문 원장은 “기존 고금리 대출 만기 시 재이용이 어렵거나, 불법 사금융 및 대부업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최저 신용자를 위해 정책 서민금융을 통한 자금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 24%에서 20%로 인하되며 저신용자 및 저소득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맞춰 서민금융원은 저신용자 및 저소득자를 위해 ‘햇살론15’와 ‘안전망대출Ⅱ’을 출시했다. 햇살론15(연 15.9%)는 기존의 햇살론17(17.9%) 금리를 2%p 내린 것이다. 서민금융원이 100% 보증하고 시중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다. 채무자가 연체 없이 성실히 상환하면, 매년 금리를 1.5~3%p씩 낮춰 최대 6%p 금리 인하 혜택도 제공된다. 안전망 대출II는 기존의 연 20% 초과 대출자를 위한 대환 상품이다. 최대 2,000만원까지 연 17~19% 금리로 대환한다.
‘햇살론 뱅크’도 나왔다. 정책 서민금융을 성실히 상환해 부채와 신용도가 개선되면, 서민금융진흥원 보증으로 저금리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연 4.9~8%대(보증료 연 2.0% 포함) 금리로 최대 2,000만원 지원된다.
또, 청년층의 긴급 자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500만원을 일시 특례 지원하는 ‘햇살론유스’도 당초에는 예산이 1,400억원으로 잡혀 있었으나, 2,400억원까지 확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10월에는 신용관리 교육을 받고 소득증빙이 가능한 최저 신용자에게 신용카드 발급을 지원하는 ‘햇살론카드’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계문 원장은 “하반기에는 고객 상황별 신용점수 상승 알고리즘을 활용한 ‘금융생활 나비(가칭)’를 출시해 더 많은 정책 서민금융상품 이용자가 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상반기 정책 서민금융상품 이용 실적은 41만명, 4조 6,823억원이다. 1년 전보다 인원은 5.7%, 공급액은 11% 늘었다.
“청년들에게 미안해”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은 “저금리 시대에 취업난까지 겹치며 노동 소득보다 주식, 가상 자산, 부동산 등 자본 소득에 기대고 빚이 늘어나는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최근 청년들이 재테크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관해서는 “경제에 관심 갖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지만, 최근 윤리나 행복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돈 버는 것만 목적이 된 경우가 너무 많아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원장은 “돈이라는 게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필요조건은 된다”며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금융 지식과 금융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학교에서도 금융, 경제 관련 기초지식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그는 ‘금융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원장쌤의 경제 한 조각>이라는 어린이 도서를 출간했다. 그동안 이 원장은 특성화고등학교, 대학교 등 17곳을 방문해 ‘대표(CEO) 금융특강’을 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경험과 스펙을 가진 청년들에게 노력을 더 하면 된다고 얘기하는 건 안 된다”며 “전공이나 출신 대학 등보다 개성에 맞게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시대 흐름에 맞춰 청년들이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돈을 벌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계문 원장은 오는 10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남은 임기까지도 고객인 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수많은 자영업자가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이는 개인의 잘못으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며 “취약계층 등 어려운 서민을 돕는 건 개인에게 베푸는 단순한 시혜 차원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해야 하는 당연한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민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때 신속하게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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