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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하도급 원천차단·중대재해법 시행 초읽기…건설 현장 노심초사

기사입력 : 2021-08-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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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사고에 약해진 발언 설득력…현장 이상과 현실 괴리

해체공사 단계별 제도개선 사항 / 자료=국토교통부이미지 확대보기
해체공사 단계별 제도개선 사항 / 자료=국토교통부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하도급 원천차단을 비롯해 건설현장 안전에 대한 감시 강화에 나선 가운데, 개별현장 안전 강화에 나서야 할 건설업계의 고심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시공에 있어 원청사인 대형 건설사가 전국에 퍼진 개별 현장들을 하나하나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나, 올해 터진 광주참사가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건설업계의 발언권은 다소 약해진 상황이다.

◇ 불법하도급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정부 불법행위 차단 총력

정부는 11일 민관합동위원회인 ‘제2차 공공조달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불법 하도급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고 건설업체 해체공사 과정에서 단계별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광주 건물 붕괴사고는 당초 3.3㎡당 28만원으로 책정된 해체공사비가 무려 84%나 삭감된 3.3㎡당 4만원으로 불법 재하도급돼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광주 붕괴사고를 계기로 범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불법행위 발생의 근본원인을 분석하고, 불법 하도급 차단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불법 하도급의 비용이 이익보다 큰 구조를 만들어 불법 하도급을 차단하는 데 있다.

정부는 불법 하도급에 대한 발주자의 사전 차단장치를 강화하기 위해 민간 주택·건축 공사의 경우에도 공공공사처럼 감리자에게 하도급 관리의무를 부과해 하도급의 적법성을 검토, 발주자에게 보고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또한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서만 투입했던 현장대리인을 1억원 이상 공사 계약까지 확대해 현장 대리인 정보제공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전자카드제와 임금직불제를 조기에 확산해 불법으로 하도급 업체의 인력을 활용하는지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 중대재해법 시행, 건설업 발전 저해? 잇따른 현장 사고에 약해지는 발언권

여기에 내년 1월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시행된다.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모든 책임을 지고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중대재해법 가이드라인에는 최근 2년 연속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건설업체에 올해 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업체의 본사 및 전국의 모든 현장을 감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건설현장에서는 인명이 관련된 중대한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쉬워, 중대재해법 시행이 건설사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는 16개 건설단체 명의로 작성한 입법 중단 탄원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에 제출했다.

건단련은 “안전사고는 모두 과실에 의한 것인데 중대재해법은 고의범에 준하는 하한형의 형벌을 부과하려 한다. 이게 과연 맞느냐”며 “법안이 시행되면 국내에서 기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은 최고경영자가 개별현장을 일일이 챙겨 사고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국내외 수십∼수백 개의 현장을 보유한 건설업체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책임을 묻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잇따라 터지는 건설 현장 사고로 인해 다소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100대 건설사는 총 11개사이며,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건설업계 모두 ‘안전한 현장’을 외치고 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건설사들은 현장에서 안전에 위협이 되는 요소가 발견될 경우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근로자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중견·지역 공사현장에서는 작업 중단으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하거나,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한 작업 강행 등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익명을 희망한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의무라는 이름으로 ‘기계적인’ 안전관리가 발생하며 일부 좋지 못한 관행도 있었다”며, “아무리 현장 안전을 외치고 감독을 강화하려고 해도 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하나 하나의 현장을 모두 챙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 이상주 기술안전정책관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뿐만 아니라 하도급사까지 공개해 보다 책임있는 현장시공을 유도하고자 했다”며, “안전수칙 미준수, 관리부실 등으로 사고사망자가 발생한 시공사에 대해서는 특별점검 시 안전관리계획 이행 여부 등을 집중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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