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은행연합회는 지난 4월 시중은행에게 배포한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을 공개했다. 이 방안은 은행이 가상자산사업자 관련 자금세탁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하는 기준(업무기준) 마련 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외부 컨설팅을 통해 마련한 공통 평가 지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개별 은행은 세부 평가 기준을 수립해 거래소 실사를 진행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필수요건 점검에서는 법률과 은행의 자금세탁 방지 정책 등에 따라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항목을 제시했다. 필수요건 중 법적요건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여부, 금융 관련 법률 위반 이력, 예치금·고유재산과 고객별 거래 내역 구분·관리 여부, 다크코인(추적이 어려워 불법 거래에 사용되는 코인) 취급 여부,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 유효 여부 등이 포함된다. 부도·회생·영업정지 이력과 대표자와 임직원의 횡령·사기 연루 이력, 외부해킹 발생 이력, 신용등급, 당기순손실 지속 여부 등은 기타요건에 해당한다.
고유위험 평가에서는 국가 위험(국가별 가상자산 거래량), 상품·서비스의 위험(가상자산 신용도, 취급하고 있는 가상자산 수, 고위험 코인 거래량), 고위험 고객 관련 위험(국가별 고객 수, 고위험 업종 고객 수) 등을 평가지표로 제시했다. 고위험 국적고객의 가상자산 거래가 많을수록, 신용도가 낮은 가상자산을 취급할수록, 거래 가능한 가상자산이 많을수록, 신용도가 낮은 코인의 거래가 많을수록 위험이 가중될 수 있다는 식이다.
통제위험 평가에서는 자금세탁방지(AML) 내부통제 수준, 내부감사체계 구축 여부, 고객 확인 충실도, 전사위험평가 수행 여부 등을 들여다보도록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임직원 대상으로 충분한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지, 임직원에 대한 신원확인·검증을 실시하는지 등도 평가 항목으로 포함됐다.
당초 은행연합회는 평가방안을 비공개해왔다. 평가방안은 참고자료이기 때문에 실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마련한 업무 기준과 다르다는 점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어서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공개된 평가 기준에 따른 요건만을 선택적으로 충족시켜 자금세탁 위험도를 본래보다 낮게 평가받는 행위 등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의 실명계좌를 통한 금융거래를 의무화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후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영업신고를 해야 한다.
실명계좌 개시 기준으로는 고객 예치금 분리보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신고 불수리 요건 비해당, 고객 거래 내역 분리 관리 등이 있다. 대표와 임원의 금융 관련 법률 위반은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은행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행위 위험을 식별, 분석, 평가해야 한다.
지금까지 실명계좌가 없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주로 거래소 자체 법인계좌 하나로 투자금을 입금받는 ‘벌집계좌’ 형태로 운영해 왔다. 앞으로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기존처럼 벌집계좌를 운영하며 영업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더이상 합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현재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은 곳은 빗썸(농협은행), 업비트(케이뱅크), 코인원(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 등 4곳이다. 은행들이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으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대거 폐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대다수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 신규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은행들은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줬다가 이후 금융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 검증에 대한 은행권의 면책요구에 재차 선을 그으면서 거래소들의 생존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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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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