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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출신' 김현준 LH 사장, 국세청 ‘혁신 DNA’ 이식할까

기사입력 : 2021-05-24 16:56

(최종수정 2021-05-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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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국세청장 재임 시절 국세청 국가기관청렴도 5등급->4등급으로 상승

▲사진: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일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

지난달 28일 취임한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사진)의 취임 일성은 공교롭게도 ‘대국민 사과’부터 시작됐다.

그간 LH를 비롯한 국가 유관기관들이 크고 작은 스캔들에 휘말린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LH 임직원들의 사전투기 사태는 최악의 타이밍, 최악의 형태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컸다.

24차례의 부동산 투기 규제대책에도 불구,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더 오르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뒤늦게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했다. LH는 정부가 추구하는 ‘공공주도 주택공급’의 선봉을 맡아야 할 기관 중 하나다. 이들은 올해 2월 발표된 ‘공공주도 3080+’에서도 ‘공공주도 3080 통합지원센터’ 개소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6번째 3기 신도시로 광명시흥을 지정해 7만 호 규모의 택지를 공급하는 내용의 공급대책이 발표된 이후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일부 LH 임직원들이 3기신도시로 지정된 광명과 시흥 토지를 사전에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 이러한 의혹이 충격적이게도 사실로 밝혀지면서, ‘공공주도’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던 정부의 공급대책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일부 LH 직원들이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LH 직원이면 투자도 못하냐”며 적반하장식의 대응을 내놓으면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사태도 발생했다.

정부 공급대책의 첨병 역할을 했어야 할 LH가 온갖 비리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뜩이나 부동산대책 실패로 지탄받고 있던 문재인정부는 치명적인 위기에 처했다. 변창흠닫기변창흠기사 모아보기 전 장관이 취임 109일 만에 역대 최단기 장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퇴진해야 했고, ‘공공주도’라는 개발 방식 또한 명분을 잃어버렸다.

결국 정부여당은 지난 4월 있었던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석패했다. 문 대통령은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라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있었으니 그 이후 기존 정책에 대한 재검토나 보완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 ‘외부 출신’ 김현준 사장, 국세청장 노하우 살린 ‘환골탈태’ 정조준

LH의 사장 자리는 변창흠 전 장관의 영전 이후 4개월 여간 공석이었다. LH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들이 빠르게 해결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이유다.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이한 LH 사장 자리에는 내부 승진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가 임명됐다. 전 국세청장 등을 지냈던 김현준 사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김현준 사장은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해 공직을 시작했으며 국세청장 재임기간 동안 2만 명 규모의 거대 조직을 운영하면서 부동산 투기근절, 국세 행정개혁 등 세정분야에서 실적을 쌓은 바 있다.

특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에서 공직자 감찰과 인사검증을 담당한 경험이 있어, 당면한 LH의 조직혁신에 강한 리더십을 보일 것이라는 정부 기대가 있었다.

김 사장은 국세청장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잘못된 행동은 반드시 적발·처벌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비위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나타냈던 바 있다.

김현준 사장 재임 후 국세청의 국가기관청렴도 성적은 2019년 5등급에서 2020년 4등급으로 상승하며 최하위를 탈출했다. 전체 5등급 중 4등급으로 간신히 최하위를 벗어난 수준이긴 하지만, 만년 최하위 신세를 면치 못하던 국세청의 등급 상승을 이끌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개혁’ 특명을 안고 LH에 부임한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일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저를 비롯한 임직원 모두는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깊은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그는 국민 제안을 폭넓게 수렴하여 LH 혁신방안에 반영하고,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그간의 부조리, 불합리한 관행들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적극적으로 쇄신하여 이행성과를 국민께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LH를 △청렴한 조직 △공정·투명한 조직 △공익가치를 실현하는 조직 △소통·화합·협력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김현준 사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차질없는 정책수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2.4 주택공급대책(공공주도 3080+)과 주거복지로드맵,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 LH에 주어진 정책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공공임대·공공전세·공공자가·공공분양 등 다양한 방식의 주택을 공급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최대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공정·투명·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업무 혁신 방안도 제시했다. 내부 정보로 사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무관용으로 엄단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업무혁신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LH가 수행하는 토지조성과 주택공급 등 모든 국책사업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LH를 공익성과 효율성의 조화를 이루며 공익가치를 실현하는 기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직후인 지난달 28일 김현준 사장은 LH 투기논란의 중심지였던 광명·시흥신도시 현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재발방지를 위한 LH 내부통제시스템 강화 등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을 재차 촉구했다.

김 사장은 이날 현장에 참석한 LH 광명시흥본부 직원들에게 “광명시흥지구는 과거 지정해제 등으로 주민 불편이 있었던 만큼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하게 국책사업을 추진 할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했다.

◇ 혁신위·준법위 등 내부 쇄신 위한 조직 연달아 출범…변화 바람 일으킬 수 있을까

이달 초 LH는 경영·사업 전 분야의 혁신을 총괄하는 ‘LH 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위촉식을 가졌다.

‘LH 혁신위원회’ 설치는 김현준 사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핵심 추진사항으로, 취임 2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LH 혁신위원회 위원장은 김준닫기김준기사 모아보기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선임되었다. 김준기 위원장은 서울대행정대학원장, 국회예산정책처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공기업학회장을 맡고 있다. 공공정책과 공공혁신에 대한 이해가 깊고 행정, 정책에 대한 풍부한 균형감각을 소유하고 있다는 내부 평이 나온다.

김현준 사장은 “국민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며, 국민이 납득하고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개진을 당부했다.

LH는 부동산 투기 원천차단을 위해 파급효과가 크고 실효성 있는 사전예방을 위해 부동산의 신규 취득을 제한하고, 임직원 보유 부동산 등록·신고 시스템을 마련했다.

LH 경영혁신방안은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조직인사 혁신, 청렴·공정·투명 강화로 혁신방향을 설정하고, 내부정보 자료 유출방지시스템 구축과 조직․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방점을 두었다.

특히, 전관특혜 의혹 근절을 위해 설계공모 심사, 자재선정 제도를 개선하고, 공정․투명한 업무처리로 부정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LH는 14일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준법감시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임직원의 토지거래, 투기행위에 대한 외부 감시를 강화하고, 임직원 불법행위 조사 및 처리 과정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설됐다.

준법위원회는 내·외부 위원 총 9인으로, 위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제시와 합리적 판단을 위해 위원회의 과반 이상을 한국투명성기구, 한국부패학회, 대한변호사협회 등 시민사회와 학계의 추천을 받아 부동산 및 공직자 윤리 분야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했다.

준법위는 앞으로 국민 눈높이에서 임직원 부동산 거래행위 적정성·임직원 가족의 사업시행자 시혜적 보상(대토보상, 협의양도인택지, 생활대책) 제외 여부·임직원 투기행위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판단·결정할 예정이다.

또한, 개발사업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사업지구 지정 제안 前 임직원 토지 보유 현황을 조사하고, 투기 정황이 발견되면 준법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지정 제안 여부를 결정한다.

아울러 준법감시위원회는 국민의 시각에서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행위를 조사·판단하고, 투기 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LH 김현준 사장은 “부동산투기 등 부정부패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해 엄중히 조치하고, 새롭게 도입된 부동산 등록, 부동산 취득 제한 및 거래조사 등을 철저히 시행해 LH가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깨끗하고 당당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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