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신차를 앞세워 세계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전기차 핵심부품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미래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은 인재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 모듈 기술과 자율주행·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기술을 융합시키기 위해선 IT기업처럼 빠른 의사결정과 창의적인 조직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대모비스의 전체 연구개발 인력은 지난해 기준 국내외 5,400여명 수준. 전체 직원이 약 3만 2,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다섯 중에 하나가 연구개발 인재인 셈이다.
기존에는 각 부서에서 필요할 때 채용하는 방식이었으나, 올해에만 신입 소프트웨어 연구인력을 세자리 수로 채용할 계획인 이상 대규모로 한 번에 채용하는 방식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반기에는 전공자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를 개최해 코딩 실력 우수자를 별도 채용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조직문화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장려하고 그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에도 활용하려고 있다. 직원들이 출원한 직무발명 가운데 우수 사례를 선정해 발명자에게 이익을 지급하는 우수 발명 포상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국내외 출원한 특허는 2,100여건에 달했다. 특허 출원 분야로 전장(28%), 전동화(14%), R&D(11%) 등 미래차 분야에서 절반가량이 나온 것이 특징이다.
사업적으로는 올해 현대차그룹이 역점을 두고 있는 전기차에서 조성환 사장의 현대모비스 역할이 막중하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 노동조합은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사측에 전기차 PE(파워 일렉트로닉스)모듈을 회사가 직접 생산하라고 요구했다.
PE모듈은 구동모터·인버터·감속기 등을 통합한 전기차 구동계 부품으로, 전기차 배터리 다음으로 원가비중이 높은 핵심부품이다. 배터리를 외부기업에서 공급받는 완성차기업 사정상 놓쳐서는 안 되는 먹거리인 셈이다. 노조가 직접 생산을 요구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에 공급되는 PE모듈은 그룹 내 부품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담당한다. 바꿔 말하면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전동화 전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계열사다. 내연기관차 중심일 때는 완성차의 단순 모듈 공급사로도 불렸던 현대모비스의 그룹 내 입지가 그야말로 단숨에 달라졌다.
이미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부품을 핵심 사업화하고 있다. 작년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부품 사업에서 매출 4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다른 사업부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동화 부품은 전년 대비 50%나 급성장했다. 전체 매출액(36조 6,300억원) 중 전동화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달한다.
2019년 7%에서 5%포인트 증가했다. 아직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E-GMP 신차가 출시되지 않았음에도 거둔 성과다. 이들 신차에 대한 본격 판매가 시작되는 올해 현대모비스 전동화 부품 사업 실적도 계속 고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경제 핵심 연료전지 생산 박차
현대모비스는 그룹 전동화 전략의 또 다른 축인 수소차부품이라는 장기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도 갖추고 있다.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8년 12월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인 ‘FCEV(수소전기차)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당시 정 회장은 “2030년까지 연간 수소전기차 50만대,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70만기(국내 50만기) 생산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수소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연료전지 국내 생산은 주로 현대모비스가 맡는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내년까지 충주에 총 4만기 규모의 연료전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이어 약속된 ‘2030년 70만기’ 목표를 채우기 위해 언제든지 추가 투자에 나설 것으로도 전망된다.
게다가 최근 현대차그룹에서는 상용차를 중심으로 한 수소차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보조를 맞추려면 현대모비스의 수소 관련 추가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판단된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6월 2일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그룹 회장과 만나 차세대 수소 상용차를 개발하고 1,500대를 SK그룹에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앞서 2월 16일에는 정 회장이 최정우닫기최정우기사 모아보기 포스코그룹 회장과 수소 에너지 관련 분야에서 다각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수소 지게차, 철도, 선박, 드론, 항공,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차로부터 ‘자립’ 추진
현대차·기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조성환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2020년 현대모비스는 핵심부품의 외부수주가 17억 5,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당초 목표(29억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2019년(17억 5,500억달러)과 유사한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수 완성차기업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진행 중이던 수주 계획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탓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중국 등 일부 지역별로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며 수주 논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도 외부수주 목표를 29억달러로 제시했다. 현대모비스의 주요 판매제품은 램프,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 관련 부품, 제동부품 등이다. 현대모비스는 확보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한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기업을 공략할 방침이다.
지난 5월, 현대모비스가 세계최초로 공개한 ‘휘어지는 램프’ HLED가 대표적이다. 램프에서 빛을 내는 LED면의 두께를 5.5mm까지 얇은 두께를 적용했다. HLED는 현재 유럽 완성차기업의 수주를 받아 양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동화·자율화에 따라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현대모비스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동력계 부품에 관여하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수요가 급증하자 반도체기업들이 서버·모바일·가전용 반도체 공급을 늘렸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 것이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반도체를 직접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현대모비스가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물론 가야 할 길은 멀다.
현대오트론이 만드는 반도체는 각 장치에 전원을 공급하고 제어하는 제품으로, 자율주행차 성능을 좌우할 고성능 반도체 개발은 언급하기엔 이른 단계다. 하지만 언젠가 ‘가야할 길’로 보고 역량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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